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죽음을 다룬 다큐멘터리 '첫 변론' 포스터 ⓒ박원순을믿는사람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죽음을 다룬 다큐멘터리 '첫 변론' 포스터. ⓒ박원순을믿는사람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희롱을 부정하는 내용이 담겨 논란이 된 다큐멘터리 ‘첫 변론’의 전국 순회 후원 시사회가 내일부터 진행된다. 시민단체 및 정당의 규탄과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에도 상영을 강행하는 상황에 “계속해서 2차 피해 우려를 지적해도 통하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 전 시장의 죽음을 다룬 다큐멘터리 ‘첫 변론’의 제작진 ‘박원순을믿는사람들’은 19일 여성신문에 “20일부터 후원회원을 대상으로 하는 후원 시사회가 진행된다”고 밝혔다.

제작진 측에 따르면 이달 20일 경남 창원에서 상영을 시작해 3주에 걸쳐 전국 16개 지역을 순회하며 극장을 대관해 시사회를 진행한다. 19일 기준 시사회 참석자는 1400여 명으로 집계됐다.

참가 설문지엔 “극장 대관이 어려운 상황이다. 극장이 압박을 받을 수 있어서 구체적인 일정은 문자로 개별 안내하겠다”라고 적혀 있다.

후원 시사회는 8월6일 종료되며 극장 개봉은 8월 말 예정이다.

정철승 변호사가 주장하는 ‘박원순 타살설’, 다큐에서는 다루지 않는다

후배 여성 변호사를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된 정철승 변호사가 “가짜 미투”를 주장하며 피해자에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했다. ⓒ뉴시스·여성신문
정철승 변호사 ⓒ뉴시스·여성신문

다큐멘터리 제작진 측은 ‘박원순 타살설’을 주장하는 정철승 변호사에는 선을 그었다.

3년 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에 유족 측을 법률 대리했던 정철승 변호사는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사건의 내막을 알면 알수록 박 전 시장의 죽음은 미스터리"라며 "과연 자살했을까 의문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망 전날 박 전 시장이 청와대의 시장직 사퇴 요구에 반발했다 △사망 당일 등산복 차림은 누군가를 만나기 위한 것일 수 있다 △부검 없이 화장한 게 납득하기 어렵다 등을 주장했다.

박 전 시장 사망 당시 경찰은 유서와 현장 상황을 종합해 타살혐의점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부검을 하지 않은 것은 유족 뜻에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첫 변론’ 제작진 측은 “다큐멘터리에서는 타살설에 대해 전혀 다루지 않는다.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과 행정소송 1심을 중점적으로 다룬다”고 말했다.

개봉 취소 촉구와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에도…여성단체 “사실 아닌 믿음 영역으로 넘어가”

한국성폭력상담소·페미니즘당·직장갑질119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박 전 시장의 성폭력을 부정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 ’첫 변론‘ 개봉 취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27일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열었다. ⓒ박상혁 기자
한국성폭력상담소·페미니즘당·직장갑질119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박 전 시장의 성폭력을 부정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 ’첫 변론‘ 개봉 취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열었다. ⓒ박상혁 기자

여성단체는 개봉 취소 촉구와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에도 시사회를 강행하는 제작진에 “계속해서 2차 피해를 우려해도 통하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지적한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박 전 시장을 지지하는 이들에게는 성희롱 사건이 사실이 아닌 믿음의 영역으로 넘어갔다. 인권위원회와 법원이 무엇을 확인했고 조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아무리 얘기해도 통하지 않는다. 사실관계를 다투거나 정의를 찾겠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간 것 같다”고 비판했다.

송 대표는 “성폭력 사건에서 가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지금처럼 주변인들에 의한 2차 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잦다. 피해자에게는 너무나 끔찍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전 시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쟁점을 다툴 사람이 사라져 버렸다. 일련의 사건들을 납득할 시간과 설명 없이 (박 전 시장이) 증발해 버린 상황이니까 주변 사람들이 황망하고 억울할 수 있음은 이해한다. 그러나 지금의 문제를 만든 것조차 당사자인데도, 책임이 피해자에게 돌려지고 있다”고 했다.

앞서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이하 서민위)는 지난달 30일 ‘첫 변론’ 제작을 주도한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과 영화감독 김대현씨를 상대로 영화 상영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또한 정당과 시민단체, 760명의 시민들은 ‘성폭력 피해자에 2차 가해를 중단하라’며 다큐멘터리 개봉 철회를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