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랑 산다] 인공지능이 나에게 거리두기를 한다면
[AI랑 산다] 인공지능이 나에게 거리두기를 한다면
  • 유재연 옐로우독 AI펠로우
  • 승인 2022.02.26 08:55
  • 수정 2022-03-03 20: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hutterstock
ⓒShutterstock

몇 년 전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여든 넘어 몹시 배우고 싶어 했던 것이 있다. 영어와 컴퓨터다.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마다 시니어를 위한 기초 컴퓨터 교육을 시행했고, 할머니는 그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결국 스마트폰은 몇 번 써 보지 못했다. 손이 떨려 미끈한 액정의 아이콘들을 잘못 누르기 일쑤였고,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목에 걸고 다니기에 기계들은 무척 무거웠다.

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는지는, 그동안 기술에서 꽤 소외돼왔던 연령대가 얼마만큼 그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지를 보면 조금은 알 수 있다. 외할머니가 기계 다루기를 두려워하던 그 몇 년 전보다도, 기술은 2022년 현재 더 가파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다. 시니어 연령대, 그중에서도 적극적인 편인 분들은 쌈짓돈도 벌 겸 데이터 라벨링 사업에 뛰어들어 급히 변하는 세상을 목도한다. 기술에 대한 이해도도 많이 올라갔다. 유튜브가 어떤 식으로 콘텐츠를 추천해 연달아 재생하는지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아는 분들도 많아졌다.

낯섦과 신기함, 공포의 대상이던 인공지능 기술은 이제 꽤 많은 부분에서 여러 군의 사용자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 사용자군이 다양해지기도 했거니와, 사용자 패턴을 학습하는 일종의 유저모델링(user modeling) 또한 워낙 잘 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나 성별, 사는 곳만으로 파악할 수 없는 정보는, 사용자가 주로 머무르는 웹사이트 정보나 눌러보는 콘텐츠, 구입하는 상품 등의 여러 데이터를 가져다 세분화할 수 있다. 예전처럼 “50대, 경기도 의정부시 거주, 여성” 같은 군 대신, “하루에 뉴스 기사를 최소 30개 이상 눌러보고 오래 읽으면서 쇼핑의 간편 결제 기능을 부담 없이 쓰는 ‘정보 친화적 + 시간 절약 패턴의 고객군’” 같은 것으로 굉장히 디테일하게 사람을 묘사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타깃 마케팅의 장애물도 많이 늘었다. 개인정보보호나 데이터 무단수집금지 같은 규정이 강화됐고, 그러니 플랫폼들은 자신들의 서비스 안에서 더 많은 클릭과 스크롤을 해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는 방안들을 고민한다. 여기에 탄소 제로 움직임까지 겹치며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 최적화 알고리즘에 대한 필요도도 상당히 올랐다. 그러니 인공지능 기술은 더욱 효율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그러면서도 사용자의 만족도는 올리는 방식으로 온갖 방법을 동원해 그 성능을 키우고 있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데이터에 대한 권리를 강조하는 ‘마이 데이터’ 사업은, 그런 의미에서 단순히 규제라기보단, 오히려 업체들에게 기회가 되고 있다. 통합된 데이터를 가져다 더 잘 학습시켜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한 금융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됐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모델이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데이터에 대한 권리도 영리하게 활용하면서 이러한 최적화된 인공지능 기술들을 쓰고 있다고 봐야 할까? 개인적으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충분히 데이터를 생성해내는 경제적 여건, 최신 기술을 알게 모르게 쓰고 있는 사회적 활동, 남들 쓰는 것은 써 볼 수 있는 문화적 배경이 되지 않으면 도리어 기술로부터 소외될 수 있다. 누구나 통신 서비스를 5G 무제한 요금제로 쓰는 것은 아니다. 통신이 끊어졌다는 이유로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해당 매장의 특정 혜택을 받지 못하고 고스란히 모든 값을 다 지불할 수 있다. 누구나 배달권에 사는 것은 아니다. 통계적으로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것의 효과가 높다고 보고 내린 정부의 지원금 결정에서 자연스럽게 배제되는 이들이 생긴다. 누구나 초고화질의 카메라가 장착된 스마트폰을 쓰지는 않는다. 피부 나이 측정이니, 화장품 추천 서비스니 하는 알고리즘에서 다소 떨어지는 결과를 자연스레 받게 된다. 신체적으로 조금 다른 모습을 가졌다고 해서 이미지 인식 알고리즘의 ‘불인식’을 겪어야 할 이유 또한 없다. 그러나 그러한 일은 종종 벌어진다.

세상의 이 빠른 변화를 같은 호흡으로 쫓아갈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사람들은 밥 한 끼를 먹는 데도 정보가 모자라 상대적으로 더 큰 비용을 지불하게 되는 일이 벌어진다고 얘기한다. 사용자들에게 꽤 훌륭한 성능의 알고리즘이 제공되고 있다고들 하지만, 정작 그 알고리즘들에 의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밀려나는 사람들도 많다. 인공지능과의 거리두기는, 나를 편하게 하는 많은 것들을 잃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이 사람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지, 그리하여 나와 인공지능의 거리에 대한 사회적 격차 또한 더욱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기술이 세상에 임팩트를 준다는 것의 기반에는, 다양한 사회, 경제, 문화적 배경의 사람들을 포괄할 수 있는 기술 사용 환경 또한 고려돼야 할 것이다.

유재연 옐로우독 AI펠로우
유재연 옐로우독 AI펠로우

소셜임팩트 벤처캐피털 옐로우독에서 AI펠로우로 일하고 있다.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분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주로 인공지능 기술과 인간이 함께 협력해가는 모델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AI랑 산다>는 장밋빛으로 가득한 AI 세상에서, 잠시 ‘돌려보기’ 버튼을 눌러보는 코너다. AI 기술의 잘못된 설계를 꼬집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AI 기술과, 그 기술을 가진 이들과, 그리고 그 기술을 가지지 못한 자들이 함께 잘 살아갈 수 있을지 짚어 본다.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의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