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시내에서 낙태 권리 지지자들이 대법원의 낙태 권리 폐기 판결에 항의하며 시위하고 있다. 미국 여론 조사 결과 미 국민 절반 이상이 임신중절(낙태) 합법화를 폐기한 미연방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미국을 '후퇴'시키는 결정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여성신문
26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시내에서 낙태 권리 지지자들이 대법원의 낙태 권리 폐기 판결에 항의하며 시위하고 있다. 미국 여론 조사 결과 미 국민 절반 이상이 임신중절(낙태) 합법화를 폐기한 미연방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미국을 '후퇴'시키는 결정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여성신문

세계보건기구(WHO)가 50년간 여성의 임신중절(낙태) 권리를 인정하는 근거가 됐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미국 연방대법원이 최근 뒤집자 “퇴보”라고 비판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29일(현지시간) 미국 대법원의 결정을 두고 “우리는 미국이 이 문제를 주도하기를 희망했었다. 그러나 이번 결정에 따라 많은 국가들이 미국을 따라 (낙태권을 폐기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모든 여성들은 자신의 몸과 건강에 대한 선택권을 가져야 한다”며 “안전한 낙태는 건강과도 직결된 문제다. 안전한 낙태는 생명을 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낙태권을 제한하는 것은 여성과 소녀들을 위험한 낙태 시술로 몰아넣는다. 합병증, 심지어 죽음을 초래할 수 있다. 증거는 반박할 수 없다”며 “안전한 낙태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것은 생명을 희생시키고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여성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WHO의 수석과학자인 숨야 스와미나탄 박사도 “인도에서 일하며 안전한 낙태를 할 수 있는 것은 생명을 구하는 조치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낙태의) 접근을 막는 것은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는 약을 거부하는 것과 같다. 몇몇 국가들이 역행하는 것은 불행한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는 이제 (미국 대법원의 결정에 따른) 영향을 목격할 것이다. 이 결정은 질병에 따른 사망률까지 증가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24일 미 전역의 24주내 임신중절을 헌법상 권리로 인정한 '로 대(對) 웨이드 판례(1973)'를 뒤집었고 이후 루이지애나, 미주리, 켄터키, 사우스다코타 등 13개주에서 낙태 금지법이 즉시 발효됐다.

이번 판결에 따라 향후 미국 50개 주 가운데 26개 주가 낙태를 사실상 금지할 것이라고 구트마허연구소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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