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유형·활동보조 여부 따라 월경 경험 다양
장애여성도 성·재생산권 가진 존재로 인식해야
“오랜 시간 생리대 착용하는 지체장애여성 경험
생리대 갈 시간 없는 여성노동자 경험과 연결돼”

월경컵 수입허가절차가 진행되면서 오는 8월에는 국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다양한 종류의 월경컵. ⓒ여성신문 

생리대 유해물질 파동 이후 생리팬티부터 월경컵까지 다양한 대안 월경용품이 등장했다. 비장애여성들은 이같은 ‘해방’에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장애여성들은 “평등한 월경권 보장은 여전히 먼 이야기”라고 말했다.

보편적으로 월경한다는 것에서 오는 불편은 같지만, 장애 유형이나 활동 보조를 받는지에 따라 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조금씩 달라진다.

시각장애여성의 경우, 언제 월경이 시작되는지 알기 어려워 생리대를 평균보다 많이 사용하게 되고, 생리대에 점자가 표기되지 않아 구매조차 어려울 때가 많다.

KBS 제7기 장애인 앵커이자 시각장애인 허우령씨는 지난 4월 유투버 굴러라 구르님 채널을 통해 “언제 생리를 시작할지 몰라 일주일 전부터 팬티라이너를 하고 있을 때도 있다. 비싼데 버리는 생리대가 너무 많다”며 “구매하는 것도 어렵다. (오프라인에서 사기 어렵다는 말에) 온라인으로 사라는 댓글이 많았는데, 온라인도 (이미지 위주라) 접근성이 좋지는 않다”고 전했다.

장애아동청소년 성인권교육 콘텐츠 '내가 궁금한 성교육'. ⓒ장애여성공감 제공
장애아동청소년 성인권교육 콘텐츠 '내가 궁금한 성교육'. ⓒ장애여성공감 제공

지체장애인의 경험은 조금 다르다. 활동보조를 받지 않는 경우, 손에 얼마나 힘을 줄 수 있는지, 몸을 얼마나 움직일 수 있는지에 따라 다른 경험을 하기도 한다.

뇌병변장애인이자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구르님은 “샤워하고 나올 때가 제일 힘들었다. (장애로 인해) 서서 생리대를 착용할 수 없으니까 변기 위에 수건을 깔고, 하나를 버린다는 생각으로 물기를 말리고 생리대를 붙였었다”며 “최근 탐폰을 사용하고 있는데 신세계다. 생리컵이나 디스크는 폴드(접기)를 해야해서 내 손으로 할 수 있을지 전혀 감이 안 온다”고 말했다.

장애 중증도가 높아 혼자서 월경을 처리하기 어려운 여성들도 있다. 이들은 장애인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는다.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시설 밖 장애인의 이동, 가사, 목욕 등 일생생활을 보조하는 사람이다.

현 제도하에서는 활동보조가 24시간 지원되지 않아 생리대를 제때 교체하기 어렵다. 그렇다보니 오래 착용해도 새지 않는 기저귀를 사용하기도 한다. 다양한 대안 월경용품이 나오고 있지만, 모두에게 ‘해방’을 가져오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장애여성공감 부설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 숨 진은선 소장은 “활보(활동보조)를 받을 때 탐폰 등(체내 삽입형 월경용품)은 더 밀접하게 몸을 드러내야 하고, 활동지원사와의 협의가 필요해 요청하는 것 자체가 어렵긴 하다”고 말했다.

3·8세계여성의날인 8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광주전남여성대회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3·8세계여성의날인 8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광주전남여성대회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장애여성은 무성적인 존재로 여겨지기도 한다. 자위나 섹스, 임신·출산 등을 할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인식이 장애여성의 월경 실태에도 그대로 반영돼 있다.

진 소장은 “장애인을 ‘보호한다’는 생각으로, 성에 대해 아는 것 자체를 걱정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서 생리를 하지 않을 방법(불임수술 등)을 제안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갈등이 생긴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같은 일이 활동지원사 개개인의 문제는 아니라는 게 진 소장의 설명이다. “(활동지원사는) 대부분 50~60대 여성인데, 당시에 생리는 부끄럽고 창피한 것이라는 인식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생각이 (활동보조를 할 때도)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다.”

장애여성의 월경 경험이 특별한 것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같은 여성으로서 겪는 차별의 경험과 연결돼 있음을 인지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진 소장은 “(장애여성의 월경이) 특별한 경험처럼 여겨지기도 하는데, 생리대를 교체하지 못하는 장애여성의 경험은 생리대를 교체할 시간도 없이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하는 (비장애)여성들의 문제와도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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