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부터 7월22일까지
23일간 공연 12편 선보여

14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린 ‘2023 여우락 페스티벌’ 쇼케이스 중 박인혜X정연락X최인환의 ‘종이 꽃밭 : 두할망본풀이’ 공연의 한 장면. ⓒ국립극장 제공
14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린 ‘2023 여우락 페스티벌’ 쇼케이스 중 박인혜X정연락X최인환의 ‘종이 꽃밭 : 두할망본풀이’ 공연의 한 장면. ⓒ국립극장 제공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국악을 만난다. 동해안별신굿 집안의 무녀 김동언 명인, 호남여성농악단의 명맥을 이어가는 여성 상쇠 유순자 명인 등 전통예술의 산증인들과 젊은 예술인들이 함께 무대에 선다.

‘2023 여우락 페스티벌’이 오는 30일부터 7월22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하늘극장·문화광장에서 열린다. 전통음악과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함께 과감한 실험과 도전을 펼치는 국립극장 대표 여름 음악 축제다. 올해는 대금 연주자 겸 프로듀서 이아람이 예술감독을, 타악 연주자 황민왕이 음악감독을 맡았다. ‘축제하는 인간(Homo Festivus)’을 주제로 공연 12편을 선보인다.

전통예술의 매력과 가치를 재발견하는 무대가 눈길을 끈다. 개막작 ‘불문율’은 판소리 명창 윤진철과 동해안별신굿 명인 김동언이 판소리 강산제 ‘심청가’와 동해안별신굿의 ‘심청굿’을 번갈아 주고받는 공연이다. 11살에 소리를 시작해 최연소 판소리 무형문화재에 오른 윤진철 명창과 고(故) 김석출의 셋째 딸로 태어나 9살부터 굿판에 선 김동언 명인, 두 대가의 만남이다. 이아람 예술감독은 14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통예술의 맥을 이어 온 명인들에 대한 존경심을 담아 개막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2023 여우락 페스티벌’ 개막작 ‘불문율’ 공연을 선보이는 동해안별신굿 명인 김동언과 판소리 명창 윤진철. ⓒ국립극장 제공
‘2023 여우락 페스티벌’ 개막작 ‘불문율’ 공연을 선보이는 동해안별신굿 명인 김동언과 판소리 명창 윤진철. ⓒ국립극장 제공
14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린 ‘2023 여우락 페스티벌’ 쇼케이스 중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호남여성농악-포장걸립 상쇠 보유자 유순자 명인과 국가무형문화재 김천금릉빗내농악 8대 상쇠 손영만 명인의 합동 농악 공연 ‘추갱지르당’의 한 장면.  ⓒ국립극장 제공
14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린 ‘2023 여우락 페스티벌’ 쇼케이스 중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호남여성농악-포장걸립 상쇠 보유자 유순자 명인과 국가무형문화재 김천금릉빗내농악 8대 상쇠 손영만 명인의 합동 농악 공연 ‘추갱지르당’의 한 장면. ⓒ국립극장 제공

30여 년을 각각 전라도와 경상도 농악판에서 보낸 두 명인의 첫 합동 무대도 열린다. ‘추갱지르당’은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호남여성농악-포장걸립 상쇠 보유자 유순자 명인과 국가무형문화재 김천금릉빗내농악 8대 상쇠 손영만 명인의 만남이다. 지역에 따라 상쇠의 쇠 구음도 채의 모습도 상모도 다 다르지만, 우리 신명과 흥으로 소통하는 예인들의 진한 농악 한판을 만날 수 있다.

판소리 창작자 박인혜 ‘판소리아지트 놀애박스’ 대표는 1인 판소리 음악극 ‘종이 꽃밭:두할망본풀이’를 선보인다. 제주도 무속신화 ‘생불할망본풀이’를 판소리와 재즈, 동해안별신굿의 지화로 표현한다. 지화 작가 정연락, 음악그룹 나무의 대표 최인환이 함께한다. 두 아기씨가 아기를 점지하고 돌보는 ‘생불신’ 자리를 두고 꽃 피우기 경쟁을 벌이고, 끝내 서로 존중하며 연대하는 이야기다. 소리와 베이스·아코디언 등 서양 악기, 전통 타악기의 만남이 환상적이다.

문화와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무대도 만나볼 수 있다. 뉴욕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드러머 사토시 다케이시와 전통연희에 기반을 두고 있는 타악 연주자 황민왕이 우리 전통 리듬의 새로운 확장을 꾀한다. 아프리카 가나 출신 전통 현악기 연주자 킹 아이소바(King Ayisoba)와 사물놀이 그룹 느닷의 무대, 전통음악 기반의 포스트 록 밴드 잠비나이의 해금 연주자 김보미와 4인조 록 밴드 스쿼시바인즈의 무대, 모듈러신스를 기반으로 전자음악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아티스트 그룹 모듈라서울과 대한불교조계종의 어산어장 인묵스님과 어산종장 동환스님이 함께하는 무대도 마련된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대금 연주자 이아람이 ‘2023 여우락 페스티벌’ 폐막작 ‘백야’를 선보인다.  ⓒ국립극장 제공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대금 연주자 이아람이 ‘2023 여우락 페스티벌’ 폐막작 ‘백야’를 선보인다. ⓒ국립극장 제공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대금 연주자 이아람은 폐막작 ‘백야’를 선보인다. 클래식과 전위음악, 전통창작음악까지 폭넓은 음악들로 축제의 대미를 장식한다. 각기 다른 분위기의 소품 3편으로 구성한 서사시 ‘Our Imperfection’, 두 사람의 정교한 연주 실력과 섬세한 표현력이 돋보이는 ‘흘림’, 즉흥 음악 특유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황종평조 Eb Major’ 등을 초연한다. 이외에도 토이 피아노와 단소의 협연으로 ‘Lullaby’를 선보이고, 현에 고무‧나무조각 등의 이물질을 부착해 음질과 가락을 바꾸는 프리페어드 피아노(prepared piano) 연주와 대금으로 들려주는 새로운 ‘문묘제례악’ 등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볼 수 있다.

미래의 전통을 실험하는 젊은 음악가들의 무대도 열린다. 올해 ‘여우락’을 통해 처음 만난 첼리스트 김 솔 다니엘, 철현금과 운라 연주자 한솔잎, 피리와 일렉트로닉 사운드 아티스트 목기린, 타악 연주자 조봉국, 소리꾼 김보림은 프로젝트 여우락 SYNERGY(시너지)로 뭉쳤다. 솔리스트로서 보여주지 못했던 새로운 음악적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전통을 기반으로 경계를 허무는 창작 활동을 선보여 온 더튠과 세움은 고요하면서 역동적인 에너지를 품은 ‘물’의 이미지를 감각적으로 풀어낸다. ‘여우락 아카데미’ 10주년 기념 역대 수료생들의 합동 공연도 열린다.

첼리스트 김 솔 다니엘, 철현금과 운라 연주자 한솔잎, 피리와 일렉트로닉 사운드 아티스트 목기린, 타악 연주자 조봉국, 소리꾼 김보림은 프로젝트 여우락 SYNERGY(시너지)로 뭉쳤다.  ⓒ국립극장 제공
첼리스트 김 솔 다니엘, 철현금과 운라 연주자 한솔잎, 피리와 일렉트로닉 사운드 아티스트 목기린, 타악 연주자 조봉국, 소리꾼 김보림은 프로젝트 여우락 SYNERGY(시너지)로 뭉쳤다. ⓒ국립극장 제공

황민왕 감독은 “그간 ‘여우락’이 다소 매니악한 측면이 있다, 대중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그래서 기존 여우락에서 보지 못했던 연희적인 측면을 이번 축제에서 강조하게 됐다”고 말했다. 예매 열기도 뜨겁다. 지난 5월16일 11개 유료 공연을 모두 관람하는 ‘올패스 패키지’가 오픈 당일 매진됐다.

이아람 예술감독은 “‘축제하는 인간’이라는 주제로 펼쳐지는 2023 ‘여우락’은 가슴 속 뜨거운 ‘유희 본능’을 불태우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며 “관객들에게 신명과 치유의 장이 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예매·문의 국립극장 홈페이지(ntok.go.kr) 또는 전화(02-2280-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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