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누드는 또 다른 포르노

성폭력 피해여성, 성적 이미지와 연결시켜 바라보는 성문화
'위안부' 누드 사태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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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이승연씨의 누드 파문은 누드 산업과 남성 섹슈얼리티의 결합이 내놓은 기형적인 산물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한 주 탤런트 이승연(36)씨가 촬영한 누드 화보집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호기심을 잔뜩 자극하며 공개된 누드 프로젝트는 사건이 터진 지 나흘 만에 기획자의 삭발식과 함께 한 화보 촬영 중단, '위안부'여성들에 대한 이씨의 공식 사과로 일단락 됐다.

“할머니들의 아픔에 동참하고 싶었다. 수익금을 기부하겠다”는 이씨와 기획사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위안부' 여성들의 아픔을 상업화하는 '누드 상술의 극치'라는 비난 여론이 일파만파 확산됐기 때문이다.

'위안부'여성과 관련해 유례 없는(수요 시위 때도 볼 수 없었던) 취재경쟁을 낳았던 이씨의 누드 파문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초기 누드 촬영으로 사회 각계에 파문이 일자 이씨와 네띠앙 엔터테인먼트측은 “누드가 아니다”는 주장을 연발했고, 주변에선 “상황인식을 잘 못하고 있다”며 이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웃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우리 사회에서 성적(sexual)인 것이 얼마나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통용되고 있는지 말해주는 부분이며, 평소 당당하고 도발적인 이미지를 자랑했던 이씨의 성적인 욕망이 남성들의 자본과 기획, 소비로 일관된 누드 산업 시스템 속에서 보기 좋게 어긋나는 순간이었다.

사실 상품화되거나 남성들의 눈요깃감으로 전락하지 않은 여성의 몸은 보는 이에게 즐거움을 준다. 남성들의 근육질 몸에서 느껴지는 위압감과는 또 다른 '파워'를 느끼게 한다.

평소 남자 친구와의 관계를 공개하고 성적인 담론에 대해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던 이씨에게 이를 기대했음은 무리일까. 뚜껑을 열고 봤더니 그의 욕망과 몸이 전혀 당당하지도, '파워'있게 다가오지도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그의 '벗음'이 포르노의 맥락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가 촬영한 사진들은 남성들의 성적 욕망, 성적 판타지가 요구하는 여성상을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다. '위안부'라는 여성에게 섹슈얼한 이미지를 덧씌우고 그것을 읽어내고 소비하는 남성들의 성적 판타지 말이다.

이는 성폭력 피해 여성을 성적인 이미지와 연결시켜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성문화와 무관하지 않으며, 스팸 메일 한두 개만 열어 보아도 굴욕적인 문구와 포즈에 뒤덮인 여성들을 일상적으로 보게 되는 문화와도 연관이 있다.

동시에 이는 온통 남성들의 성적 욕망으로 넘쳐나는 각종 포르노 사이트가 우리 사회가 '여성성'으로 규정한 '수동적'이고 '매저키즘적'인 방식으로 여성의 성적 욕망을 구현하는 방식과 맥이 닿는다.

남성들이 강간당하는 여성의 이미지를 소비하고 현실에서 권력관계를 확인하며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남성'으로 거듭나는 일련의 과정에서, 이씨는 너무도 당당한 자세로 주연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번 누드 파문에 남성들의 성적 욕망을 모바일 인터넷 등 새로운 매체에 발 빠르게 흡수시킨 성상업주의와 이들을 부추긴 매체 상업주의가 크게 작용했음을 지적한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신혜수 상임대표는 “이씨가 일본군 앞에 쪼그려 앉아 있는 모습이나 게이샤 복장을 한 모습은 일본인들에게 심리적 우월감을 준다. 이는 일본 시장을 겨냥한 상업적 목적을 확연히 드러내는 부분”이라 지적했다.

'위안부' 누드. 그 발상 자체가 새로운 흥행모델로 급부상한 누드 산업이 과잉된 남성 섹슈얼리티와 결합하면서 만들어낸 기형적인 산물이다. 성적인 것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과잉집착, 나아가 남성들의 성적 욕망이 갈 데까지 가는 것이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퇴폐적이다''향락적이다'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지금의 현상들은 이번 '위안부'누드 파문으로 쉽게 종결되리라 보이지 않는다. 한풀 꺾이는가 싶다가도 다시 고개를 들 것이 분명하다. 이를 원하고 찾는 일련의 욕망이 있는 이상, '위안부' 누드를 가능케 한 우리 사회 저변의 문화를 바꾸지 않는 이상, 이는 영원히 소원한 일이다. 이제 누드 파문에 숨은 징후를 읽어야 할 때다.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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