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식량농업기구 보고서 ‘농식품 시스템에서 여성의 지위’]
농업 분야 여성 대부분 비정규직
여성 임금, 남성보다 20% 적어
토지·금융·디지털 기술 등 접근 어려워
“농업의 미래, 여성 권한 강화와 성평등에 달려 있다”

파키스탄 여성이 딸을 안고 일하기 위해 농지로 돌아가고 있다. ⓒFAO/Aamir Qureshi
파키스탄 여성이 딸을 품에 안고 농지로 돌아가고 있다. ⓒFAO/Aamir Qureshi

농업과 농촌에서 여성들은 주요 노동력이자 지역 사회 돌봄·관리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조력자나 주변인에 머물러 있다는 국제기구의 진단이 나왔다. 유엔(UN)은 농업 분야에서 성평등을 실현하면 기아 퇴치에 도움을 주고 세계 경제 규모도 1조 달러(약 1300조원)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최근 이같은 내용의 ‘농식품 시스템에서 여성의 지위’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를 보면 여성들은 농민, 임금 노동자, 사업자 등 농식품 시스템 분야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성별 불평등 때문에 여성들이 온전한 일자리를 가지기 어렵다.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열악한 조건에서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노동하고 있다. 임금 격차도 심각했다. 남성들이 1달러(약 1000원)을 받을 때 여성은 82센트(약 820원)밖에 받지 못했다. 보고서는 가정이나 일터에서 여성에게만 요구되는 육아, 돌봄 등 ‘무급 노동’ 때문에 여성들이 노동 시장에 더 불평등한 조건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고, 교육과 고용 기회가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농식품업 여성 종사자 비율을 보여주는 그래프. 자주색이 여성 고용률을 나타낸다. ⓒFAO
농식품업계 여성 종사자 비율을 보여주는 그래프. 자주색이 여성 고용률이다. 평균적으로 전 세계에서 40% 정도의 여성이 농식품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FAO

여성들이 농식품 분야에서 필수적인 자원인 토지, 서비스, 금융과 디지털 기술 등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도 또 다른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생산성이 좋은 개량된 씨앗이나 비료, 농기계 등도 남성들보다 여성들은 구하기가 더 어렵다. 

보고서는 “차별적인 사회 규범과 규칙들”이 젠더 불평등의 주요 요인이며, 이런 것들이 “변화를 늦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농업·농촌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여성은 농가 인구의 절반(50.3%)을 차지하지만 지역사회나 생산조직의 대표성은 매우 낮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성인지 통계를 보면, 이장 중 여성 비율은 9.4%(2020년 기준), 대표적인 생산자 조직인 농협의 여성 임원 비율은 9.6%(2022년 10월 기준)에 불과하다. 

여성 농업인의 지위를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인 재산 상황을 보면, 농지, 농지를 제외한 토지, 주택을 가진 여성 농업인은 각각 31.4%, 13.7%, 28.5%에 그쳤다. 반면, 남성은 80.1%, 43.4%, 78.7%에 달했다(한국농업경제연구원 '농촌 지역사회에서 여성농업인의 지위와 정책 과제').

취동위 FAO 사무총장이 발언하고 있다. ⓒFAO
취동위 FAO 사무총장이 발언하고 있다. ⓒFAO

기후변화와 재난도 성별에 따라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코로나19 기간 남성(2%)보다 여성(22%)이 일자리를 더 많이 잃었다.

취동위 FAO 사무총장은 “지난 20년 동안 농식품 시스템의 많은 영역에서 성별 격차가 변하지 않았거나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FAO는 이러한 (성별)격차를 줄이면 (세계 경제 규모가) 약 1조 달러 증가할 수 있고 식량 부족을 겪는 인구를 4500만명 가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강조했다. 

농업 생산성에서 나타나는 젠더 차이와 농식품 시스템 분야에서의 임금 격차를 없애면 세계 총생산(GDP)의 1%, 즉 약 1조 달러(약 1300조원)가 증가하고, 기아 퇴치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취동위 사무총장은 보고서 발표와 함께 FAO가 성평등과 여성의 권한 강화에 대한 정책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그는 “농식품 시스템을 더 효율적이고 포용적이며, 회복력 있고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은 여성의 권한 강화와 성평등에 달려 있다”며 세계 190여개국 회원국에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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