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밥 먹고 가(에리카팕/세미콜론/1만 8000원) ⓒ세미콜론
언니, 밥 먹고 가(에리카팕/세미콜론/1만 8000원) ⓒ세미콜론

언니, 밥 먹고 가


생초면인 사람들을 집으로 불러 밥을 해주는 사람이 있다.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며 7년의 세월을 보냈다는, 이 책의 저자 박지윤이다. 그가 기획한 ‘함바데리카’ 프로젝트는 자신만의 세계를 건설해가는 여성 노동자에게 식사를 차려준다는, 건설 현장 ‘함바집’ 콘셉트의 인터뷰 프로그램이다. 함바데리카를 찾았던 총 45명의 여성 노동자 중 11명과의 대화를 다듬어 수록했다. ‘그래도 직장은 다녀아지’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지’ 사이에서 고민하며 버텨온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한다.

에리카팕/세미콜론/1만 8000원

걸리 드링크(맬러리 오마라/정영은 옮김/알에이치코리아/2만 4000원) ⓒ알에이치코리아
걸리 드링크(맬러리 오마라/정영은 옮김/알에이치코리아/2만 4000원) ⓒ알에이치코리아

걸리 드링크


기분 좋게 술을 마시러 간 한 여성. 기호를 묻기보단 ‘여성분들이 좋아하는 술’이라며 달달하고 도수 낮은 것을 추천하는 직원을 마주한다. 혹시 모를 범죄에 대한 불안은 한쪽에 밀어둔 채다. 술 마시는 여성들을 곱게 보지 않는 시선은, 과거부터 이어져왔다. 하지만 역사 속에서 술을 직접 빚고 관리해온 건 다름 아닌 여성들이었다. 대단한 애주가였다는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부터 바지를 입고 무대에 올라 마초의 상징이었던 테킬라를 마시는 전복적 퍼포먼스를 했던 가수까지, ‘술 마시는 여자들’에 관한 거의 모든 이야기.

맬러리 오마라/정영은 옮김/알에이치코리아/2만 4000원

페미니스트, 퀴어, 불구(엘리슨 케이퍼/이명훈 옮김/오월의봄/2만 9000원) ⓒ오월의봄
페미니스트, 퀴어, 불구(엘리슨 케이퍼/이명훈 옮김/오월의봄/2만 9000원) ⓒ오월의봄

페미니스트, 퀴어, 불구


우리가 상상하는 ‘더 나은’ 미래에 장애는 존재할까? 많은 사람들이 장애의 미래, 치유될 가망이 없는 미래는 불행하며, 비통한 것일 뿐이라고 여긴다. 저자는 이런 관점이 비장애중심주의적이고 장애 억압적 역사에 의해 오염된 것이라고 역설한다. 그간 개별적으로 논의되어 온 환경정의, 재생산 정의, 사이보그 이론, 트랜스젠더 정치, 장애학 등의 여러 이론, 운동, 정체성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장애에 관한 다른 미래를 상상할 것을 제안한다.

엘리슨 케이퍼/이명훈 옮김/오월의봄/2만 9000원

돌봄의 시간들(권범철 외 7인/모시는사람들/1만 7000원) ⓒ모시는사람들
돌봄의 시간들(권범철 외 7인/모시는사람들/1만 7000원) ⓒ모시는사람들

돌봄의 시간들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오며 모든 이들이 돌봄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절감했다. 하지만 정작 돌봄을 제공하는 이들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번아웃이나 감정 파산을 야기하는 독박 돌봄을 막고, 국가나 사회적 돌봄이 미치지 못하는 소외된 곳을 비춘다. 저자들은 누구나 돌봄의 주체이자 동시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나아가 인류문명이 야기한 기후위기와 생명위기를 돌볼 근거와 방법을 모색한다. 이를 통해, 지속가능하고 확장된, 다양한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돌봄력’이 충만한 세계를 꿈꾼다.

권범철 외 7인/모시는사람들/1만 7000원

파괴자들의 밤(서미애 외 4인/안전가옥/1만 6000원) ⓒ안전가옥
파괴자들의 밤(서미애 외 4인/안전가옥/1만 6000원) ⓒ안전가옥

파괴자들의 밤


다정한 마음으로 섬뜩한 미스터리를 써내는 ‘미스 마플 클럽’의 서미애, 송시우, 정해연, 홍선주, 이은영이 ‘여성 빌런’을 주제로 한 권의 책에 모였다. 아무 이유 없이, 복수를 위해서, 질긴 운명의 고리를 끊기 위해... 각기 다른 이유로 주인공들은 ‘살인’을 한다. 옹호할 수는 없지만 무시할 수도 없는, 법적으로는 범죄겠지만 마냥 비난할 수는 없는, 더운 여름 선득함을 선사할 순도 100% 여성 악당들의 이야기.

서미애 외 4인/안전가옥/1만 6000원

있을 법한 모든 것(구병모/문학동네/1만 5000원) ⓒ문학동네
있을 법한 모든 것(구병모/문학동네/1만 5000원) ⓒ문학동네

있을 법한 모든 것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파과’까지, 구병모의 스펙트럼은 놀랍도록 넓다. 중위 연령이 61세에 달해 노인 돌봄 비용이 사회적 문제가 된 근미래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한 ‘니니코라치우푼타’, 언어를 상실하는 재난 상황을 바탕으로 소통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노커’ 등 특유의 상상력으로 ‘있을 법한’ 모든 가능세계를 그려낸다. 낯선 존재와 낯선 세계를 통해 우리 사회 이면을 날카롭게 비추는 저자 특유의 스타일이 돋보이는 단편 모음집.

구병모/문학동네/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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