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을 향해 총을 발사하는 우크라이나 병사 ⓒ우크라이나 국방부 트위터
러시아군을 향해 총을 발사하는 우크라이나 병사 ⓒ우크라이나 국방부 트위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지난 2008년 4월 3일 정상회의에서 처음으로 회원국 자격 행동계획(Membership Action Plan)을 우크라이나로 확장하는 논의를 시작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당시 조시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는 "국가가 아니다"라며 반발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논의 초기 푸틴은 크름반도 합병으로 대응했고 지난해에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가입 저지에 나섰다.  

가입 논의가 시작된지 15년이 지난 2023년 7월 11일(현지시각) 나토 정상들은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뜨겁게 환영했다.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나라들은 우크라이나를 향해 "놀라운 용기"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찬사 속에 전례 없는 지원을 약속했으나 불협화음을 드러냈다. 나토 가입과 관련해 우크라이나는 '미래 회원국'이라는 모호한 약속만 받아냈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전쟁 끝나면 초청할 것"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나토 홈페이지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나토 홈페이지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 11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에 대해 회원국 자격 행동계획(MAP)을 '2단계 과정'에서 '1단계 과정'으로 줄이기로 합의했다"면서 "조건이 충족하면 우크라이나를 (회원국으로) 초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논의할 회원 자격 자체가 없어진다"면서 "지금 중요한 것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의 약속은 2008년 모호한 약속과는 다른 "명확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회원국들은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정상회의 첫날 일정을 마친 뒤 공동성명에서 “회원국들이 동의하고 조건이 충족되면 우크라이나에 가입 초청장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성명은 "1997년 나토-우크라이나 특별 파트너십에 관한 헌장과 2009년 보완된 문서에 따라 동맹들은 상호 운용성에 대한 진전과 추가적인 민주화, 안보 부문 개혁을 계속 지원하고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톨텐베르그나 공동성명은 우크라이나의 가입 시한 등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지 않았다.

나토에 가입하려면 회원국 31개 나라가 모두 동의해야 한다. 나토는 한 국가가 공격을 받으면 동맹국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 무력 사용을 포함한 원조를 제공하는 집단방위체제를 운영한다

"미국 이익이 우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준비가 아직 안 돼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에 출국하기에 앞서 지난 9일(현지시각) 방송된 CNN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준비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전쟁이 한창인 지금 나토 회원국으로 편입할지에 대해 나토 내 만장일치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투표를 요구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며 “민주화와 일부 다른 이슈 등 충족해야 할 다른 필요 조건들이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전쟁이 끝나면 우리는 나토 회원국이 되기 위해 법적 틀에 필요한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한다면 이는 나토와 러시아가 직접적으로 전쟁을 벌이는 것을 의미한다고 바이든 대통령은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위해 나토 가입 요건을 완화할 수는 없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

그는 지난달 17일 관련 질문에 "우크라이나는 다른 국가와 같은 (가입)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며 "그 기준을 쉽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CNN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유럽으로 떠나기 전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과 관련한 바이든의 전략은 야당인 공화당 공화당 하원의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마이클 매컬 하원 외교위원장은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즉각 가입하는 것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첫째 그들은 반격에서 이겨야 하며, 둘째 휴전을 해야 하며, 그 다음에 평화 정착을 협상해야 합다"라고 강조했다.

매컬 위원장은 CNN에 출연해 "그것(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은 우리를 러시아와 전쟁에 빠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데펜스 프라이오러티스(Defense Priorities)의 정책 책임자인 벤 프리드먼은 "러시아와 충돌할 위험성은 많은 분석가들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보장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히 러시아와의 전쟁 위험이 증가함으로써 미국의 안보를 잠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리드먼은 "우크라이나의 영웅적인 저항에 도 불구하고 미국의 이익에 대한 더 넓은 고려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불합리한 것" 비난

NATO 정상회의에 초청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옆에 리시 수낙 영국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스톨튼 나토 사무총장이 앉아 있다. ⓒ나토 홈페이지
NATO 정상회의에 초청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옆에 리시 수낙 영국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앉아 있다. ⓒ나토 홈페이지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토가 우크라이나를 초대하거나 회원국으로 만들 준비가 돼있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BBC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나토 동맹이 되도록 초청 받지 못한다면 매우 불합리한 일이고 우크라이나 가입에 관한 불확실성 은 러시아가 테러 행위를 계속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NBC 뉴스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화요일 연설에서 "나토가 주저하지 않기를 바란다.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바란다. 어떤 침략자도 나토를 무시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분명한 어조로 경고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각) 트위터에 "정상회담 이틀 동안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것인지에 대한 의심과 모호함을 잠재웠다. 처음으로 모든 동맹국이 이에 동의할 뿐만 아니라 동맹국의 상당수가 이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적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분노했다고 보도했다.

WP는 "나토의 외교관들은 젤렌스키의 정상회담 방문에 앞서 우크라이나의 회원국 전망에 대한 통일된 선언을 발표하기를 희망했으나 양측을 만족시킬 만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WP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정회원 가입은 고사하고 가입 초대 여건도 무르익지 않았다는 생각에 특히 화가 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부 장관은 젤렌스키와 똑같은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자유유럽방송과의 인터부에서 "언제 조건이 충족되나? 그 조건들은 무엇이냐? 누가 공식화 해야하나?"라고 반문했다. 쿨레바 장관은 "나토의 조건에 대한 이상한 말에 분노했다고 NBC는 전했다.

만족스러운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러시아 외교부 트위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러시아 외교부 트위터

NBC는 나토 정상회의를 지켜본 러시아는 만족스러워했다고 분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가입 시기에 대한 나토의 명확성 결여를 조롱했다. 

러시아 안전보장이사회 부의장인 메드베데프는 텔레그램에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동맹 내 현실주의자들이 입밖에 내기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라고 썼다.

그는 "정상회담에서 가장 예측 가능성이 높았던 것은 (나토 정상들의) 멍청한 짓"이었다며 "서방의 미친 공동체는 너무 모호했기  때문에 아무것도 내놓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 대통령의 1차적인 목표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막는 것이었다. 우크라이나는 옛 소련연방 국가 중에서 나토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 중 하나이다. 러시아는 적어도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는 그 목표를 달성했다.

CNN은 그러나 이번 나토 정상회의가 푸틴 대통령에게 큰 타격을 줬다고 평가했다.

CNN은 튀르기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거부했던 지금까지의 자세를 바꾼 것을 들었다.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과거 중립국이었던 스웨덴과 핀란드가 러시아 인근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길은 서방 동맹에 가입하는 것임을 깨닫게 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의 전쟁 목적은 우크라이나를 장악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나토를 약화시키는 것이었으나 전쟁 이후 나토는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지연됐으나 나토와 우크라이나가 관계를 강화하고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푸틴을 자극할 것이기 때문에 가입시켜서는 안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었다. 

물론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승리해 러시아를 영토에서 쫓아낸다 할지라도 러시아가 재침공할 가능성 등 우크라이나의 과제는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BBC의 제임스 렌데일 기자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롤링스톤즈이 팬일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지만 이번 정상회담 이후 롤링스톤즈의 'You Can't Always Get What You Want'(항상 원하는 것을 가질 수는 없다)라는 노래 제목을 절감했을 것이라고 평했다.

그는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는 우크라이나의 요구에 굴복하지 않고 동맹 가입을 위한 자동 패스트트랙에 대해 전략적인 신중을 기했다"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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