7월 2~9일 개최

조각보는 7월 6일  타슈켄트 시내 레스토랑 올리보에서 고려인들과 관계자들을 초청해 코리안디아스포라 여성의 미래를 위한 교류행사, ‘타슈켄트의 밤’을 열었다. ⓒ조각보
조각보는 7월 6일 타슈켄트 시내 레스토랑 올리보에서 고려인들과 관계자들을 초청해 코리안디아스포라 여성의 미래를 위한 교류행사, ‘타슈켄트의 밤’을 열었다. ⓒ조각보

여성평화단체 사단법인 조각보(이사장 김숙임)는 7월 2~9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대륙을 횡단하는 코리안 여성들의 이야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사)조각보는 2012년부터 국내로 이주한 동포여성들이 참여하는 ‘삶 이야기’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통일독일 내 동서독주민들의 상호이해와 내적 통합을 위해 기획된 독일 동서포럼(Ost-West Forum)의 프로그램을 악셀 슈미트-괴델리츠 이사장으로부터 조각보가 전수받아 현지화해 12년째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그동안 이주동포여성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반도 밖 동포여성들이 이주하고 살아가는 현장으로 찾아가려는 조각보의 의지가 실현된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대륙을 횡단한 코리안 여성’들의 삶의 이야기를 기록하기 위한 6년 전의 답사와 그간의 준비가 이번 프로젝트로 결실을 맺었다.  

여성평화단체 사단법인 조각보는 7월 4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타슈켄트 ATECA 호텔 회의실에서 ‘대륙을 횡단하는 코리안 여성들의 이야기’ 프로젝트를 열었다. ⓒ조각보
여성평화단체 사단법인 조각보는 7월 4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타슈켄트 ATECA 호텔 회의실에서 ‘대륙을 횡단하는 코리안 여성들의 이야기’ 프로젝트를 열었다. ⓒ조각보

국내에서 ‘다시 만난 코리안 여성들의 삶 이야기’로 진행된 프로그램은 타슈켄트에서 ‘대륙을 횡단한 코리안 여성들의 삶 이야기’로 현지화해 재외한인, 우즈벡 고려인, 우즈벡인 여성들을 초청해 진행됐다. 7월 4일 타슈켄트 ATECA 호텔 회의실에서 열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고려인들의 이주 역사와 다양한 민족들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우즈벡 디아스포라 여성들의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고려인 3·4세 여성 3명과 각각 생애사 인터뷰도 진행했다. ⓒ조각보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고려인 3·4세 여성 3명과 각각 생애사 인터뷰도 진행했다. ⓒ조각보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고려인 3·4세 여성 3명과 각각 생애사 인터뷰를 진행해 강제 이주 후 유랑과 개척의 삶을 살아간 이전 세대의 삶과, 그것을 기반으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자손 세대의 삶을 생애사적 맥락에서 들어보기도 했다. 7월5~6일 간 이틀에 걸쳐 진행된 이번 인터뷰는 이후 김진열 다큐멘터리 감독의 영상작업과 장은미 작가의 사진작업을 거쳐 공유될 예정이다. 

한편, 조각보는 7월 6일 타슈켄트 시내 레스토랑 올리보에서 고려인들과 관계자들을 초청해 코리안디아스포라 여성의 미래를 위한 교류행사, ‘타슈켄트의 밤’을 열었다. 

‘대륙을 횡단한 코리안 여성들의 삶 이야기’ 프로그램 및 생애사 인터뷰 참가자와 가족, 현지 고려인, 한인, 관련 단체 관련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참가자 소개와 김숙임 조각보 이사장의 인사말, 친교 시간에 이어 ’2023 대륙을 횡단하는 코리안여성들의 타슈켄트 선언문’이 발표됐다. 고려인문화협회 부회장이자 타슈켄트 고려인문화협회 회장인 알랙산드라 김과 장올가 조각보 공동대표가 낭독했다.   

여성평화단체 사단법인 조각보는 7월 2~9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대륙을 횡단하는 코리안 여성들의 이야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조각보
여성평화단체 사단법인 조각보는 7월 2~9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대륙을 횡단하는 코리안 여성들의 이야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조각보

이외에도 (사)조각보 ‘대륙횡단팀’은 지난 3일 고려인문화협회와 세종학당을 방문해 이들 단체의 역사와 우즈벡 내 활동에 대해 들어보며 우즈벡 고려인들과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그밖에도 스베틀로프 콜호즈(집단농장) 내 고려인 마을인 시온고마을과 폴리타젤 콜호즈 내 황만금박물관, 북극성콜호즈(김병화농장)를 돌아보며 고려인1세들의 개척의 역사와 노동영웅들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고려인 독거 어르신들을 위해 한국, 우즈벡 정부가 협력해 2010년 설립한 아리랑요양원에도 방문해 요양 중인 어르신들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조각보 측은 “오랜 시간의 준비에도 현지사정에 어두워 우려가 없지 않았으나 현지의 적극적인 협력과 참여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 조각보는 감사함과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우리의 역사에서 잊힌 코리안 여성들의 삶, ‘Herstory’를 기록해 끊어진 역사를 다시 잇고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며, 나아가 성·인종·민족·국가의 경계를 넘는 글로벌 코리안 여성들의 연대가 필요하다”며 “조각보는 우즈벡에 거주하는 디아스포라여성들과의 긴밀한 유대를 통해 코리안 디아스포라 여성 리더십의 성장을 가져오는 전환점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했다.

조각보는 오는 10월 초 사회적 공유를 위한 보고회를 가질 예정이다. 

다음은 선언문 전문. 

대륙을 횡단하는 코리안여성들의 이야기 타슈켄트의 밤
2023 대륙을 횡단하는 코리안여성들의 타슈켄트 선언

여성평화운동단체 조각보에서 
‘다시 만난 코리안 디아스포라 여성들의 삶이야기’를 나눈지 12년입니다.

북한, 중국, 일본,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크라이나.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모여 유라시아 대륙이 만들어졌습니다.

코리안 여성들이 살아온 광활한 대륙을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첫 도착지가 지금 이곳,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입니다.
1937년 강제이주 열차에 실려온 고려인들이 
치르치크 강변의 갈대를 베어내고 황무지를 기름진 땅으로 일군 곳입니다.

배고픔에 한반도를 떠나기도 했지만 
식민지 조국을 위해 싸우고자 떠난 고려인도 많다는 것을 늦게 알았다며
고려인 3세 여성은 고려인의 문화와 역사를 알리는 일을 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께 받은 사랑으로 단단히 성장한 한인 여성은
한국을 떠나 타슈켄트에서 우즈베키스탄 한인을 위한 신문을 만들고 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나 북한으로 파견된 아버지를 따라 평양에서 살다가
어머니의 가족이 있는 우즈벡으로 돌아온 고려인 2세 여성의 삶은
이주 경로만 연결해도 그대로 유라시아 대륙입니다.

2차대전 때 우즈베키스탄으로 이주한 러시아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한국에서 온 남성과 결혼한 러시아 여성은 ‘제 딸은 고려인이라 불린다’고 말합니다.

멀리 사는 동포를 기억하고 더운 나라까지 찾아온 방문객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는
고려인 3세 여성은 중앙아시아에 한국무용을 알리느라 분주합니다. 

할머니가 집에서 된장도 하고 김치도 해주셨기 때문에 집이 고향이었다는
고려인 3세 여성은 가장 마음이 추울 때는 한식을 먹으러 간다고 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 세대는 고생을 하셨지만 
덕분에 자신은 즐겁고 당당한 삶을 살고 있다는 고려인 3세 여성은 
가족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화가에게는 국경이 없다고 말하는 고려인 4세 여성은 
한국과 우즈벡의 공통점을 찾아 그리고 있습니다. 
그의 그림 속에서는 한국인 할아버지와 우즈벡 할아버지가 
긴 담뱃대를 물고 나란히 앉아있습니다. 

지난 5일 동안 타슈켄트에서 만난 여성들의 이야기입니다.
한 여성은 서로의 다정함이 말하지 않고 싶던 이야기까지 드러내게 했다고 합니다. 
타슈켄트에서 만난 여성들은 민족을 넘어 다정하게 서로를 안아주었습니다. 

2023년 7월, 짧고 뜨거운 여름을 함께 보낸 며칠 동안 여성들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160년 이산의 역사에 비하면 며칠의 만남은 빛처럼 짧은 순간입니다.
그 짧은 순간, 여성들은 국경을 넘고 민족을 넘고 역사를 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한민족 여성의 역사를 복원하고 연대를 강화하며 
글로벌 한인여성 리더십을 확장해 나갈 것입니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여성 공공외교 활동도 함께 전개해나갈 것입니다. 

2023, 7. 6 타슈켄트에서
‘대륙을 횡단하는 코리안여성들의 이야기’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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