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에 관해 말하지 않는 것들(오브리 고든/장한라 옮김/동녘/1만 7000원) ⓒ동녘
우리가 살에 관해 말하지 않는 것들(오브리 고든/장한라 옮김/동녘/1만 7000원) ⓒ동녘

우리가 살에 관해 말하지 않는 것들


다이어트는 여성들의 평생 숙제로 여겨진다. 마른 연예인들이 연일 화두에 오르는 한편, 살이 찌면 ‘자기 관리를 못 한 게으른 사람’이라고 평가된다. 정말 그럴까? 이 책은 우리의 통념이 완전히 잘못됐다고 말한다. 비만이 되는 데는 유전적인 요인이 훨씬 많이 관여하며, 체중은 개인의 ‘의지’로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뚱뚱한 몸에 대한 편견이 오히려 이들의 건강을 해친다고 말한다. 이들을 위해 필요한 것은 ‘건강이 걱정돼서 그래’라는 훈수가 아니라 평등한 대우다.

오브리 고든/장한라 옮김/동녘/1만 7000원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황선우·김혼비/문학동네/1만 5000원) ⓒ문학동네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황선우·김혼비/문학동네/1만 5000원) ⓒ문학동네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한국의 치열한 일터에서 살아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너무 고단해서 오히려 잠들 수조차 없던 힘겨운 밤과, 일상의 단어들을 자꾸만 잃어버려 건망증을 의심하면서 막막하게 머릿속을 뒤적여보던 날이. 책을 쓴 두 여성 작가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서로의 안부를 묻는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람에게 시달리고 무너진 마음이 유머와 우정으로 회복돼 번아웃으로부터 끝내 회복에 이르는 길을 보여준다.

황선우·김혼비/문학동네/1만 5000원

제도화된 수렁들(크리스틴 델피/이민경·김다봄 옮김/봄알람/1만 1000원) ⓒ봄알람
제도화된 수렁들(크리스틴 델피/이민경·김다봄 옮김/봄알람/1만 1000원) ⓒ봄알람

제도화된 수렁들


계급으로서의 여성을 사유하고 사회적 억압을 드러낸 최초의 논고들. 저자는 유산 상속 연구에서 시작해 가정 경제 분석을 통해 여성 억압의 구조적 근거를 규명하고 유물론 페미니즘이라는 방법론을 창시한 학자다. ‘프롤레타리아 억압과 달리 여성에 대한 억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던 1970년대 프랑스 학계에 완전히 새로운 분석의 방법론을 제시해 논의 지형을 바꿔낸 저자의 메시지는 50년이 지난 지금, 프랑스와 멀리 떨어진 한국에서도 유효하다.

크리스틴 델피/이민경·김다봄 옮김/봄알람/1만 1000원

착륙할 때 박수를(엘리자베스 아체베도/홍지연 옮김/문학동네/1만 6000원) ⓒ문학동네
착륙할 때 박수를(엘리자베스 아체베도/홍지연 옮김/문학동네/1만 6000원) ⓒ문학동네

착륙할 때 박수를


2001년 미국발 도미니카행 항공기가 추락해 260명의 탑승 인원이 모두 사망한 끔찍했던 사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연이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자아냈지만, 오랫동안 감춰졌던 가족의 맨얼굴을 알게 된 사람도 있었다. 믿기지 않는 사고로 아빠를 떠나보냈는데, 저편에 존재조차 모르던 배다른 자매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실망감과 분노에 가득 차 힘겨워하지만 결국 용서하고 애도하며 손을 맞잡고 서로를 지켜 내는, 남겨진 여성들의 이야기.

엘리자베스 아체베도/홍지연 옮김/문학동네/1만 6000원

나는 죽음을 돕는 의사입니다(스테파니 그린/최정수 옮김/이봄/1만 8000원) ⓒ이봄
나는 죽음을 돕는 의사입니다(스테파니 그린/최정수 옮김/이봄/1만 8000원) ⓒ이봄

나는 죽음을 돕는 의사입니다


‘안락사’는 오랜 찬반 토론의 주제다. 환자가 자신의 존엄을 위해 죽음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과, 경제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이 죽음을 강요당할 수 있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캐나다의 의사인 저자는 ‘의료조력 사망(MAiD)’ 최초 실행 현장에서 ‘존엄한 죽음’을 선택하는 중증 환자들의 이야기와 이를 시행하는 의사의 고뇌를 담았다. 앞서간 이들의 기록은 우리 사회에 안락사 도입을 놓고 참고할 만한 귀한 자료가 될 것이다.

스테파니 그린/최정수 옮김/이봄/1만 8000원

손쉬운 해결책(제시 싱걸/신해경 옮김/메멘토/2만 5000원) ⓒ메멘토
손쉬운 해결책(제시 싱걸/신해경 옮김/메멘토/2만 5000원) ⓒ메멘토

손쉬운 해결책


긍정심리학, 그릿, 넛지, 파워포즈... 심리학 분야의 널리 알려진 이론들이다. 하지만 이 이론들이 사실 상당 부분 모호하거나 오류가 있다면 어떨까? 저자는 인종차별, 성차별 등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며 ‘손쉽게’ 해결하려는 이 이론들에 경각심을 가지라고 말한다. 사회문제에 만능통치약, 즉효약은 없다. 설익은 ‘꼼수’ 해법을 제시하는 이론을 토대로 정책이 진행되고 예산이 투입되는 동안,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약자들이다.

제시 싱걸/신해경 옮김/메멘토/2만 5000원

살리는 맛(이라영·전범선/동녘/1만 5000원) ⓒ동녘
살리는 맛(이라영·전범선/동녘/1만 5000원) ⓒ동녘

살리는 맛


예술사회학자 이라영과, 동물권 활동가이자 밴드 보컬 전범선이 만났다. 이 책은 두 저자가 독자들에게 비거니즘의 세계를 소개하고 비건 지향을 권하는 다정한 초대장이다. 비거니즘은 단순히 ‘채식’이 아니다. 내가 먹는 음식이나 소비하는 물건 하나하나가 이 세상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고, 착취와 폭력을 조금이라도 감소시키려는 실천 방식이자 라이프 스타일이다. 기후위기 시대, 모든 인간이 책임을 갖고 비인간 동물과 지구를 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일상 속 사유를 담은 서간 에세이.

이라영·전범선/동녘/1만 5000원

우리 가족을 위한 비폭력대화 수업(이윤정/그래도봄/1만 9000원) ⓒ그래도봄
우리 가족을 위한 비폭력대화 수업(이윤정/그래도봄/1만 9000원) ⓒ그래도봄

우리 가족을 위한 비폭력대화 수업


‘국내 1호 비폭력대화 국제공인 트레이너’도 사춘기 두 아들과는 많은 갈등을 겪었다. 부모에게 사춘기 아이들은 감정 기복이 심하고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일삼는 미지의 개체다. 엄격한 훈육만으로도, 무조건적인 지지만으로도 아이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는 어렵다. 견디기 힘든 갈등 상황에서도 진심을 다해 소통하고 서로가 연민으로 연결되면 그제야 부모와 자녀가 함께 행복해질 수 있다. 저자는 책을 통해 추상적으로 느껴지는 비폭력대화를 실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실천함으로써 사춘기 아이와 소통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이윤정/그래도봄/1만 9000원

다행한 불행(김설/책과이음/1만 6800원) ⓒ책과이음
다행한 불행(김설/책과이음/1만 6800원) ⓒ책과이음

다행한 불행


부서지는 생의 조각으로 쌓아 올린 단단한 평온. 저자는 너무도 성급했던 결혼과 그만큼 급작스러웠던 이혼, 20년만의 재결합과 함께 다시 시작된 불안을 모두 겪으며 결코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위태로운 나날의 와중에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싸워왔다. 그는 투쟁의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내면 깊숙한 곳에 단단한 세계를 만들어낸다. 책은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동시에 원천이 되듯, 불행이라는 이름의 심연에 행복을 싹틔울 씨앗이 숨어 있다고 온 삶으로 이야기한다.

김설/책과이음/1만 6800원

고양이 대학살(로버트 단턴/조한욱 옮김/문학과지성사/2만 2000원) ⓒ문학과지성사
고양이 대학살(로버트 단턴/조한욱 옮김/문학과지성사/2만 2000원) ⓒ문학과지성사

고양이 대학살


1730년대 파리 한 인쇄소의 견습공들은 인근의 고양이 수십 마리를 잡아 모의재판에 회부한 뒤 교수형에 처했다. 나중에 그들은 이 일을 스무 번도 넘게 팬터마임으로 재연하면서 그때마다 통쾌한 웃음에 젖었다. 이들은 대체 왜 고양이 대학살을 즐거워한 걸까. 빨간 모자의 18세기 판본은 왜 늑대가 아이를 잡아먹는 것으로 끝날까. 저자는 농민들의 민담 분석에서부터 한 부르주아 독자가 서적상과 주고받은 일련의 편지 분석에 이르기까지 소소한 사료와 기록을 통해 18세기 중엽 프랑스 민중의 삶과 생각을 복원해낸다.

로버트 단턴/조한욱 옮김/문학과지성사/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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