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죽이기』 유창선 지음, 새빛 펴냄
진영정치-가짜뉴스 공생 네트워크 파헤쳐
“선동·날조는 이성 마비시켜... 반지성주의 경계해야”

김건희 죽이기(유창선/새빛/1만 8000원) ⓒ새빛
『김건희 죽이기』 유창선 지음, 새빛 펴냄. ⓒ새빛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행보가 연일 도마에 오른다. 사실 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반지성’에 호소하는 소위 ‘찌라시’들로 정치판이 흔들리고 국민들이 선동된다면 민주주의가 바로 서기는 어렵다. 

사회학 박사이자 정치평론가인 유창선은 신간 김건희 죽이기』을 통해 김 여사에 대한 ‘스토커적인’ 폭로전이 정쟁으로까지 번져 “좋은 일을 해도 욕먹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지적한다. 

그는 “우리 정치는 변함없이 증오와 저주의 정치를 계속해 나갔다. 정치는 생사를 건 전쟁터가 돼버렸고, 타협과 조정을 본령으로 하는 정치는 아예 자취를 감춰버리고 말았다”며 “수십 년간 정치평론을 하면서 우리 정치를 지켜보았지만, 이런 정치는 보다보다 처음 본다”고 탄식한다.

한쪽 편을 들고자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유 박사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비판적 지식인이라는 이유로 방송에서 배제되는 수난을 겪었다. 젊은 시절에는 진보운동을 했고 민주당이 야당이던 시절 그곳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격화되는 진영의 대결 속에서 광기가 이성을 압도하는 세상의 모습을 지켜보며 절망했다. 그는 차라리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회색분자’가 되기를 택했다. 

유 박사는 그 자신도 한때 ‘광우병 사태’에 휩쓸렸었다고 고백한다.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고, 부풀려진 이야기들에 수많은 사람들이 넘어가 거리로 쏟아졌었지만, 이제 “미국산 소고기를 아무렇지 않게 사먹는” 현실을 보면 머쓱하기만 하다.

진보 진영의 가짜뉴스 생산과 선동을 주로 비판하고 있긴 하지만, 보수 정치세력의 과도한 우편향이 스스로를 다시 진영정치의 굴레 속에 갇히게 만들 것이라는 지적도 균형있게 담았다.

사회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때 유지될 수 있다. 제아무리 명분이 좋아도 날조와 왜곡으로 선동하는 방식은 성숙하지 못한 시민을 길러내고, 이는 결국 한 나라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한 쪽의 의견이 다수를 지배할 때, 사회가 무너지는 일을 우리는 역사에서 수없이 목격해왔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유 박사는 “선동의 정치를 비판하고 극복하자고 말하는 것은 어느 정파의 유불리를 넘어선 우리 정치 전체의 문제”라고 말한다. 거짓을 꾸며내는 정치를 추방하는데 진영과 정파의 입장이 다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 책을 읽은 독자들부터 마음속으로 ‘더는 선동의 정치에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해주기를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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