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릴레이 인터뷰]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 이재명 경기도지사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 ⓒ홍수형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페미니즘에 대해선 “성평등을 이루기 위한 여성들의 입장이나 활동”으로 정의하며, “내 안의 가부장적 습성을 털어내고 공정하고 모두가 잘사는 미래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홍수형 기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은 내 전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57) 경기도지사는 15일 경기도청 회의실에서 진행한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특유의 자신감에 찬 간결한 어법으로 이렇게 말했다. ‘대장지구 개발’ 의혹에 대해서도 “칭찬받을 일”이라며 맞받아쳤다. 확신이 있으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정면 대응하는 모습이 ‘이재명스럽다’.

시원시원한 화법으로 공정을 강조하는 이 지사는 청년층의 환호를 받고 있으나, 2030 여성 지지율은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20대 여성’이 이재명의 최대 아킬레스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딱딱하고 마초적이라는 느낌과 저를 둘러싼 구설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게 이 지사의 자체 분석이다. 이런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실제로 성평등 정책을 만들고 실천하기 위해 이 지사는 여성선대본부를 독자적으로 조직했다.

이 지사는 대표 공약인 전환적 공정성장, 기본시리즈(기본소득·주택·금융), 청년정책에 이은 여섯 번째로 성평등 공약을 발표했다. 육아휴직 확대, 청소년 생리대 보편지원, 스토킹처벌법의 반의사불벌죄 조항 폐지, 채용차별을 없애기 위해 고용공정위원회(가칭) 설치 등 재생산 건강권부터 디지털 성범죄 근절, 채용 성차별 대응까지 모두 청년 여성들의 눈높이에 맞췄다.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도 “존재를 이유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냈다.

이 지사는 최근 잇따르는 페미니스트에 대한 공격을 “한정된 기회나 자원을 두고 경쟁을 하다 보니까 격화되며 ‘의자 뺏기’를 하고 있다. 매우 슬픈 일”이라고 규정했다. 페미니즘에 대해선 “성평등을 이루기 위한 여성들의 입장이나 활동”으로 정의하며, “내 안의 가부장적 습성을 털어내고 공정하고 모두가 잘사는 대동세상(함께 존중하고 어우러져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유를 무엇이라고 보나.

“이제는 스펙이나 형식, 경륜보다 어떤 정치인이 내게 도움이 되느냐에 더 관심이 높아졌다. 정치가 삶에 직결된다는 것이 저와 들어맞은 것이다. 제가 조금이나마 인정받는 이유도 성남시, 경기도에서의 정책이 ‘내 삶에 도움이 된다’고 국민들이 체감했기 때문이다. 무료 교복, 무료 급식, 어린이집 국산 과일 공급, 지역화폐 활성화를 추진하며 성과를 냈다. 이게 쌓이며 시·도민들이 정치에 대한 효능감을 느끼고 성남시민, 경기도민이라는 귀속감과 자긍심도 생겼다. 이제 이렇게 새로운 스타일로 나를 위한 나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유능한 대통령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나는 그게 시대정신으로 읽힌다.” 

-새로운 시도를 할 때 반발과 저항에 부딪칠 텐데.

“유연하지 않으면 많은 비용이 든다. 싸움도 이득이 될 수 있다. 계곡정비사업을 생각해보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방법은 강제 철거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경험해보니 강제 철거는 상처가 남고 다시 복구된다. 10개월가량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대안까지 마련해 추진했다. 업주들을 설득하고 옵션을 제시했다. 하나는 강제 철거하면 처벌받고 벌금도 내고 지원도 없다는 것, 다른 하나는 자진 철거하면 처벌하지 않고 지원도 해드린다고 했다. 99.7%가 후자에 동의하고 스스로 철거했다. 계곡정비사업에 대한 반발이 심했던 포천 백운계곡 업주들은 제가 대법원 판결을 기다릴 때 무죄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내줬다. 대장동 개발도 칭찬 받을 일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게 제 전문이고, 진인사대천명이 좌우명이다. 정치인들은 보통 국민을 자신보다 정보도 적고 네트워크도 뒤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국민의 집단지성은 무섭다. 귀 5000만개, 눈 1억개가 정치인을 지켜본다. 왜 민심을 천심이라 하겠는가. 지난 대선에서 제 역할은 페이스메이커였다. 그런데 지지율이 오른 것이 제 실력인 줄 알고 교만한 마음을 먹고 문재인 당시 후보를 제쳐보려 한 것이다. 국민들이 바로 알아챘고 바로 지지율이 떨어졌다. 이제 안다. 최선을 다하고 국민들의 결정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모두 운명이다.”

-추진력은 있지만, 즉흥적이라 불안하다, 타협과는 거리가 멀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저는 즉흥적이지 않고 필요할 때는 타협한다. 이순신 장군을 매우 좋아한다. 23전23승을 거둔 인류 해전사의 유일한 인물이다. 그 원인을 분석해보니, 이길 수 있을 때까지 철저하게 준비를 했다는 것이다. 이순신의 수군이 패하는 순간 조선의 운명이 끝날 수 있었기 때문에 절대로 져선 안됐다. 저도 비슷하게 정치를 해왔다. 살면서 체득한 것이다. 그래서 확신이 서지 않으면 싸우지 않는다. 공직을 하며 그 생각이 더 강해졌다. 정치인은 주권자 권한을 위임받아 행사하는 대리인이다. 국민의 일을 대리하는 사람이 남의 살림으로 자기 철학을 관철하려 하면 나쁜 사람이다. 대리인의 본질에 반하는 일이고. 실패는 비용이기도 하다. 포퓰리즘이다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한 번도 실패한 적은 없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홍수형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여성 임용을 늘리기 위해 임용 인재의 나이를 낮추려고 한다"고 밝혔다. ⓒ홍수형 기자

-가부장제 문화의 기득권과도 싸우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노력하고 있다. 다만 태생적 한계가 있더라. 어릴 적 가족이 밥을 먹을 때 아버지는 개다리소반에, 형제들은 그보다 낮은 상에서 밥을 먹는데, 어머니는 그릇을 바닥에 두거나 부엌에서 서서 밥을 드셨다. 그땐 뭐가 잘못된 줄도 몰랐다. 대학에 가서야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5.18 민주화 운동을 접하고 계급, 공정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남녀 관계도 일종의 계급이다. 그런데 노동과 자본의 관계보다는 체감이 떨어지는 거다. 제가 남성이다 보니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이 너무 많아서 그런 것이다. 그걸 부정하고 씻어내려 노력은 하지만 쉽지 않다. 몇 년 전 가부장적 습성을 떨어냈다고 생각하고 용감하게 ‘동상이몽(SBS)’에 나갔다가 놀림을 받았다. 그래서 더 노력하고 있다. 도정을 하며 공직자들에게 주어, 목적어에 ‘여자’를 쓰지 말라고 당부한다. 경기도 여성 공직 고위 공직자 비율도 늘렸다. 5급 승진자의 절반은 여성이다.”

-‘이재명 정부’에서 동수내각 가능한가.

“문재인 정부의 사정을 들어보니 여성 장관을 임명하고 싶어도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고 한다. 변명일 수도 있지만 현실이기도 하다. 저는 여성 임용을 늘리기 위해 임용 인재의 나이를 낮추려고 한다.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공직 분위기와, 고위공직자는 나이 많아야 한다는 선입견이 여전히 남아있다. 동수내각을 목표로 하고, 내각의 세대도 낮추려고 한다.”

-중학교 입학 대신 공장에 출근한 소년공이 변호사, 지자체장을 거쳐 대권주자가 됐다. 계속 도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

“돌아보면 ‘넌 반드시 잘 될거야’라는 말 한마디, 어머니의 기대가 날 여기까지 이끌었다. 어머니는 ‘얘 잘 키우면 호강한다’는 점바치(점쟁이)의 말을 전하며 제게 기대를 하셨다. 월급 7만원을 받으며 공장 다니고 검정시험을 보고, 대입을 준비할 때도 ‘난 잘 될거다’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늘 절벽과 난간을 걸어야 했고, 몇 번은 굴러 떨어지기도 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은 건 어머니의 기대와 ‘할 수 있다’는 무의식이 작용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기 때문에 조심하려고 한다. 부정적인 말은 사람을 좌절시키고 상처도 준다. ‘넌 안 된다’고 해버리면 상대는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리고 시도조차 하지 않을 수 있다. 소위 여성의 ‘유리천장’도 이것과 같다. 기회의 문을 열어주면 희망을 갖고 도전할 수 있게 되는 거다.”

-배우자 김혜경씨와의 만남은.

“제게 작은 꿈 두 개가 있었다. 아버지께서 시장 청소부로 일하셨는데 시장에서 썩기 직전인 과일을 얻어오셨다. 사과 스무 개를 한꺼번에 먹은 적도 있었다. 그래서 생긴 꿈이 과일을 냉장고에 넣어놓고 먹고 싶다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생맥주에 노가리를 실컷 먹는 거. 변호사가 되고 그 꿈을 이뤘다. 그런데 그렇게 살다보니 사람이 망가지더라. 어머니 조언이 ‘결혼을 해야 인간이 된다’는 것이었다. 가부장적인 사고였다는 점에서 시작은 불순했다고 할 수 있다. 1991년 8월에 만나는 사람과 결혼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변호사를 하며 무료로 이혼상담을 많이 했는데, 그때 깨우친 게 작은 것이라도 협력해서 뭔가를 이뤄가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이었다. 연애기간이 반드시 행복과 비례하는 것도 아니었다. 인생의 행복은 노력의 결과에 달린 것이니 조건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과감한 결정을 했다. 주변 소개로 5명을 만나기로 했는데, 세 번째로 만난 사람에게 첫눈에 반했다. 셋째 형수님의 어머님께서 소개였다. 만난 지 4일 만에 청혼했는데 답이 없었다. 그래서 건넨 것이 10년간 쓴 일기장이었다. 그걸 보면 차일 가능성이 더 높았지만, 내 인생을 다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일기를 본 아내가 결혼을 승낙했다. 인연이었던 거다. 나는 늘 아내에게 잘하려고 했고, 앞으로도 잘 하고 싶다.”

-왜 이재명이 대통령이 돼야 하나.

“공정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 위험을 감수하며 절벽 끝 난간을 걷는 이유, 그 원천은 무엇인지 되돌아봤다. 언론의 가짜뉴스 때문에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를 ‘폭도’로 알고 살았다. 대학에서 사실은 그 반대라는 것을 알고 제 자신이 한심하고 수치스러웠다. 그때 마음먹었다. 내가 살던 성남의 노동현장으로 되돌아가겠다고. 당시 만난 친구와 약속했고 지금도 함께 하고 있다. 이후 제가 선택한 모든 삶의 양식은 하나의 수단이었다. 소위 인권변호사가 내 삶에서 유용하다고 판단해 선택했고, 형식적 민주주의가 확보된 뒤에는 실질적 민주주의를 위해 시민운동에 뛰어들었다. 노무현 정부 때는 훨씬 더 유용한 수단으로 성남시장에 도전했다. 성남시장 도구보다는 훨씬 더 좋은 도구가 경기도지사였고. 성남시는 호미로 텃밭 농사 짓는 거라면 도지사는 쟁기로 밭 농사짓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동세상을 만드는 더 좋은 도구로서 대통령은 벌판에 트랙터로 농사짓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도구의 성능이 좋아지면 그만큼 효율성은 올라간다.”

이 지사는 “진인사대천명(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하늘에 맡긴다)”을 좌우명이라고 했다. 공정한 대동세상을 만들기 위해 대통령이 되겠다는 그의 도전에 하늘의 답은 무엇일까.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8월 16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성평등 없이는 다양성이 존중되는 상생의 사회도 없다”며 성평등 공약을 발표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8월 16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성평등 없이는 다양성이 존중되는 상생의 사회도 없다”며 성평등 공약을 발표했다.

 

*이재명 표 ‘성평등 공약’은?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성평등정책은 △육아휴직 확대 △젠더폭력 대응 체계 구축 △고용 성평등 강화 △성과 재생산 건강권 보장 등 4개 주제를 뼈대로 한다.

먼저 이 지사는 “일하는 모든 부모가 걱정 없이 자녀를 함께 돌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전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에 따라 프리랜서·플랫폼 노동·특수고용·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점진적으로 육아휴직 소득대체율을 높여 아빠도 육아에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출산휴가·육아휴직 자동등록제'를 도입해 제도를 이용할 권리와 접근성을 높이고 사업주의 법정의무 준수 의식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디지털 성폭력 범죄를 대응하기 위한 컨트롤타워 설치, 디지털 성착취물이 유포되지 않도록 삭제 기술 개발 투자 확대, 스토킹처벌법의 반의사불벌죄 폐지도 약속했다.

여성 청소년 건강을 위해서는 11~18세 모든 여성에게 생리대 구입비를 지급하고, 여성 청소년 건강검진 항목에 생식건강 초음파 항목도 추가하겠다고 공약했다. 경기도에서 시행 중인 공공산후조리원 모델도 전국으로 확대할 뜻을 밝혔다.

노동위원회 산하에 ‘고용공정위원회(가칭)’를 설치 해 일터 내 성차별·성희롱 피해를 실질적으로 구제하고, 고용 평등도 강화한다는 구상도 내놨다. 고용노동부에 고용 평등 업무를 총괄하는 전담부서도 둔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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