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여자가 아닙니까?』
벨 훅스 지음, 노지양 옮김, 동녘 펴냄

『난 여자가 아닙니까?』(벨 훅스 지음, 노지양 옮김, 동녘 펴냄) ⓒ동녘
『난 여자가 아닙니까?』(벨 훅스 지음, 노지양 옮김, 동녘 펴냄) ⓒ동녘

디즈니 실사 영화 ‘인어공주’가 한국에서 흥행에 실패했다. 어릴 때 보던 애니메이션에서는 ‘백인’의 ‘아름다운’ 공주였는데, 이번 영화에서 ‘흑인’의 ‘못생긴’ 공주로 변했다는 이유다. 네티즌들은 원작 애니메이션이 ‘진짜’고 실사판 흑인 인어공주는 ‘가짜’라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인종차별이라는 비판을 제기하는 이들에게 ‘원작에 대한 훼손’이라는 방패를 내세우기도 했다. 외신에서는 유독 이 영화가 중국, 한국에서만 흥행하지 못한 현상에 대해 보도하기도 했다.

한 국회의원이 저출생 대책이라며 발의해 화제가 된 ‘월 100만원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논쟁도 주목할 만하다. 서울시가 올 하반기에 도입하겠다고 큰소리치고 있지만, 지금까지도 어느 국가에서, 몇 명을, 어떤 조건으로 들여올지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노동계와 시민단체는 싱가포르와 홍콩 등에서 발생하는 이주 가사노동자 인권침해 문제가 한국에서도 벌어질까 우려를 표하고 있다.

두 사례는 얼핏 달라 보이지만 모두 유색인 여성에 대한 혐오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닮았다. 피부색이 다른 여성들을 ‘디즈니 공주가 될 수 없는’ ‘힘든 일을 싸게 떠넘길 수 있는’ 존재로 바라보고 있음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을 썼던 벨 훅스의 『난 여자가 아닙니까?』는 인종주의와 성차별이 교차하는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훅스 자신은 흑인 여성이자 페미니스트다. 그는 흑인민권운동에서 흑인 ‘여성’들은 소외된다는 것, 그리고 여성운동에서조차 ‘흑인’ 여성의 경험은 밖으로 밀려난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아무리 진보적이라고 일컬어지는 집단이어도 흑인이면서 여성인, 중첩된 차별을 겪는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인종주의는 아직도 완벽히 극복되지 못한 오랜 차별 중 하나다. 한편, ‘여성은 최후의 식민지’라고도 불릴 만큼 성차별도 여전히 공고한 차별 중 하나다. 저자는 이중 차별을 겪는 흑인 여성의 입장에서 17~20세기 미국사를 다시 쓴다. 그때의 통찰은 지금의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단일민족 신화 아래 깊이 논의되지 못했던 인종주의와 얽힌 성차별 문제를 이제는 꺼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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