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 자본주의』
폴린 그로장 지음, 배세진 옮김, 민음사 펴냄

『가부장 자본주의』(폴린 그로장 지음, 배세진 옮김, 민음사 펴냄) ⓒ민음사
『가부장 자본주의』(폴린 그로장 지음, 배세진 옮김, 민음사 펴냄) ⓒ민음사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생활시간 조사 결과’ 평일 중 남성의 가사노동시간은 48분인데 비해 여성의 평일 가사노동시간은 3시간10분으로, 4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아내가 외벌이하는 가구조차도 여성이 37분을 더 일한다. 왜일까?

『가부장 자본주의』(민음사)는 경제학적 데이터와 역사문화적 근거를 바탕으로 21세기에도 해결되지 않은 여성의 경력 단절과 육아 문제에 대해 분석한다.

여성의 사회 진출은 여느 때보다 늘었지만 임금은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남성들에 비해 15%를 덜 받는다. 그 중에서도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이래 27년째 성별 임금격차 최하위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저자인 폴린 그로장 경제학 교수는 현재의 경제를 ‘가부장 자본주의’라고 정의한다. 지금의 경제 체제에서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은 여성의 출산이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첫 번째 자녀 출산 후 소득이 감소하며, 이후로도 이 격차를 따라잡지 못한다. 여성과 남성은 경력 초기 단계에는 임금이 비슷하게 상승하지만 첫 자녀를 낳은 여성은 그 전 해보다 약 60% 적은 돈을, 출산 1년 뒤에는 80% 적은 돈을 번다.

하지만 통념처럼 육아휴직 확대만이 정답은 아니다. 그에 따르면, 육아휴직은 오히려 여성의 임금 격차를 심화시킨다. 출산한 여성이 일자리에 돌아오게 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나 휴직으로 인해 경제 활동이 중단된 여성은 직장에서는 승진과 교육 기회를 놓치고, 집에서는 육아에 관한 전반적인 지식이 엄마에게 편중돼 일터와 가정 모두에서 불균등한 부담을 지게 된다.

그렇다면  ‘가부장 자본주의’의 대안은 무엇일까. 문화적 규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저자는 가부장 자본주의의 논리를 해제할 방안은 우리의 의식에 있다고 말한다. “모두가 사무실에서 밤을 새우는 것이 옳을까, 아니면 아이를 재우려 좀 더 일찍 들어가는 것이 좋을까?” 저자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넘어 일과 삶의 균형을 되찾고, 고통에 빠진 여성과 남성 모두를 해방하자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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