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여성들이 교육과 취업 기회 보장, 정부 구성에 참여할 권리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카불=AP/뉴시스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여성들이 교육과 취업 기회 보장, 정부 구성에 참여할 권리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카불=AP/뉴시스

탈레반의 여성 탄압에 맞서 유엔이 “가슴 아프지만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 결정을 내릴 준비가 됐다”고 사실상 마지막으로 경고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아힘 슈타이너 유엔개발계획(UNDP) 사무총장은 18일(현지시각) "유엔 관리들이 아프간 정부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며 "이달 안에 아프간 여성들의 유엔 근무를 금지하는 법령을 예외적으로 시행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슈타이너 사무총장은 “현 상황은 유엔 전 체계가 아프간에서 활동하는 것이 맞는지를 재평가하고 한 걸음 물러서야 하는 때이며 이는 근본적인 원칙, 즉 인권을 협상하려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탈레반이 아프간 내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여성 직원의 출근을 금지한 것에 따른 대응이다. 탈레반이 아프간 여성 직원의 유엔 사무실 출근을 막자, 유엔은 지난 5일부터 아프간 여성 600명 뿐만 아니라 남성 직원 2700명 등 3300여명 모두에게 다음달 5일까지 출근하지 말라고 통보했다. 

UNDP는 지난 11일 성명을 내 “탈레반은 아프간 국민 지원과 규정 준수 중 끔찍한 선택을 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밝혔다.

슈타이너 사무총장은 “가슴 아프다는 것 외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만약 유엔이 아프간에 없다면 어린 소년소녀, 아버지와 어머니 수백만명이 먹을 것이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탈레반이 유엔의 인도적·긴급 지원을 ‘사실상’ 막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조치를 내놓으면서 골대를 계속해서 옮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슈타이너 사무총장은 "탈레반이 일부 업종에 아프간 여성들의 취업을 허용했다"며 "이 나라는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더 많은 여성들의 취업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그는 "아프간의 1인당 소득이 2022년 359달러에서 2024년 345달러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 "이런 경제적 문제들 중 일부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직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탈레반 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탈레반은 2021년 아프간에서 재집권하면서 이전보다 온건한 통치를 약속했지만, 여성의 교육 기회와 일자리를 박탈하는 등 이슬람 율법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탈레반 집권 이후 아프간은 국제사회 제재와 인도주의적 지원 중단 등으로 최악의 경제난에 처했다. 특히 국제 비정부기구(NGO), 대사관 등이 일제히 빠져나가며 이들이 제공하던 일자리들이 전부 사라졌다. UNDP의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빈곤에 처한 아프간 주민은 3400만명으로 추정된다. 2020년 1500만명에서 급격히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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