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위주 공급정책 대신 친환경적 수요관리정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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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만 해도 외국여행의 에피소드 정도였던 물 사먹는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보편화됐다. 하지만 편의점에서 500원짜리 물 한 병을 사들며 비싸다는 생각은 안 한다. 매일 아침 샤워를 하고 저녁에는 요즘 유행하는 반신욕을 즐긴다. 수도꼭지만 틀면 쏟아지는 물이 지척이다. 갈라진 땅과 마른 샘은 사진 속 먼 나라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 당연해 보이는 모습들이 불과 한두 해 뒤면 그립고 절실한 과거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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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신체의 70% 이상이 물인 존재다. 내적·외적으로 물과 긴밀하고 지대한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 전쟁보다 큰 재앙으로 예고되는 물 부족과 오염의 위기 앞에서 물이 인간을, 인간이 물을 살리는 메커니즘을 성찰하고 대안을 깊이 고민해 볼 때다. <자료제공·환경부>

3월 22일은 제12회 '세계 물의 날'이다. 지난 93년 점점 심각해지는 물 부족 문제와 수질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유엔 총회에서 기념일을 제정한 것이다. 올해의 주제는 '물과 재해(Water and Disasters)'로 물 부족 국가에 꼽히는 우리나라의 물 문제의 심각성을 돌아보게 한다.

2006년, 우리나라는 연간 1억 톤 이상의 물 부족 시대를 맞게 된다. 건설교통부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 따르면 2011년부터는 연간 18억 톤의 물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미 우리나라는 인구증가와 집중으로 물 부족 국가에 꼽히고 세계는 물 부족과 수질 오염의 심각성에 직면하고 '물 전쟁'의 시대를 살고 있다.

물 부족 문제는 깨끗하지 않고 안전하지 못한 물 문제로 직결된다. 매년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의 10배에 달하는 500만 명의 인구가 물과 관련된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다. 20억 명 인구가 말라리아의 위험에 노출돼 있고 40억 명이 설사병을 앓고 있다. 또한 물 부족은 식량생산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전세계 식량의 절반을 생산하는 중국, 인도, 미국의 지하수면은 갈수록 낮아진다.

인도는 지하에서 뽑아 올리는 물의 양이 대수층에서 흡입되는 빗물 양의 배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제 물 관리연구소는 이 같은 대수층의 고갈로 인도의 곡물생산은 최고 1/4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이 생명'이라는 문구는 사막의 나라, 중동이나 제3세계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절실해졌다.

우리 정부도 물 부족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댐 건설 등 개발 위주의 기존 물 공급정책만의 한계를 깨닫고 '수요관리'의 측면에서 접근을 시작했다. 2000년 '물 절약 종합대책'을 세워 2006년까지 7억 9천만 톤의 물을 절약하기 위해 절수기기와 중수도 설치 확대, 절수형 수도요금체계 도입, 노후 수도관 교체, 물 절약 교육사업 등을 추진해 온다. 또한 정부는 지난 16일 환경단체, 공무원,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이는 '물정책포럼'을 발족하고 물 관리의 협력, 참여, 실천방안 등을 모색해나갈 방침이다.

환경단체에서는 지속적으로 정부의 댐 건설을 통한 물 공급정책을 비판하며 환경친화적인 물 공급 방안과 수요 관리를 요구해 정부 물 정책의 변화를 이끌어왔다. 최근 환경연합은 물 정책개혁 전문운동을 펼칠 '물 위원회'를 발족하기도 했다. 이 위원회는 정부의 물 정책을 환경친화적으로 개혁하고, 시민들의 물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활동을 펼칠 방침이다.

김선희 기자

sona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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