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제20회 미지상]
김은미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조사제1부장
대검 양성평등정책담당관 지내
“좋은 검사 되려면 다양한 삶에 관심 가져야”

김은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여성아동조사제1부장이 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사무실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김은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여성아동조사제1부장이 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사무실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광역단체장 성범죄 고발’의 도화선이 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을 맡아 실형을 끌어냈다. 대검찰청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을 맡아 검찰 내 성희롱 피해자 보호, 양성평등조직문화 확산을 위한 교육·제도 개선에도 힘썼다. 최근 경찰과 협력해 스토킹 전수조사·범죄 대응에 앞장섰다.

주요 이력만 보고는 위엄 있고 중후한 ‘부장검사’를 상상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만난 김은미 부장검사는 외려 수더분하고 친근했다. 편안하고 붙임성 좋은 말투에 인터뷰 내내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검사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건 2002년 사법시험 합격 후 시보 생활을 하면서부터였다. 2004년 서울북부지검 검사로 임관해 20여 년째 검찰에 몸담고 있다. “직접 범죄 혐의를 발견해 증거를 찾고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하는 것, 반대로 누명을 쓴 피의자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일,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자체가 재미있어 지금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얻었다’며 보낸 감사 편지, 고맙다며 음료수를 들고 찾아온 할아버지 이야기도 들려줬다. “스스로가 보잘것없게 느껴질 때, 내가 하는 일이 내 가족, 친구, 어려운 이웃의 편안한 삶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힘을 냈어요. 후배들에게도 내 일 자체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충실하면 최선을 다할 힘이 생길 거라고 말해줘요.”

2020년 부산지검 재직 시절 전국 최초로 발달장애인을 위한 형사사법절차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부산발달장애인지원센터, 부산장애인복지관협회, 부산지방변호사회 등 유관기관들과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변호사회는 전담변호사를 지정해 장애인 조사 등 지원을, 발달장애인지원센터와 장애인복지관협회는 장애인 교육·지원을, 검찰청은 조건부 기소유예 등 적정처분 및 피해자 지원의뢰를 하는 식이다.

“경찰에서 홀로 조사받아야 했던 발달장애인을 안타까워한 초임검사의 아이디어가 출발점이 됐습니다. 검사의 작은 관심과 노력이 지속가능한 제도로 만들어져 긍정적 변화로 이어진다는 데 큰 보람을 느꼈죠.”

김 부장검사는 “영화·드라마 속 부장검사는 나쁜 사람으로 묘사되는데 실제론 어깨가 무거운 중간관리자”라며 웃었다. “선후배 간 가교 역할을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후배들이 일을 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더 인정받도록 도우려고 합니다.”

검찰 인사 때마다 ‘여풍’이 분다고들 한다. 2012년 전체 평검사 중 32.61%(440명)였던 여성 검사는 2018년 이후 40%대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유리천장은 아직 단단하다. ‘검찰 양성평등정책 가이드북’을 보면 2021년 상반기 기준 여성 비율은 평검사 40.0%(562명), 보직을 맡은 고검검사 17.6%(69명), 검사장 5.0%(2명)로 올라갈수록 급감한다.

김 부장검사는 “과거에 비해 검찰 내 여성 검사들이 중요 보직이나 관리자로서 크게 활약하고 있고,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가 임관했을 땐 재경지검에 신임 여성 검사가 한 명씩만 배치될 정도로 여성이 적었습니다. 지금은 저희 부만 해도 저 포함 여검사 4명, 남검사 1명일 정도로 남녀 구분이 불가능하고, 무의미해지는 것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여성의 출산·육아·가사 관련 역할이나 책임이 더 강조되는 사회 분위기에서 젊은 여검사들이 남성들보다 어려움을 더 많이 느끼는 것 같아 안쓰럽습니다.”

후배들에게는 따뜻한 조언을 전했다. “우리 사회나 검찰 조직이 성별에 따라 검사를 구별하거나 다른 역할을 기대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지 끊임없는 노력으로 전문성을 갖추고, 올바른 판단을 하고, 피해자의 다친 마음까지 어루만져줄 수 있는 검사를 요구할 뿐이죠. 사회 전반에 대한 다양한 관심,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측은지심 없인 불가능합니다. 책, 영화, 주변 사람들을 통해 많은 경험을 쌓고, 단순 기록으로 보이는 현상이 아닌 감춰진 진실을 볼 수 있는 힘을 키우세요.”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