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 걸스』
장수진·김미연 지음, 에디토리얼 펴냄

마린 걸스(장수진·김미연 지음, 에디토리얼 펴냄) ⓒ에디토리얼
마린 걸스(장수진·김미연 지음, 에디토리얼 펴냄) ⓒ에디토리얼

“삼팔이, 춘삼이, 복순이...” 우영우가 수족관에서 풀려난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이름을 외기 전부터 이를 연구해 온 사람들이 있다. ‘마린 걸스’ MARC의 장수진, 김미연 연구원이다.

저자들은 연구 중심 비영리단체, MARC(Marine Animal Research and Conservation,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의 공동 설립자다.

대학원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각각 귀뚜라미와 청개구리 행동생태 연구로 이화여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장수진 연구원은 최재천 교수(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의 연구실에서 석사학위를 밟던 중 최 교수가 이끌던 ‘제돌이 야생방류 시민위원회’의 과학자팀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한국 최초이자 아시아 최초였던 돌고래 야생방류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후, 두 연구자는 한국 바다에 서식하는 해양 포유류의 행동생태 연구라는 공통의 지향점을 확인하고 MARC 설립에 뜻을 모았다.

제주 바다에서 현장 연구를 하고 있는 장수진, 김미연 연구원의 모습. ⓒMARC 홈페이지 캡처
제주 바다에서 현장 연구를 하고 있는 장수진, 김미연 연구원의 모습. ⓒMARC 홈페이지 캡처

“우리나라에서 돌고래의 행동생태 연구를 처음으로 시작한 선구자들”인 저자 2인은 ‘야외(현장, field) 생물학자’다. 말 그대로 밖에 나가서 직접 관찰하고 기록하고 분류하는 일을 한다. 2019년부터 〈MARC FIN BOOK〉 이라는 제목으로 등지느러미 카탈로그를 제작해 오고 있다. “등지느러미 자료를 통하여 발견된 개체를 식별하는 작업은 시간이 가장 많이 걸리는 작업”이지만 “연구의 가장 기초적인 자료”이기도 하다. 

식별코드 외에 별도의 이름을 지어준 개체들에 대한 연구와 사연도 소개된다. 꼬리지느러미가 잘려 꼬리자루만 남은 돌고래가 발견됐다는 제보를 받은 후 이 돌고래를 찾기 위해 추적하고 기다리며 애를 태웠다는 이야기의 주인공 ‘오래’. 원담을 애용하는 “장기 투숙객”이자 MARC 연구원의 뒷목에 ‘담’이 들리게 한 장본인이란 뜻의 ‘담이’. MARC가 제주 남방큰돌고래와 각별한 관계를 맺어 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MARC 김미연 연구원이 꼬리 없는 돌고래 '오래'를 포착해 남긴 영상의 한 장면. ⓒMARC 홈페이지 캡처
MARC 김미연 연구원이 꼬리 없는 돌고래 '오래'(아랫쪽)를 포착해 남긴 영상의 한 장면. ⓒMARC 홈페이지 캡처

그간 해양 과학에 관한 책과 영상은 주로 해외에서 제작·수입된 것이 주를 이뤘다. 이들의 열정과 노고 덕분에 앞으로는 ‘제주의 남방큰돌고래, 태안과 남해의 상괭이, 제주도 해안에서 구조돼 GPS를 달고 바다로 돌아간 바다거북’ 소식을 더욱 많이 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MARC는 연구와 동물 보호 활동의 경계가 뚜렷이 구분되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경제적 가치가 적다며 평가 절하되기 쉬운 기초 과학 연구지만, 기후위기로 대두된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해서도 이들 연구의 중요성은 더 커질 전망이다. 책의 후반부에서 소개하는 ‘생태법인’ 논의가 그런 사례다.

돌고래가 있는 바다가 그렇지 않은 바다보다 멋지고 아름답다고 굳게 믿는 장수진 박사, 야생동물들이 행복한 지구를 꿈꾸며 그 꿈을 위해 행동하는 과학자 김미연 박사 수료생. 두 여성의 일이자 삶 그 자체인 연구과정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현장에 함께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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