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직후 양육비 이행명령 1회기 지급
지속적으로 지급하는지 지켜봐야
3개월 미납 시 감치명령

잠적 뒤 양육비를 주지 않는 변호사 B씨는 교육청 성희롱·성폭력 외부전문위원, 성폭력통합지원 해바라기센터 국선변호사 등으로도 활동해왔다. 현재는 한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하며 3억원 상당의 외제차를 몰고 있다. ⓒ여성신문
잠적 뒤 양육비를 주지 않는 변호사 B씨는 교육청 성희롱·성폭력 외부전문위원, 성폭력통합지원 해바라기센터 국선변호사 등으로도 활동해왔다. 현재는 한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하며 3억원 상당의 외제차를 몰고 있다. ⓒ여성신문

동거인에 대출금을 받아내 잠적한 뒤 둘 사이에 생긴 아이의 양육비를 주지 않던 변호사가 여성신문 보도 직후 ‘공론화를 멈춰달라’며 밀린 양육비 일부를 지급했다. 양육자는 양육비를 받는 동안 공론화를 중단할 계획이나, 언제 다시 잠적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미혼모 A씨는 7일 여성신문에 “5년 동안 잠적하며 양육비를 주지 않던 변호사 B씨가 여성신문 보도 후 공론화를 멈춰달라고 연락하며 양육비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직장에서 만난 둘은 사실혼 관계로 두 명의 자녀를 가졌으나, 어느날 B씨가 A씨에 "급히 갚을 돈이 있으니, 전세 보증금 1억 2000만원을 내게 주면 '변호사 대출'을 받아 우리가 살 집을 알아 보겠다"며 거액을 받고 잠적했다.

A씨는 B씨의 행방을 수소문한 결과, 이혼한 줄로만 알았던 B씨가 법적으로 혼인한 배우자가 있었고, 또 다른 사실혼 관계의 C씨를 포함해 세 명의 여성과의 사이에서 아이 다섯 명을 낳고 잠적했음을 알게 됐다.

B씨는 잠적 후에도 교육청 성희롱·성폭력 외부전문위원, 성폭력통합지원 해바라기센터 국선변호사에 이름을 올려 인권 변호사로도 알려졌다. 현재는 서울 강남의 한 법률사무소에 근무하며 3억원 상당의 외제차를 몰고 있다.

법에도 꿈쩍 않던 나쁜 부모…신상 공개에는 즉각 반응

지난 5월 A씨와 양육비해결총연합회 회원들이 B씨의 등본 상 거주지에 찾아가 시위를 진행했다. ⓒ양육비해결총연합회
지난 5월 A씨와 양육비해결총연합회 회원들이 B씨의 등본 상 거주지에 찾아가 시위를 진행했다. ⓒ양육비해결총연합회

이에 A씨는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등과 양육비 피해자 지원단체와 연계해 시위와 SNS 활동으로 B씨의 행적을 공론화했다. 또한 여성신문은 지난달 인권 변호사로 이름을 알린 B씨가 잠적한 뒤 자녀 양육비를 주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관련기사:3억 외제차 타는 인권 변호사, 자녀 양육비 안 주고 잠적… "위장전입은 전통"(https://n.news.naver.com/article/310/0000107513)

B씨는 수년에 걸친 양육비 독촉 메시지와 현장 시위에는 침묵으로 일관했으나 A씨가 여성신문 기사를 전달하자 공론화 중지를 요구하며 양육비 지급에 나섰다. 동시에 자신의 신상이 공개된 SNS 글들을 삭제할 것도 요구했다.

A씨는 B씨의 요구에 따라 SNS에 올린 B씨 신상 관련 게시물들을 삭제하고 시위도 중단했다. B씨가 약속을 취소하고 다시 잠적하면 그때 공론화를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여성신문에 “법을 비롯해 어떤 방법으로도 꿈쩍하지 않던 사람이 신상 공개와 기사에는 크게 반응한다”며 사건 공론화가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명령 외 양육비·대출금은 지급 않아…지속적으로 지급하는지 지켜봐야

수원지방법원 앞 양육비 제도 개선 촉구. ⓒ양육비해결총연합회
수원지방법원 앞 양육비 제도 개선 촉구. ⓒ양육비해결총연합회

한편, A씨와 양육비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시민단체에서는 B씨가 돌연 양육비 지급을 중단해도 제재를 가하기 어렵다고 우려를 표한다.

B씨는 법원의 양육비 이행명령에 따라 올해 1월까지 지급하지 않은 양육비 4000만원을 10개월에 나눠 지급해야 한다. 3개월 이상 지급하지 않을 시 A씨는 B씨에 신체를 구속하는 감치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문제는 양육비 미지급자들이 이행명령 과정에서 감치명령만을 피하고자 제도를 악용하는 데 있다. 이영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대표는 여성신신문에 “양육비 미지급자들의 목적은 감치명령을 피하는 것이다. 양육비를 지급하되 돈이 없다며 소액만 지급하거나, 8개월 치 양육비만 지급하고 남은 2개월 치는 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 B씨가 지속적으로 양육비를 지급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B씨는 양육비 이행명령 외에는 A씨에 지급할 금액을 어떤 것도 주지 않고 있다. 잠적 전 가져간 전세 대출금 1억 2000만원은 법원의 지급명령에도 A씨에 돌려주지 않았으며, 올해 2월부터 발생하는 양육비도 주지 않고 있다.

이에 A씨는 ‘B씨가 감치명령을 피하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빨리 제도가 보완돼서 아이들이 양육비를 받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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