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화된 결혼사진 유감

'연출'된 추억 만들기에 과다비용 지출…

임신한 모습조차 당당히 드러낼 수 있어야

우연히 이웃집 아이 엄마의 결혼 앨범을 보게 되었다. 아이엄마는 시아버님의 배려로 매우 값나가는 결혼앨범을 갖게 되었다고 자랑했다.

사진을 보면서 무엇인가 단조롭다는 느낌이 들어 몇 번을 뒤적거렸다.

~B2-6.JPG

이야기를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결혼사진을 찍을 당시 아이 엄마는 임신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상반신을 찍은 사진이 대부분이었다. 아하 그랬구나! 신부가 임신을 하고 있었으므로, 상반신만 찍혀 단조롭게 느껴진 것이었다.

▲<사진·민원기 기자>

사진을 상반신만 찍은 것이 신랑신부의 의도였는지, 사진사가 알아서 한 것인지는 나는 묻지 못했다. 누구의 의도였든 순결하지 않은 신부를 허용할 수 없는 사회적 규범을 수용한 것이리라. 신랑신부의 사랑의 결실인 아이의 상징을 사진에서 감추어야만 했을 때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아이 엄마의 말에 따르면 촬영을 위해서 여덟 가지의 형형색색의 드레스를 가져 왔는데, 몸에 맞지 않아 두 벌만 입었노라고, 그것도 단추를 다 채우지도 못했노라고…. 자신의 몸에 잘 맞지도 않은 드레스를 입고 사진사가 요구하는 포즈를 취하며, 불어 오른 배를 감추느라 진땀을 흘리는 신부의 모습을 생각하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언제부터인가 결혼식에서 사진비용이 대폭 추가되고 있다. 예전에는 결혼식이 끝나고 난 후 신랑신부 사진을 비롯하여 가족, 친지, 친구의 사진을 몇 장 추가했을 뿐이었다. 요즈음에는 결혼식 이전에 야외촬영, 결혼식과 관련된 사진, 신혼여행까지 결혼의 추억을 아름답고 오랫동안 남기기 위해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이런 사진에 나타난 신부와 신랑은 과연 어떤 모습인가? 우리는 그 이미지를 너무나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야외촬영장에서 신랑과 신부는 아름다운 모습을 뽐내며 카메라 앞에 선다. 촬영에 들어가면 신랑과 신부는 사진사가 미리 정해놓은 코드의 시나리오를 따라 이러저러한 포즈를 취한다. 신랑과 신부의 개성은 어디에도 없다. 철저하게 이미지화된 상투적인 틀에 신랑과 신부의 얼굴이 바뀔 뿐이다. 어느 앨범을 보나 같은 포즈, 같은 앨범에서도 배경만 바뀔 뿐 동일한 이미지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는 비용을 절약하거나, 시간이 없는 신랑과 신부는 찍어놓은 사진에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얼굴만 바꿔놓아도 무리가 없을 듯이 보인다. 이쯤 되면 사진의 주체는 신랑과 신부라고 할 수 없다. 신랑과 신부는 사진의 주체이기보다는 찍힘을 당하는 자이며, 서투른 아마추어 배우일 뿐이다. 그것도 대부분의 신랑신부가 그 역할에는 적합하지 않은 배우다.

나이 많은 사진사, 나이 어린 사진사, 남자 사진사, 여자 사진사, 사진사는 모두 다른데, 사진의 이미지는 대동소이하다. 이 빌어먹을 이미지는 신랑신부의 개성도, 사진사의 개성도 아니다. 이것은 우리사회가 추구하는 이상적이고 바람직하고 아름다운 신랑신부의 이미지다. 나 자신이 아닌 이상적인 신랑신부로 찍히기 위해, 혹은 보이기 위해, 신랑, 신부, 사진사가 혼연일체가 되어 젖 먹던 힘까지 다 내어 용을 쓰고 있다.

!아름다운 신부의 모습을 떠올리면…

눈은 아래로 깔고, 다소곳이 고개를 숙인 채 신랑에게 기대고 있는 신부. 숲, 궁궐, 계단 등등을 배경으로 다양하게 옮겨가면서 앉아서 서서 누워서 다소곳이 고개를 숙인 채 신랑에게 사랑을 구걸(?)하며 “저를 행복하게 해주세요”라고 속삭이고 있다. 신랑은 넓은 어깨(?)로 감싸 안고, 당당하게 키스도 하며 연약한(?) 신부를 리드하고 있다.

이제 좀 당당해지자. 개성시대에 걸맞게 개성을 뽐내 보자. 나를 있는 그대로 사진에 남겨두자. 요즈음은 산악인은 산에서, 바다를 즐기는 사람은 해저에서 자신의 개성을 살리는 이색결혼식이 증가하고 있다.

결혼식장에서 하는 화려하고 상업적인 결혼식이 이색결혼으로 소개되는 날이 곧 오길 바란다. 그때가 되면 임신한 신부도 결혼사진에서 임신하지 않은 신부와 마찬가지로 당당하고 아름답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최선경 객원기자(줌마기자단)

choisk00@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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