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거처에 자수박물관 세운 공예가 손인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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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공예가 손인숙씨의 바늘은 새벽부터 바쁘게 움직인다. 30년간 하루에 6시간 이상 작품구상에 매달려 온 손씨가 지난 4월 사재를 털어 자신의 거처에 자수박물관을 열어 잔잔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박물관은 아직 일반인에게까지 공개되진 않았지만, 한 땀 한 땀 작가의 숨결이 느껴지는 수백여 개의 자수 작품이 전시돼 있다.

“내 작품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이 많지만, 절대 팔지 않는다”며 상업성을 배제한 손씨는 “매년 똑같은 작품만 전시·보관되는 박물관에서 탈피, 봄·여름·가을·겨울 시즌별 특별기획전을 통해 나만의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보여줄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손씨는 1976년 이화여대 섬유예술과 재학 당시 김옥길 총장 주선으로 미국 독립 200주년을 기념한 독립선언문을 자수로 만든 작품을 미국독립기념관에 기증했다. 82년부터 지금까지 개인전 5회를 포함해 60여 회에 달하는 전시회를 열었으며, 손씨의 동생인 이화여대 손경숙 교수와 함께 2000년 자매 특별 기획전을 열어 주목받았다. 또 미국·중국·프랑스·요르단·터키 등 6개국에서 초대전을 가지며 국위 선양에 단단히 한몫을 했다고 자부한다. 봉황·기린·공장 등의 흉배, 옥·전복·엽전 등 우주와 자연의 섭리를 표현한 작품을 보고 간 사람들은 입을 모아 “전율이 느껴진다”며 탄성을 자아내는 것은 자수에 대한 그의 끝없는 열정이 묻어나기 때문이 아닐까.

외할머니, 어머니에 이어 3대째 자수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손인숙씨는 “나는 독보적인 자수 아티스트”라며 “앞으로도 자수를 통해 나 자신의 철학을 담는 '창조의 고통'을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조유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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