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행정력 겸비한 뇌종양 권위자

여교수 비율 18% 등 MIT 양성평등 프로젝트 견인차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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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명문 MIT(메사추세츠공대)는 수전 헉필드(Susan Hockfield·53) 예일대 교무국장을 제16대 총장으로 선임했다. 헉필드 총장은 MIT의 첫 여성 총장이자 비공학도 출신 총장으로서 오는 12월 취임하게 된다.

MIT 총장인사위원회는 뉴욕타임스 기자에게 헉필드 총장의 선임에서 '여성'이라는 점은 고려사항이 아니었다고 언급했지만, 그 선임 시기가 MIT가 95년부터 학내 여성교수 처우상황을 연구조사해온 'MIT 양성평등 프로젝트'의 권고사항을 실행해나가고 있는 도중이라는 점이 이채롭다. 99년 MIT는 여성교수를 급여 등 여러 부문에서 차별해 왔다는 점을 공식 인정하고 양성평등을 이루겠다고 공약하면서 '교수 다양화 위원회'를 설치했다. 찰스 베스트 총장의 14년 재임기간에 MIT의 여성교수는 96명에서 169명으로 증가했지만 아직은 전체 교수의 18%선에 머물고 있다. 그래도 우리나라 이공계 여교수 비율 5.8%에 비하면 아주 큰 숫자이다.

헉필드 박사는 로체스터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했고 조지타운 의대에서 해부학 및 신경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80년 뉴욕의 콜드 스프링스 하버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85년 예일대 의대 교수로 임명되었다. 의대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신경생물학 대학원 과정을 이끌면서 지도력을 공식 연마하기 시작한 그는 98년 대학원장을 거쳐 2002년 교무국장을 맡고 있다.

헉필드 박사는 DNA 구조 발견으로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와슨이 콜드 스프링스 하버연구소에서 근무할 때 이미 연구력과 지도력을 인정받아 5년 후 예일대로 옮긴 뒤에도 연구소의 '신경생물학 여름학교장' 자리를 계속 맡았다고 한다. 와슨은 자랑스러운 동료 헉필드 박사에 대해 “예일대에 아주 잘된 일이다. 그는 경쟁력 있는 대학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다”고 평했다. 98년 151년 역사를 가진 예일대 대학원의 17대 대학원장이 된 그는 65개 학과 및 과정에서 공부하는 2300명의 대학원생을 관리했다. 그리고 2002년 예일대 전체를 대상으로 관리하는 교무국장이 된 것이다. 이때 헉필드 박사는 예일대의 과학시설을 첨단화하고 개수하는 5억 달러 프로젝트를 결단력 있게 추진해 성공했다.

과학도로서의 헉필드 박사는 '신경교종'이라 불리는 치명적인 뇌종양의 원인을 규명하는 연구를 했다. 보통의 뇌종양은 질감이 단단하고 고정되어 있는 반면 신경교종은 암세포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치료가 극히 어렵다. 수술이나 방사선치료도 어렵고 환자는 1년 내에 사망하는 무서운 병이다. 헉필드 박사는 신경교종 암세포가 유전적, 분자적 차원에서 뇌를 장악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최초로 명확히 규명했다.

이미 여섯 살 때부터 생물학에 관심이 있었다며 “나는 수학과 과학을 잘 했고 내가 못하는 것이 있으리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헉필드 총장. 그는 예일대 의대 신경학 및 신경수술학 교수 토머스 번 박사와의 사이에 딸 하나를 두고 있다.

진우기/ 번역작가,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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