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교육청, WTO 위배·예산부족 들어 반대

지난 3월 30일 서울시와 경기도에서 각각 14만, 16만여 명의 주민들이 학교급식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서명을 해당 지자체에 제출했다. 바야흐로 학교급식 조례제정운동이 전국적으로 봇물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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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학교급식조례제정운동이 WTO위배·예산부족 등으로 제정된 조례가 반려되거나 제소되는 등 위기에 처했다.

<사진·우리교육 최승훈>

하지만 지역의 조례 제정 과정은 결코 순탄치 못하다. 지난해 말 학교급식법 시행령이 개정되고 1월에는 교육부가 '학교급식 개선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갈등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무관심, 자치단체장이나 교육청의 반대 등으로 주민들의 조례 제정 요구가 외면받으며 심지어 제정된 조례마저 반려되거나 대법원에 제소돼 자초위기에 처했다.

충주에서는 주민 서명을 받아 조례안을 제출했으나 의회에서부터 거부됐다. 충북에서는 학교급식 조례안 청원을 요청한 진옥경 교육위원이 도교육위로부터 공개경고를 받는 우여곡절 끝에 조례가 제정됐지만 원안의 주요내용이 빠져 논란을 빚고 있다. 창원, 김해, 양산 등에서는 조례안이 도의회를 통과해 제정됐으나, 단체장이나 교육감에 의해 재의요청을 받고 반려되는 현실이다.

전북의 경우, 이미 도의회를 통과한 조례에 대해 교육감이 재의 요청을 해 도의회에서 재통과시켰지만, 교육청이 대법원에 조례 무효확인 청구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전국 곳곳에서 학교급식 조례 제정을 둘러싼 주민, 지방의회, 지자체, 교육청간 갈등이 증폭된 것이다.

교육 당국은 급식은 교육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했고 행자부·외교부 등 중앙 부처는 지역 농산물 사용이 WTO 협정에 위배된다고 반대했다. 지자체는 급식조례의 제정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다가 시행령 개정으로 법적 근거가 마련되자 WTO 위배와 예산 한계를 새로 문제삼는다.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이빈파 사무총장은 “대통령 공약인 학교급식법이 개정되면 급식이 교육 프로그램으로 포함되기 때문에 WTO 문제를 피해갈 수 있다”며 “하루빨리 급식법을 개정하고 학부모, 교사 등이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회 급식 소위와 지자체 급식관리지원센터를 제도화해 학교급식의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6대 국회 임기만료로 급식법 개정안이 폐기됐지만 학교급식법개정과조례제정을위한국민운동본부는 17대 국회가 구성되면 우리농산물, 직영급식, 무상급식 확대, 학부모 참여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다시 발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조례 제정 운동에 참여하는 단체들은 학교급식법 개정을 각당 총선 공약에 반영토록 요구하는 한편, 후보들로부터 급식법 개정에 대한 동의서를 받고 있다.

학교급식조례 제정 운동은 지난 2002년부터 사회 이슈로 부각됐으며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결성을 통해 활성화됐다. 지난해 9월 전남 도의회에서 처음으로 조례가 제정된 이후 경북· 전북 등 광역단체는 물론, 창원·김해·양산 등 기초자치단체 등 전국으로 확대됐다. 지역에 따라 주민 발의, 주민 청원에 따른 의원 발의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돼 조례 제정 운동이 풀뿌리 민주주의와 주민자치의 실현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선희 기자sona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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