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로얄프라자 여필동 대표

'비법' 고집 않고 끊임없는 신메뉴 개발

연 150억 매출…외식업 '새 강자'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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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식당업이 아니다. 88 올림픽을 기점으로 외식산업으로 부각됐다. 기술과 전문경영, 정성이 들어가는 웰빙 서비스 산업이지요. 특히 한정식은 한국을 대표하는 상품으로 세계시장에서도 비전과 발전 가능성이 큽니다.”

외식업에 뛰어든 지 11년. 여필동(50) 서초로얄프라자 대표는 10년 전 다소 생소한 외식산업 연구과정을 연세대, 서울대 등에 개설할 것을 건의, 1기생으로 과정들을 수료하고 한국식생활학회를 발족, 외식산업 분야에서는 오피니언 리더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당시 동기생들이 놀부, 석파랑, 군산횟집 등 전국에서 내로라 하는 외식업체 사장들이었다.                                                       ▲<사진·민원기 기자>

서초로얄프라자, 매리어트 유황오리 코너, 한정식 전문점 자하문, 연회장 및 뷔페 산업 등 총 160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연간 매출 150억원을 바라보는 여사장이지만 출발은 쉽지 않았다. 고등학교 졸업 후 갓 스물을 넘긴 나이에 상경해 10년 동안 금세공 기술을 익히고 이후 보석상, 여성의류, 사우나 등 본격적인 물류유통사업을 일으켜 성공한 것을 발판으로 외식사업으로 발을 넓혔다.

- 최근에 새로운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안다.

“고객이 누구나 쉽게 들를 수 있는 식당 '장날'을 열었다. 얼마 전 화곡동에 이어 구이와 당산점을 열었고 올해 신촌, 강남 지역을 열 계획인데 반응이 좋다. '국밥' '냉면' '돼지고기 목살'로 메뉴를 단순화했고, 저녁 9시 이후 꼼장어 등 안주서비스를 내놓는다. 어렸을 때 시골에서 장이 열리면 꼭 아버지를 따라 나갔다. 그러면 겨우 돼지비계 두어 조각 떠 있을 뿐인데 장터 귀퉁이 한 구석에서 끓고 있는 큰솥에서 스며 나오는 국밥냄새가 발목을 잡았다. 손님들에게 그렇게 덤도 주면서 넉넉한 장날의 인심과 분위기를 전해주고 싶다.”

- 외식산업 분야에서 특히 요리비법 등을 이유로 외부에 성공전략이 잘 알려지지 않는데…

“'소탐대실'이다. 아무리 자기 혼자 잘 안다 하더라도, 남들과 공유하고 쓸 수 있어야 진정한 자기 것이 될 수 있다. 나는 신메뉴를 개발하기 전에 직원들과 지인들을 불러 품평회와 시식을 가지고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내가 아는 어느 냉면 전문점 사장은 아직도 부인에게조차 못 믿겠다며 육수를 우려내는 비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방법을 연구하고 남에게 알려주면 서로 발전하는 법인데, 혼자 알고 지내는 그는 아직도 휴가 한번 제대로 못 가고 일에 묶여 살고 있다. 고립과 피폐를 자초하게 된다.”

- 외식사업체를 운영하는 보람은 무엇인가.

“고객에게 '웰빙'의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일이 나와 가장 잘 맞는 것 같다. 최근에는 자하문이 인터넷 다음사이트에서 친절, 가격, 맛, 분위기에서 모두 1위를 차지, 자랑스런 한국음식점으로 선정됐다. 또한 '먹거리 외교'라고 하는데 민간외교관으로서의 자부심도 느낀다. 최근에 중국대사관을 통해 재중동포로는 처음으로 중국 인민해방군 최고위직인 상장과 인민정치협상회의(政協) 전국위원회 부주석을 역임한 조남기 장군이 자하문을 방문했다. 그 날 중국과 한국의 외교관계를 좌우하는 중요한 논의를 한 것으로 안다. ”

- 외식산업도 경기를 타는가.

“경기도 중요하지만 계절과 시간(주말)에 영향을 받는다. 지금 같은 때에는 자하문만 따져봤을 때 주말에는 천만원 이상, 평소에는 600만원 이상이 고정적인 수입이다. ”

- 앞으로의 계획은.

“프랜차이즈 '장날'을 낼 때, 특허를 가진 농심에서 이름 사용권을 가지고 오면서 체인점 200∼300개는 더 내겠다며 호언장담했다. 외식업이라고 해서 더 이상 국내에서만 머무를 순 없다. 첫째 딸이 식품영양학과에 재학중인데 외국 유명음식점처럼 가업으로 물려줄 생각이다. 또 젊었을 때 상경해 어렵게 야간대학에서 사회복지학 노인분야를 전공했다. 기회가 되면 노인복지사업도 해보고 싶다.”

■여필동 사장의 한국음식 성공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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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필동 대표는 “한국음식을 똑같은 재료로 만들어도 누가 얼마만큼의 정성을 들였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며 “외식사업은 꾸준한 인내심이 필요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1. 뜨거운 건 확실히 뜨겁게, 차가운 건 확실히 차갑게 하라

2. 한국음식은 '간'맛, 보편적인 입맛에 '간'을 맞추라

3. 한국음식의 뼈대는 발효식품. 발효는 과정이 중요하다

4. 좋은 재료가 좋은 음식을 탄생시킨다

5. '비법'일수록 공유해야 상호발전한다

6. 재충전과 아이디어 얻으려면 새벽시장 뛰라

감현주 기자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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