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회장의 모친과 여동생 2인
“법정 비율로 상속 다시 나누자”
LG 측 “4년 전 적법하게 완료”

LG 트윈타워 전경 ⓒLG그룹
LG 트윈타워 전경 ⓒLG그룹

철저한 장자(長子) 승계 원칙으로 1947년 창립 이후 경영권 다툼이 없었던 LG그룹(이하 LG)에서 불거진 76년만의 상속 분쟁에 재계가 들썩이고 있다. LG에서 강조해온 서로 아끼고 화합한다는 뜻의 ‘인화(人和)’ 정신이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가부장적인 장자 승계 원칙으로 경영 참여에서 배제됐던 여성 구성원들이 이번 소송을 계기로 권리 찾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의 배우자이자 현 구광모 회장의 모친인 김영식 여사와 여동생들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가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재산을 다시 분할해야 한다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구 선대회장이 보유했던 LG 주식을 법정 비율대로 나눠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지주회사인 LG 지분율 분산과 이에 따라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구광모 LG그룹 현 회장은 지난해 7월 법정 상속비율(배우자 1.5 대 자녀 1인당 1)에 따라 상속을 다시 해야 한다는 골자의 서류를 김영식 여사와 여동생들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 측으로부터 전달받았다. 

법조계에서는 지난 2018년 5월 구 선대회장 별세 이후 같은 해 11월 상속 절차가 마무리된 상황이어서 제척 기간(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법정기간) 3년이 지나 현 시점에서 소송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당시 상속인들 간에 5개월에 걸쳐 수차례 협의 끝에 합의를 이뤄내고, 재산분할 협의서까지 작성했다는 점에서 다시 재산 분할이 가능할지 법조계에서는 의문을 제기한다.

LG가는 고 구인회 창업회장부터 고 구자경 명예회장, 고 구본무 회장을 거쳐 현재 구광모 회장에 이르기까지 장자 승계가 원칙이었다. 이 같은 원칙에 LG가에서는 경영하는 딸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장자 승계가 LG뿐 아니라 국내 대기업에서는 기본 원칙처럼 내려왔다. 재계에서는 이번 분쟁이 가부장제 위력이 여전한 한국 사회에 또 다른 신호탄이 될지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뿐 아니라 딸들의 경영 참여도 과거보다 활발해질지도 이슈다.

LG가에서 경영 활동이 가장 눈에 띄는 딸은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이었다. 구지은 부회장은 고 구자학(구인회 회장의 3남) 아워홈 창업주의 3녀다. 구 부회장은 2004년 외식사업부 상무로 시작해 부사장까지 승진했다.

구 선대회장의 별세 후 장남 구광모 회장과 부인 김영식 여사, 장녀 구연경 대표, 차녀 구연수씨는 5개월간 수차례 협의를 거쳐 상속 재산 분할 합의를 이뤄냈다.

구 선대회장이 남긴 재산은 LG 주식 11.28%를 비롯해 총 2조원 규모다. 상속인 4인인 구 회장과 세 모녀는 수차례 협의를 통해 LG 주식 등 경영권 관련 재산은 구 회장이 상속받았다. 김 여사와 두 여동생은 LG 주식 일부와 선대회장의 개인 재산인 금융투자상품, 부동산, 미술품 등을 포함해 5000억원 규모의 유산을 받기로 합의했다.

경영권 관련 재산인 LG 지분은 모두 구 회장에게 상속돼야 했으나, 구 회장이 다른 상속인 3인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구연경 대표와 구연수씨가 각각 LG 지분 2.01%(당시 주가 3300억원), 0.51%(당시 주가 830억원)을 상속받기로 합의했다.

이에 상속 절차는 2018년 11월 완료됐고, 세무 당국 신고와 공시를 끝냈다.

세 모녀의 소송제기와 관련해 LG는 지난 10일 “선대회장이 남긴 재산에 대한 상속은 고인 별세 이후 5개월 동안 가족 간 수차례 협의를 통해 법적으로 완료된 지 4년이 넘어 이미 제척기간(3년)이 지나서 문제를 제기하는 데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모녀 측은 이번 분쟁은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 ‘상속권 침해’에 주안점을 뒀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세모녀 측은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 상속 과정에서 있었던 절차상 문제를 바로 잡으려는 것”이라고 했다.

구 회장은 구 선대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친아들이다. 구 선대회장이 불의의 사고로 외아들을 잃은 뒤 그룹 전통인 ‘장자 승계’ 원칙을 지키기 위해 지난 2004년 양자로 입적됐다. 김영식 여사는 구 선대회장의 배우자이며 장녀 구연경 대표와 차녀 구연수씨는 구 선대회장의 친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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