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교황후보의 가부장적 여성관련 문건에 큰 반발

여성주의 맹비난, 겸손·모성·인내 극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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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로마 교황청은 7월 말 '교회와 세계 안에서의 여성과 남성의 협력관계에 관한 서한'이란 문건을 전세계 가톨릭 교구에 전달했다. 이는 차기 교황 후보로 거론되는 독일 출신의 요제프 라칭어 추기경이 작성하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승인한 공식 문건으로 가톨릭계의 의견을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성명문의 성격을 갖고 있다.

교황청은 이 문건에서 “최근 몇 년간 여성주의가 남성과 여성의 관계를 적대적인 것으로 만들고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애매모호하게 희석했다”고 비판했다.

교황청은 특히 '가정과 사회, 인간관계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여성 고유의 가치'를 강조하고 이성 간 결혼의 의미를 높이 평가하면서, 여성의 사제 서품식에는 여전히 반대하는 보수적인 태도를 고수했다.

교황청이 문건 본문에서 제기한 우려사항 중 하나는 최근 몇 년간 여성주의가 힘을 얻으면서 사회와 남성에 대한 여성들의 태도가 적대적인 방향으로 기울어졌다는 점이다. 특히 가족구조의 균형이 깨지고 있다는 전제 아래 여성들이 가정과 사회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구축하고 남성들처럼 일종의 힘(Power)을 추구하게 된 상황을 염려할 만한 점으로 지목했다.

문건 곳곳에 성경구절을 인용한 교황청은 “듣기, 환영, 겸손, 충실, 칭찬, 기다림이 여성 고유의 특성”이라며 “이는 여성의 출산능력과 연관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여성의 사회적 진출을 간과할 수 없는 현실에서 가사노동을 비롯한 여성의 노동은 그에 해당하는 사회적 인정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교황청의 문건에 대해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 소속단체인 평신도사도직위원회 여성소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교황청의 가르침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집행할 뿐”이라며 자세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천주교인권위원회의 상임활동가 김덕진씨는 “교황청의 보수적인 여성관이 매우 걱정스럽다”고 말하고 “교회의 가부장적인 전통을 고수하려는 태도는 시대의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성신여대 여성학과 이수자 교수는 “이 문건은 내용이 모순적일 뿐 아니라 교회가 근대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면서 “여전히 구식의 여성성 개념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교회가 아직도 여성을 가정의 울타리 안에 얽매어 두고 여성의 희생만을 요구할 수 있는 권력을 갖고 있다고 믿는 것 같다”면서 “그러나 이러한 교황청의 보수적 태도는 이미 변화된 시대 상황에서 오히려 신도들의 반발을 유발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정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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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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