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함장은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
직속 상관은 무죄 선고 원심 확정
대법 1·3부 '피해자 진술 신빙성' 두고 다른 결론

3월 2일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대법원의 성폭력 사건 장기계류를 규탄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3월 2일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대법원의 성폭력 사건 장기계류를 규탄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부하 여성 장교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해군 함장에게 군사법원에서 내려진 무죄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반면, 또 다른 가해자로 지목됐던 직속 상관에게는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31일 군인 등 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된 해군 함장 김모 대령(범행 당시 중령)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김씨의 행위 등에 관한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있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의심이 드는 일부 사정만으로 피해자 진술 전부를 배척한 원심 판단은 잘못됐다”고 밝혔다.

여성 장교 A씨는 지난 2010년 직속상관이었던 박모 소령은 “남자 경험을 알려준다”며 10여 차례 성추행하고, 2차례 성폭력 한 혐의로 군사법원에 기소됐다.

A씨는 지휘관(함장)이었던 김씨에게 자신의 피해사실을 알리고 구제를 요청하자, 김씨는 상담을 빌미로 A씨를 성폭력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발생 7년 뒤인  2017년 7월  A씨는 박씨와 김씨를 군 형법상 강간치상 등 혐의로 고소했고, 해군은 같은 해 9월 박씨와 김씨를 같은 혐의로 기소했다.

해군본부 보통군사법원은 그 해 박씨에게 징역 10년, 김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일로부터 오랜 시간이 경과됐는데, A씨는 기억에 남아있는 당시 상황들을 통해 범행 일시와 장소 등을 특정하고 있다”며 박씨 등의 혐의를 인정했다.

그러나 2심을 맡은 고등군사법원은 2018년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의 혐의를 증명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7년이라는 기간이 경과했다. 피해자 기억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날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이 잘못됐다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반면, 박씨의 상고심 사건을 심리해온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이날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한 정황이 있고 따라서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피고인의 유죄를 증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에는 수긍할 수 있는 면이 있으므로 원심의 결론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접한 시기에 같은 피해자를 상대로 저질러진 동종 범죄에 대해서도 각각의 범죄에 따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나 그 신빙성 유무를 기초로 한 범죄 성립 여부를 달리 판단할 수 있고, 이것이 실체적 진실 발견과 인권보장이라는 형사소송의 이념에 부합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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