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홍식 세종대왕기념사업회장

최홍식 세종대왕기념관사업회장이 지난 13일 서울 동대문구 세종대왕기념관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최홍식 세종대왕기념관사업회장이 지난 13일 서울 동대문구 세종대왕기념관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최홍식(70) 제일이비인후과 원장은 우리나라 음성질환 분야 최고 권위자다. 성대, 후두 등 발성기관 문제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목소리를 돌려주는 전문가다. 김대중·박근혜 대통령 자문의였고, 조용필·장사익·윤형주 등 유명 가수들이 찾는 의사다. EBS ‘명의’로 두 차례 선정됐다. 국내 분자·세포의학 분야 권위자인 임인경 아주대 명예교수의 남편이기도 하다. 

한글운동가로도 유명하다. 일제 강점기부터 한글 연구·보급에 헌신한 외솔 최현배(1894~1970) 선생이 그의 할아버지다. 최 원장은 조부의 뜻을 이어 2015년부터 세종대왕기념사업회장을 맡고 있다. 

최 회장은 2019년 대학 제자들과 함께 서울 강남구에 연 제일이비인후과에서 진료를 보고 있다. 주 4일은 병원으로 출근하고, 이틀은 사업회 사무실이 있는 서울 동대문구 세종대왕기념관으로 출근한다. 

세종대왕 탄신일 기념행사 준비로 분주한 그를 지난 13일 만났다. 오는 5월15일 청와대 사랑채(분수대 광장)에서 열릴 ‘626돌 겨레의 스승 세종대왕 나신 날 큰잔치’인데, 올해 특별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세종이 지은 ‘여민락’(與民樂)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여민락-홍매화 오르겔로 노래하는 사계-’ 공연이다. 국내 유일의 파이프오르간 마이스터 홍성훈씨가 만든 홍매화 오르겔로 오르겔과 국악의 앙상블을 선보인다. 소리꾼 장사익도 ‘산 넘어 저쪽’, ‘봄날은 간다’ 등을 들려준다. 

“이번 음악회를 계기로 앞으로도 더 많은 이들과 K컬처를 향유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최근 K팝이 뜨면서 국악도 ‘K클래식’으로 조명받고 있어요. 세종은 음악에도 조예가 깊어 중요한 업적을 많이 남겼지요. ‘백성과 즐거움을 나누다’라는 여민락의 정신 그 자체도 소중합니다. 무엇보다도 세종이 남긴 정말 중요한 정신은 ‘창조 정신’이예요. 젊은 세대에게 세종 정신은 무엇인지 전하는 일에 힘쓸 겁니다.”

최홍식 세종대왕기념관사업회장이 지난 13일 서울 동대문구 세종대왕기념관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최홍식 세종대왕기념관사업회장이 지난 13일 서울 동대문구 세종대왕기념관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사업회는 그간 세종대왕 관련 문헌·국학자료 편찬, 유물·유적 수집·보존 사업 등을 펼쳐왔다. 한글과 세종정신을 널리 알리고자 내외국인 대상 글짓기 대회, 한글 사랑 손수제작동영상(UCC) 공모전 등도 개최해 왔다. 최 회장은 2010년께부터 사업회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회장에 오른 이후 사업회의 재정난 해소를 위해 사재 약 20억원을 출연하기도 했다.

올해 50돌을 맞은 세종대왕기념관은 건물이 노후해 리모델링 또는 재건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송민구 건축가의 작품으로 1973년 문을 열었다. 한국 고전 건축의 모습이 잘 드러나는 외관에, 세종대왕 신도비, 수표 등 국보와 유형문화재를 보관한 가치를 인정받아 2020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 “하지만 세종을 모시기엔 너무나 초라한 건물이 돼 버렸죠. 국립중앙박물관·한글박물관과 가까운 용산공원 부지로 옮기거나 새로 지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해외 인사들이 한국에 왔을 때 방문하면 참 좋겠지요.”

최 회장은 한글 창제 원리도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일부 기존 이론을 반박하는 논문도 펴냈다. 그가 보기에 중성(가운데소리, 홀소리, 모음)의 대표글자 ‘ · (천), ― (지), l (인) ’은 ‘하늘’, ‘땅’, ‘사람’의 단순 외형을 본뜬 게 아니다. 실제 조음 시 사람의 소릿길(성도, 공명강) 모습을 본뜬 것이라고 주장한다. 초종성(닿소리, 자음)의 대표글자 “ㄱ(아음), ㄴ(설음), ㅁ(순음), ㅅ(치음), ㅇ(후음)”의 상형에 대한 기존 이론도 비슷한 논리로 반박했다.

“훈민정음 해례본을 보면 정음 28자는 모두 발음 과정 중의 모양을 상형(象形, 본뜸)해 만들었어요. 음성의학적으로 보면 기존 이론은 너무 추상적·철학적이라 받아들이기 어려워요.”

최홍식 원장이 펴낸 『훈민정음 음성학』(이회문화사) ⓒ이회문화사
최홍식 원장이 펴낸 『훈민정음 음성학』(이회문화사) ⓒ이회문화사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자 CT, MRI, 초음파, 음성 분석 장비 등을 활용했다. 김진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국어학자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장, 이호영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 등이 함께한다. 2022년 8월 대한후두음성언어의학회지에 ‘훈민정음 음성학’이라는 제목으로 논문 두 편을 발표했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훈민정음 해례본 제자해의 음성학적 연구서 『훈민정음 음성학』을 지난 1월 펴냈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에서 강의했더니 흥미롭다는 반응이었어요. 연구비 지원을 받아서 MRI를 이용한 동영상 등을 추가로 확보한다면 더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겠지요.”

70대지만 자세는 꼿꼿하고 음성은 나직했다. 좋은 목소리의 비결은 노래다. 교회 성가대에서 활동하면서 가곡, 성악곡 등도 즐겨 부른다. 요즘 가장 즐겨 부르는 곡은 홍난파가 작곡한 ‘사공의 노래’다. “이제 칠십인데 아직 거뜬합니다. 앞으로 5년은 더 현장에서 일하고 싶어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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