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그로시(왼쪽)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4일 일본 도쿄의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IAEA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종합보고서를 전달하고 있다.  ⓒIAEA 홈페이지
라파엘 그로시(왼쪽)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4일 일본 도쿄의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IAEA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종합보고서를 전달하고 있다. ⓒIAEA 홈페이지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후쿠시마 제1원전의 방류계획을 검토해 발표한 보고서는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를 "권장하지도 승인하지도 않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IAEA가 4일(현지시각) 일본의 후쿠시마 제1원전 내 오염수 방류 계획을 검토해 발표한 종합보고서는 IAEA가 전문가들을 일본에 파견해 현장 조사를 벌이는 등 2년여간 일본의 방류 계획을 항목별로 점검한 뒤 취합한 것으로, 일본의 계획이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가 내용의 핵심이다.

보고서에는 일본 대처가 국제적인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IAEA는 "'처리수 방출은 일본 정부가 결정하는 것이며, 이 보고서는 그 방침을 권장하지도 승인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총 13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는 기본 안전 원칙에 대한 평가, 안전 요구사항의 일관성 평가, 오염수 점검 및 분석 등 크게 3가지 축으로 구성돼 있다. 보고서는 이를 다시 세부 항목으로 나눈 뒤 일본의 방류 계획이 각 항목에 부합하게 세워졌는지를 점검하는 방식으로 기술돼 있다.

IAEA는 방류 안전 문제를 일본에서 누가 책임지고 관리하는지, 정부의 역할과 책임은 어디까지인지 등도 보고서 내 세부항목으로 다뤘다.

국제사회의 시선이 가장 쏠려 있던 항목으로는 핵종 검출 결과와 방류에 따른 환경영향 평가 등을 꼽을 수 있다.

IAEA는 보고서에서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쳐 원전 부지 내 탱크에 저장된 오염수를 ‘처리수(treated water)’라고 표현했다.

ALPS 처리를 거친 오염수에는 대부분의 방사성 핵종이 사라지고 삼중수소(트리튬)만 남으며, 이 역시 국제 기준 미만으로 희석해 방류하겠다는 게 일본의 입장이다. 안전 문제를 일으킬 또 다른 핵종이 오염수에 남아 있는데도 일본 측이 이를 간과한 채 방류하는 게 아닌지 등이 핵종을 둘러싼 논쟁거리였다.

보고서는 IAEA 산하 연구소 3곳과 한국·프랑스·스위스·미국의 연구시설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수집한 오염수 샘플을 분석한 결과 기존 방사성 핵종이 아닌 추가 핵종은 유의미한 수준으로 발견되지 않았다고 봤다. 또 환경영향 평가의 경우, 일본이 계획대로 방류 시 인체와 환경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고 결론 내렸다.

보고서는 방류를 가정했을 때 후쿠시마 제1원전 인근 해역에 널리 서식하는 광어와 게, 갈조류 등 3가지 해양 동식물이 피폭되는 정도는 국제 안전기준보다 매우 낮은 수치로, 무시할 만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이번 검토 내용이 방류 계획에 대한 평가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일본이 세워둔 계획과 다른 사정이 발생한 경우나 방류가 개시된 이후 상황에 대한 평가까지 담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보고서는 “IAEA는 일본의 ALPS 처리와 방류 운영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한다”고 지적했다. IAEA는 일본 규제·감독 당국의 통제는 적절히 유지되는지, ALPS 처리 과정은 변함 없이 수행되는지, 방류 이후의 환경 모니터링은 계획대로 이뤄지는지 등을 지속해서 점검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보고서는 일본이 후쿠시마 지역의 원전 해체 과정을 밟으면서 방사성 핵종과 오염수 특성이 변화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이 보고서 서문에서 “우리의 임무는 이제 시작”이라고 밝히며 향후 방류 과정을 지속해서 살펴볼 필요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처리수 방출은 일본 정부의 국가적 결정으로, 우리의 보고서는 그 정책을 지지하거나 권고하려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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