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에 거주하는 여성 A씨
못 받은 양육비 5000만원 받으려 강원 정선 찾아가
전 남편 거주 확인하려다 스토킹·주거침입 고소당해
주거침입은 무혐의… 스토킹은 경고장·접근금지 처분
양육비 못준다는 나쁜아빠, 감액소송에 변호사 선임
“내가 태어나서 미안해” 정서적으로 괴로운 10살 딸아이
나쁜부모의 소송 이유? “양육자 지치게 만들려는 전략”

못 받은 양육비를 요구하기 위해 전 남편 거주지인 강원 정선으로 찾아가 1인 시위를 한 A(41)씨는 스토킹 및 주거침입으로 고소당해 100m 접근금지 처분을 받았다. ⓒA씨
못 받은 양육비를 요구하기 위해 전 남편 거주지인 강원 정선으로 찾아가 1인 시위를 한 A(41)씨는 스토킹 및 주거침입으로 고소당해 100m 접근금지 처분을 받았다. ⓒA씨

양육비를 달라며 전 남편을 찾아간 엄마가 스토킹과 주거침입으로 고소를 당했다. 1인 시위마저도 스토킹이라며 접근금지 처분을 당한 엄마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사연을 올렸다 명예훼손 고소까지 당했다. 열 살 된 딸아이는 초췌해진 엄마의 모습에 “내가 태어나서 미안해”라며 펑펑 울었다. 계속되는 소송으로 양육비 피해자가 지쳐 포기하게 만드는 전략은 나쁜 부모들이 양육비를 주지 않으려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양육비 안주는 나쁜 아빠, 양육비 요구하자 ‘스토킹·주거침입·명예훼손’

충북 청주시에서 열 살 된 딸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는 A(41)씨는 전 남편인 장비기사 B씨에게 9년 동안 5000만원에 달하는 양육비를 받지 못했다. 

B씨는 양육비를 달라는 A씨의 독촉에 “그 딸아이가 내 아이가 맞느냐. 친권 포기할 테니 양육비 주지 않겠다”며 아이를 친자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B씨는 돈이 없다며 법원의 양육비 이행명령에 이어 신체를 구속하는 감치명령에도 따르지 않았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양육비 미지급으로 B씨 가족의 토지는 경매에 넘어갔다.  A씨가 B씨의 등본 상 거주지인 강원 정선에 찾아가 주택을 둘러보고 1인 시위를 하자 B씨와 그의 현 부인 C씨는 A씨를 주거침입과 스토킹으로 고소했다.

경찰은 A씨에 “계단만 올라가도 주거침입죄가 성립될 수 있다”, “시위에 C씨가 무서워하고 있다”며 구속될 수 있으니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A씨는 경찰이 양육비를 달라고 시위하는 자신에게는 강경하게 대응하면서 감치명령 대상인 B씨를 잡는 데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지적한다. 그는 경찰에 B씨의 거주지에 찾아가달라고 요청했으나 “우리는 B씨를 잡으러 갈 의무가 없다. 자꾸 연락하면 당신 사건을 가장 늦게 처리하겠다”며 무심한 답변밖에 받지 못했다.

A씨가 양육비 피해자 커뮤니티에 이러한 내용을 게시하자 B씨 측은 그를 명예훼손으로도 고소했다. 전 시어머니인 D씨도 “아들을 지키겠다”며 고소에 가담했다. A씨는 양육비를 받으려다 졸지에 ‘고소 폭탄’을 받게 됐다.

“내가 태어나서 미안해”… 나쁜 아빠에 죄 없는 모녀는 고통 받는다

A씨는 울며 겨자먹기로 전 시어머니에 “애 옷 좀 사서 보내 달라. 양육비를 못 받아 옷 사줄 형편이 안 된다. 손녀인데 겨울에 옷 좀 사줄 수 있지 않느냐”고 호소했으나 아무런 답장을 받지 못했다. ⓒA씨
A씨는 울며 겨자먹기로 전 시어머니에 “애 옷 좀 사서 보내 달라. 양육비를 못 받아 옷 사줄 형편이 안 된다. 손녀인데 겨울에 옷 좀 사줄 수 있지 않느냐”고 호소했으나 아무런 답장을 받지 못했다. ⓒA씨

A씨는 심한 허리디스크 통증에 수술을 앞두고 있다. 이에 제대로 된 경제활동을 할 수 없어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을 받았으나, 양육비 없이 열 살 딸아이를 키우기는 벅찬 상태다.

반면 돈이 없어 양육비를 줄 수 없다던 B씨는 변호사를 선임해 양육비 감액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월 80만원의 양육비를 월 30만원만 지급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감치명령에 따르지 않아 내려진 운전면허 정지 처분에도 변호사를 선임했다.

A씨는 울며 겨자먹기로 전 시어머니에 “애 옷 좀 사서 보내 달라. 양육비를 못 받아 옷 사줄 형편이 안 된다. 손녀인데 겨울에 옷 좀 사줄 수 있지 않느냐”고 호소했으나 아무런 답장을 받지 못했다.

사춘기를 맞은 딸은 물질적인 빈곤에 더해 나쁜 아빠와의 양육비 전쟁으로 힘들어하는 엄마를 보며 정신적으로도 괴로워하고 있다.

A씨는 “딸이 내가 힘들어 하는 걸 다 보고 안다. 하루는 ‘자기가 태어나서 미안하다’고 울더라. 사춘기라 친구들과 문제가 생기기도 하는데 내가 힘들다 보니까 일일이 들어주지 못한다”며 딸을 정서적으로 돌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대로 딸아이는 저 앞에선 티를 안내지만 밖에서 친구와 선생님께 ‘엄마가 많이 운다’고 고민상담을 하곤 했다”고 울먹었다.

나쁜 부모가 소송하는 이유? 양육자를 지치게 만들려는 전략

조사 결과 A씨의 주거침입죄는 무혐의가 나왔으나, 스토킹과 명예훼손은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한 경찰의 경고장과 법원의 100m 접근금지 처분으로 A씨와 그의 딸은 양육비를 달라는 어떠한 행동도 나서지 못하고 있다. ⓒA씨
조사 결과 A씨의 주거침입죄는 무혐의가 나왔으나, 스토킹과 명예훼손은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한 경찰의 경고장과 법원의 100m 접근금지 처분으로 A씨와 그의 딸은 양육비를 달라는 어떠한 행동도 나서지 못하고 있다. ⓒA씨

조사 결과 A씨의 주거침입죄는 무혐의가 나왔으나, 스토킹과 명예훼손은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한 경찰의 경고장과 법원의 100m 접근금지 처분으로 A씨와 그의 딸은 양육비를 달라는 어떠한 행동도 나서지 못하고 있다.

법조계와 시민단체는 나쁜 부모의 소송 폭탄이 실형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양육자를 지치게 만드는 데에는 효과적이라고 설명한다.

이승기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양육비를 못 받아서 수차례 연락하고 찾아간 것으로는 스토킹이나 주거침입이 성립할 수 없다. 돈 떼인 사람이 돈 받으러 찾아간다고 범죄인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A씨의 행위는 고소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구본창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 대표는 A씨 외에도 많은 양육자들이 양육비를 받으러 갔다가 갖은 이유로 고소당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고 말한다. 그는 “고소가 실제 처벌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경찰조사를 받고 검찰 기소에 겁먹는 등 양육자가 겁을 먹거나 지치게 만드는 데에 효과적이기 때문에 많은 양육비 미지급자들이 고소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구 대표에 따르면 고소가 아니더라도 1인 시위를 나서는 양육자들을 물리적으로 겁박하는 경우가 많다. 구 대표는 “양육비 피해자들이 대체로 여성이 많고 가정폭력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들도 많아 나쁜 아빠에게 갖은 협박을 당한다. 반면 단체로 시위를 하면 겁박하는 일이 거의 없다. 양육비 전쟁에서 양육자와 미지급자 간 성별이 반대였다면 사회가 바뀌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양육비를 주지 않고 고액의 변호사를 선임하는 이유에는 “변호사 선임비로 수백만원을 쓰면 양육비 수천만원을 내지 않을 수 있다. 피해자들은 변호사 선임할 돈으로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말하지만, 나쁜 부모 입장에서 변호사를 선임해 양육비를 주지 않는 게 몇 배는 이득이다.”라고 설명한다.

A씨는 여성신문에 자신을 비롯한 양육비 피해자들의 상황을 설명하며 “우울증에 화병으로 진단받아 약 없이는 잠을 이룰 수 없고 악몽 없이 잔 적이 언제인지 까마득하다”며 “아이가 너무 불쌍하다. 저를 비롯해 양육비 피해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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