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유도제 도입·필수의약품 지정 촉구 다수인민원 제출 기자회견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는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해 유산유도제를 도입하라”고 외쳤다. ⓒ이수진 기자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유산유도제 도입·필수의약품 지정 촉구 다수인민원 제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수진 기자

형법의 낙태죄 조항이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지 4년이 지났지만, 임신중지 약물은 아직도 식약처의 문턱을 넘지 못해 ‘불법’이다. 이에 보건의료단체와 여성단체 등은 “유산유도제 도입하고 필수의약품 지정하라”고 정부와 식약처에 요구했다.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는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해 유산유도제를 도입하라”고 외쳤다.

나영 성과 재생산권리를 위한 센터 셰어 대표는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로 벌써 4년이나 지났다. 그런데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을 통해서 약(미프진)을 구하고, 그들 중 대부분이 정체를 알 수 없는 판매상으로부터 약을 전달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병원에서는 여전히 과거 임신 중지가 불법인 시기에 우회적으로 사용했던 약을 사용하고 있다”며 “어쩔 수 없이 공식 유산유도제에 비해서 임신 중지에 미치는 효과도 덜하고, 부작용이나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다르지만 이에 대한 정보조차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료전문가들은 식약처와 정부의 소극적 태도를 비판하며, 유산유도제의 필수의약품 지정과 임신중지 비용의 건강보험 급여화를 주장했다.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유산유도제 도입·필수의약품 지정 촉구 다수인민원 제출 기자회견'에서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기획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수진 기자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유산유도제 도입·필수의약품 지정 촉구 다수인민원 제출 기자회견'에서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기획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수진 기자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사무국장은 “이미 4월에 172명의 약사들과 함께 유산유도제를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하고 법적으로 보장된 공적 도입을 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식약처에서 돌아온 답변은 ‘이해 당사자 간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러니 안 된다’였다”며 “식약처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문도, 자신들이 직접 발표했던 보도자료나 인터뷰 내용도 완전히 부정하는 내용들을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기획국장은 “낡아빠져서 이제 없어져야 할 모자보건법에 따른 임신중지만 (건강보험) 급여 대상으로 적용되고 있다. 대다수의 임신중지는 비급여로 이루어지고 있다”며 “2022년 여성 임금노동자 평균 임금인 월급 268만원이었다. 그런데 시장에서 요구하는 임신중지 가격은 대략 50만원~100만원 선이다.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어느 누가 이 목돈을 쉽게 마련할 수 있겠냐”고 강조했다.

진은선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 숨 소장은 “장애여성들이 정보와 자기결정권을 박탈당하지 않고 보호자에게 위탁된 몸으로 살지 않기 위해 유산유도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장애여성의 임신중지 지원은 신뢰에 기반한 조력자 파트너십과 지원 체계가 만들어질 때, 폭넓은 접근성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단체는 지난 5월 15일부터 약 40일 동안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다수인 민원을 제출하기 위해 시민들의 자필 진정서를 받아 이날까지 총 1625명의 의견이 모였다고 밝혔다. 진정서는 기자회견이 끝나고 서울지방식약청에 제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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