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부끼는 중국 오성홍기. ⓒ뉴시스·여성신문
바람에 나부끼는 중국 오성홍기. ⓒ뉴시스·여성신문

미국 여론조사 업체 ‘퓨리서치’가 2021년 17개국을 대상으로 중국에 대한 평판을 조사한 결과, 부정적인 견해가 역대 가장 높게 나왔다고 한다. 중국에 대한 가장 부정적인(unfavorable) 시각을 가진 나라는 일본으로 88%의 국민이 이 같은 시각을 갖고 있었고, 스웨덴(80%), 호주(78%), 한국(77%), 미국(76%) 국민들도 호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지 않다.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가깝거나 군사전략적으로 서로 예민한 관계가 있는 국가들이야 이해를 할 수 있겠지만,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고 군사안보적으로 대척점에 있지 않은 스웨덴은 어떤 이유에서 그럴지 궁금해진다.

사실 스웨덴은 중국이 공자학원 제도를 2004년 발표하며 세계의 유수 대학에 설치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스웨덴은 이듬해인 2005년 유럽에서 가장 먼저 스톡홀름대학에 공자학원을 설치할 정도로 중국문화에 대해 매우 호의적이었기 때문에 중국유학생에게도 우호적 개방정책을 추구해 왔었다. 대학이 있는 대도시에는 어디를 가도 중국유학생이 수백 명 씩 거주하면서 중국상점, 중국음식점, 그리고 차이나타운 등이 우후죽순으로 세워졌다. 2010년 볼보 승용차 부분을 중국 길리자동차에 매각해 경제적으로도 밀월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 때까지만 해도 중국의 학계, 경제계, 교육계의 스웨덴 진출은 양국의 건전한 발전과 양국 국민들의 문화적 교류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믿음과 신뢰가 자리 잡고 있었다.

스웨덴 국적의 중국 작가 납치 사건

하지만 중국이 스웨덴의 시민권자인 작가 계민해(桂敏海·구이민하이)를 중국공산당과 시진핑에 대한 비판적 글을 썼다고 해서 납치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귀민해는 천안문사태 이후 중국을 떠나 스웨덴에서 문학을 공부하고 박사학위까지 받은 후 스웨덴의 국적을 취득해 체류하고 있었지만, 2015년 10월 태국에 가족휴가를 떠났다가 행방불명이 된 복수국적자였다. 스웨덴 정부는 백방으로 그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허사였다. 그런데 그 다음 해 1월 중국의 CCTV 에 등장해 경악하게 만들었다. 스웨덴은 자국시민권자를 체포한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자, 인권탄압이라는 이유로 강력하게 항의하면서 석방할 것을 요구했지만 중국은 한술 더 떠 자국민으로서 체제 비판과 국가원수에 대한 모욕죄로 사형에 처한다고 판결을 내려 현재 아직 생존 자체가 파악이 되고 있지 않은 상태다.

중국과의 관계가 더욱 악화되기 시작한 것은 다름 아닌 중국여행객들의 무례한 행동과 불법적 행위였다. 2018년 중국 관광객이 호텔에서 무리한 요구와 고성과 함께 요구하다가 퇴장명령을 거부하자 호텔 안전 직원에 의해 들려 쫓겨나는 사건이 벌어졌다. 제보를 받은 중국의 언론이 본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사건이 커지자 중국대사관이 개입해 공식사과를 요구했지만 호텔측은 도리어 고성과 안전의 위협 때문에 다른 손님들이 피해를 본 이유로 고객과 중국대사관 측의 사과를 요구하는 사태로 번지면서 외교적 문제까지 비화한 사건은 중국과 중국관광객에 대한 스웨덴 국민들의 부정적 이미지가 더욱 고착화 되었다. 이와 함께 스웨덴 국영TV인 SVT의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떼를 쓰고 막무가내인 중국문화를 희화한 방송을 내보내자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가장 우호적 관계에서 적대 관계로

이러한 일련의 불미스러운 관계는 2019년 스웨덴에서 활동하고 있었던 공자학원을 폐쇄하고 모든 교수와 연구원을 추방하는 조치를 취하고 난 후 더욱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스웨덴은 중국정부의 사상적 지침이 학문의 자율과 사상적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폐쇄했지만, 중국은 미국의 사주에 의한 줏대 없는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그 와중에 2020년 7월 스톡홀름 외곽에 있는 왕실저택을 무단촬영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왕실건물은 보호구역으로 설정되어 촬영을 금지하는 안내판이 곳곳에 있었지만 중국관광객이 고의적으로 촬영을 한 것이었다. 경찰이 출동해 현장범으로 체포했지만, 중국 대사관은 자국관광객의 인권탄압이라는 명목으로 외교부에 항의하는 등 고압적 자세로 일관해 나갔다.

스웨덴 국민들이 중국에 대해 매우 부정적으로 돌아선 배경에는 학문적 활동까지 국가의 통제 하에 두고 친중파의 확보와 공산당 이념을 전파하는 국가주의도 한 몫 했다면, 중국관광객들의 안하무인격인 행동과 질서파괴 행위, 무법적 도촬 등이 더욱 악화시킨 이유라 할 수 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 투자자와 관광객에 의존적인 부동산, 관광, 유통, 뷰티산업 등이 긍정적 효과를 간과할 수 없다는 논리도 중요하지만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의 가치와 인권의 측면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면밀하게 잘 살펴보아야 할 시점이다. 중국 관광객 뿐 아니라 중국인 거주자들과 투자자들의 동선과 인맥활동 등을 세심하게 관찰해야 할 것이다. 특히 자율적 학술기관이라 할 수 없는 공자학원에 대한 폐쇄를 빠른 시일에 검토해 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민주주의가 잘 구가되고 있는 국가로 공자학원을 유럽에서 최초로 개설할 정도로 중국과 가장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던 스웨덴이 돌아서게 된 배경을 곱씹어 보아야 할 것이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여성신문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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