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가사노동 평가액 분석]
무급 가사노동 경제적 가치 490조원
여성이 356조원, 전체의 72.5% 도맡아

두 살 난 딸을 키우는 주부 김아영(33)씨가 집안 청소를 하고 있다. 미취학 자녀를 키우는 전업주부는 하루 평균 8시간 이상 일하지만, 이들의 노동은 그저 ‘집안일’로만 여겨지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두 살 난 딸을 키우는 주부가 집안 청소를 하는 모습. 무급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는 490조9190억원으로 GDP 대비 25.5%에 달하는 규모다. 성별로 보면 전체 가사노동 경제적 가치 중 여성이 72.5%(356조410억원)를, 남성이 27.5%(134조8770억원) 비중을 차지한다.ⓒ여성신문 

가사 부담의 여성 쏠림 현상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식사 준비, 설거지, 세탁, 청소, 자녀 돌보기 등 보수 없이 이뤄지는 가사노동의 가치는 연간 490조원을 넘어섰다. 국내총생산(GDP·명목 기준)의 25%를 넘는다. 하지만 남성은 가사 부담을 47세에 벗어내지만 여성은 84세가 되도록 벗어나지 못했다.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가사노동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가사·돌봄에 모두가 참여하는 ‘돌봄혁명’이 필요한 때다.

통계청은 ‘무급 가사노동 평가액의 세대 간 배분 심층분석’ 자료에서 2019년 기준으로 무급 가사노동의 생산과 소비를 금액으로 환산해 6월 27일 발표했다. GDP에 포함되지 않는 일상 속 가사노동을 경제학적으로 계산한 수치로, 가사노동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재인식하고, 성장·복지 정책 수립과 평가의 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통계다.

무급 가사노동은 가정 내에서 보수 없이 이루어지는 식사준비, 청소, 돌봄 등 모든 가계유지활동을 의미한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무급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는 490조9190억원으로 5년 전보다 35.8% 늘었다. GDP 대비 25.5%에 달하는 규모다. 성별로 보면 전체 가사노동 경제적 가치 중 여성이 72.5%(356조410억원)를, 남성이 27.5%(134조8770억원) 비중을 차지한다.

자료는 가사노동의 생산과 소비로 발생하는 생애주기별 적자, 흑자 분포 등을 파악할 수 있는데, ‘적자’는 가사노동 생산보다 소비가 커 다른 구성원이 제공하는 노동의 수혜를 받는다는 의미다. ‘흑자’는 자신의 가사노동으로 다른 구성원의 후생을 증가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뜻이다. 주로 돌봄을 받는 유년기에는 적자였다가, 성인이 되면서 독립 또는 가정을 꾸리며 직접 가사노동을 하기 때문에 흑자로 돌아서는 모양새다.

성별로 생애주기적자를 살펴보면, 2019년 남성은 가사노동 생산보다 소비가 많아 91조6000억원 적자, 여성은 가사노동 생산이 많아 91조6000억원 흑자를 냈다.

여성과 남성 모두 38세에 가장 많은 가사노동을 했다. 하지만 이 시기마저도 여성은 1848만원, 남성은 259만원으로, 여성의 가사노동 생산이 약 7배 많았다.

남성은 31세에 흑자로 진입한 후 47세에 다시 적자로 전환된다. 가사노동을 통해 다른 가족 에게 도움을 준 기간이 16년에 불과한 것이다. 반면, 여성은 25세에 흑자로 진입한 후 가정관리, 자녀 양육을 중심으로 가사노동을 하다가 84세가 돼서야 적자로 진입한다. 2021년 기준 여성 평균 기대수명이 86.6세인 것을 고려하면, 평생 가사노동을 하는 셈이다.

가사·돌봄노동은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노동이다. 사람을 살리고 돌보는 행위로서 사회 재생산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가사노동의 가치가 온전히 인정돼야 한다. 노동시장의 성별 분업과 여성의 일과 가사의 이중 부담 문제를 해소하는 돌봄 지원 정책의 안착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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