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을 나흘 앞둔 1일 대구 중구의 한 완구점에서 어린이가 장난감을 고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어린이날을 나흘 앞둔 1일 대구 중구의 한 완구점에서 어린이가 장난감을 고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영화가 있다. 1989년에 개봉되어 사회적 반향을 크게 일으켰던 영화다. 당시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입시 경쟁에 내몰렸던 청소년들의 고통을 담고 있다. 이 영화는 학교에서는 각종 시험과 평가에 시달리고, 집으로 돌아와도 정신 바짝 차려 공부해야 일류대학에 갈 수 있다는 부모의 성화에 어떤 곳에서도 마음 편히 쉬지도, 놀지도 못한 채 경쟁으로만 내몰린 청소년에게 출구는 죽음밖에 없음을 통렬히 비판한 바 있다. 상위권 학생들은 1등을 위해 끊임없이 내달려야 했고, 하위권 학생들은 차별과 배제, 심지어 체벌까지 받아야 했다. 아이들 대다수가 경쟁사회 속에서 행복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우리 사회 전체가 달라져야 한다는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고, 이런저런 교육정책의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렇다면 이 영화 이후 30년이 넘게 흐른 현재 우리의 현실은 나아졌는가? 안타깝게도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다. 2021년 「한국 어린이·청소년행복지수 국제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동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OECD 22개 국가 중 최하위인 22위로 나타났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우리나라 아동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가 지속적으로 OECD 평균보다 훨씬 낮다는 것이다. 또 세부지표 중 주관적 건강, 삶의 만족, 외로움이 최하위에 속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OECD 국가 중 학업성취 읽기와 수학에서 최상위(4위, 2위)인 사실과 극명히 대조된다. 결국 아이들은 경쟁 환경에서 학업 수행 능력은 높지만, 몸은 피곤하고 마음은 외로워 사는 게 힘들고 행복하지 않은 시간을 견뎌내고 있다. 우리나라 아동청소년 자살율이 최근 높아지면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통계청 발표(「아동 청소년 삶의 질」, 2022)는 우리나라 10대의 삶의 질이 매우 심각하게 나쁘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학업 경쟁으로 힘들고, 외롭고, 불안하고 행복하지 않은 시간을 견뎌낸 10대가 20대, 30대에 맞이하는 현실은 취업경쟁의 시작이다. 이미 지친 상태에서 다시 숨이 막히는 취업경쟁에 뛰어들어야 하고, 회사 생활을 시작한 이후에도 살아남으려면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아야 하는 현실 속에서 2030 세대의 선택은 아이를 낳지 않거나, 낳더라도 최소로 하는 것이다. 그 결과로 우리나라의 작년 출산율이 0.78명에 불과하였다. 경쟁적으로 사는 것에 지친 젊은이들은 그 예상된 경쟁트랙에 자신의 자녀를 올려놓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5월에는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부부의 날(21일) 등 가족을 위한 날들이 많아 흔히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UN에서도 1993년 가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사회구성원이 함께 참여하자는 취지로 가정의 달을 제정하였다. 그런데 현재 한국사회는 아이를 낳아 기르고, 결혼하여 부부가 되고 부모가 되는 것이 행복보다는 부담이라고 말한다. 성장 일변도의 경쟁적 사회구조 속에서, 가정도 서로가 기댈 수 있는 친밀하고 지지적인 관계의 기반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각각의 역할 수행을 요구하는 기능공동체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지속가능성장과 삶의 질이 중시되는 사회로의 전환이 진지하게 고민되어야 할 5월이다.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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