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환 무기징역 판결, 의미는?]
전 직장 동료 스토킹·보복 살인
1심 징역 49년에서 무기징역으로
2심 살인·스토킹 혐의 사건 병합
“범행 동기면에서 참작사정 없어”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고인 전주환이 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전주환이 지난해 9월2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고인 전주환이 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전주환이 지난해 9월2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전 직장 동료를 스토킹한 혐의로 재판받던 도중, 보복을 목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전주환(32)의 2심 판결에서 이례적으로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1심에서 40년형에 그쳤던 것에 비해 가중된 결과다. 전문가들은 2심 형량이 높아진 이유에 대해 재판부가 스토킹 범죄와 보복살인을 병합해 판단한 결과이자 사회적 의미를 고려한 결과라고 본다.  

서울고법 형사12-2부(재판장 진현민)는 11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살인), 스토킹처벌법 위반, 주거침입 등 혐의로 기소된 전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각 범행 모두 의도적이고 집요한 방식으로 치밀하고 잔인하게 수행됐고, 범행의 최종 결과는 참혹하다”며 “피해자의 신고에 대한 보복을 동기로 공권력 개입 이후 재판 진행 과정에서 추가 범죄를 연달아 저질러 범행 동기에 참작 가능한 사정이 없다”고 밝혔다.

또 “아무런 잘못이 없는 피해자에게 보복하기 위해 살해한 전씨는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무기징역 선고를 통해 사회구성원의 안전을 지키고 유사 범행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항소심은 다만 검찰의 사형 구형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형은 생명을 앗아가는 형벌이라 아주 예외적 상황에만 적용돼야 하는데, 전씨가 범행을 인정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무기징역형이 적절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는 항소심 판결에서 처벌이 가중된 이유로 법리적으로 병합(동일인이 2가지 이상의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합쳐서 판단하는 것)에 있다고 봤다. 

전씨는 지난해 9월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피해자를 미리 준비한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당시 범행 전 피해자를 협박하고 수차례 메시지를 보내는 등 2년에 걸쳐 스토킹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전씨는 스토킹 사건의 형사재판 1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피해자를 살해했다.

전씨는 스토킹 사건 1심에서 징역 9년을, 살해 등 사건 1심에선 징역 40년을 선고받았다. 

유족 측 대리인 민고은 변호사는 “1심은 스토킹 건에 대해서만 따로 심리했고, 2심은 스토킹과 보복살인을 병합해 판단했기 때문에 범죄가 이뤄진 처음과 끝을 다 봤다는 데서 1심과 차이가 있다”며 “1심 재판부에서는 피고인이 만 31세(1심 재판 당시)로, 오랜 수형생활을 통해 성격적 문제를 개선할 가능성이 있다는 근거로 무기징역이 아닌 유기징역(40년)을 선택했었다. 항소심에서는 그 부분 판단이 달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례적인 이번 판결의 결과를 놓고, 재판부가 범죄 예방 필요성과 해당 판결의 사회적 의미까지 고려했을 수 있다는 점도 꼽혔다.

민 변호사는 “어제 선고 때에도 ‘시민들과의 분리’ 같은 부분도 설시된 걸로 들었다. 범죄를 예방해야 할 필요성까지도 고려해 판결하다 보니 형량의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며 “판례를 살펴보면, 피해자가 한 사람인 경우 무기징역을 선고한 경우는 많지 않다. 법원 입장에서도 사안의 중대함을 인정하고, 이 판결이 미칠 사회적 영향력까지 고려한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신당동 스토킹 살인사건 피해자 유족 대리인 민고은 변호사 ⓒ뉴시스·여성신문
신당동 스토킹 살인사건 피해자 유족 대리인 민고은 변호사 ⓒ뉴시스·여성신문

하지만 현행법상 무기징역이라고 해도 20년을 복역하면 가석방될 가능성이 생긴다. 가석방은 모범적으로 생활하고, 재범가능성이 낮은 수형자를 일정 조건 하에 석방하는 제도다. 이에 따르면 전주환은 빠르면 50대에 사회에 복귀할 수 있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의 도입 논의가 꾸준히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민 변호사는 “현재 법에 따르면 가석방이 가능하긴 하지만, 범죄의 구체적 내용을 보고 (가석방 여부를) 심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법원이 내린 판결 취지를 보면 추후 가석방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유족분들께서는 법으로는 가능하니 당연히 우려하고 계신 상황이다”고 전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최근 스토킹처벌법이 개정, 반의사불벌죄가 폐지되고 가해자에 전자장치를 부착할 수 있게 되는 등 변화가 있었다.

민 변호사는 “최근 국회에서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피해자 보호 부분은 분명 변화했고, 노력은 있다고 보인다. 하지만 피해자 사망 사건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 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2심 판결 피해자 유족 측 입장문 전문

피해자 유족 대리인 민고은 변호사입니다.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고 감사드립니다.

재범 가능성이 인정된다고 하면서도 피고인이 장기간의 수형생활을 통해 자신의 성격적 문제점을 개선해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징역 40년을 선고한 법원의 1심 판결은 유족분들께 딸을 잃은 상실감과 함께 또 다른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분의 억울함을 풀고 피해자분의 넋을 위로하는 길은 피고인에 대한 중형선고라고 믿었기 때문에 다시 힘을 내어 시민분들께 탄원서를 모집하였고 27,447명의 시민분들이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였습니다.

피해자분께서는 생전 작성한 탄원서를 통해 “제가 기대하는 단 한가지 희망은 가해자에게 강력한 처벌이 내려지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해자가 행한 것과 같은 범죄행위가 근절되기 위해서 부디 그 자의 죗값에 합당한 엄벌이 내려지기를 바랍니다.”라고 재판부에 탄원하는 등 피고인에 대한 엄벌은 피해자분의 생전 뜻이기도 하였습니다.

피고인이 행한 범죄의 중대함과 피해자분의 생전 엄벌 탄원, 유족분들의 엄벌 탄원, 시민분들의 엄벌 탄원이 법원에 닿아 오늘과 같은 판결이 선고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법원의 판결은 지금까지 수차례 발생한 고소를 이유로 피해자를 살해하는 범죄에 대한 법원의 태도를 보여주는 판결이 될 것입니다.

피해자분의 죽음이 유사한 피해를 겪고 있는 다른 피해자에게 공포와 두려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더 이상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함께 슬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바쁜 일상 중에도 피고인에 대한 엄벌 탄원에 함께해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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