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양궁 대표팀 안산 선수가 30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 결승에서 우승하며 시상대에 오른 뒤 손가락 세개를 펴보이고 있다. ⓒ뉴시스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 안산 선수가 30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 결승에서 우승하며 시상대에 오른 뒤 손가락 세개를 펴보이고 있다. ⓒ뉴시스

올림픽 양궁 단체전 금메달이 쏘아 올려졌을 때 한 가지 ‘논쟁’도 쏘아 올려졌다. 그 ‘논쟁’은 올림픽 금메달처럼 가치 있지 않았으나 유의미한 질문 정도로는 남을 수 있었다. 누가 여성의 행동을 제약하고 있는가?

7월 25일, 숏컷을 한 안산 선수가 등장하자 “숏컷을 한 사람들은 페미이기에 안산 선수는 페미이다.”라는 주장이 퍼지기 시작했다. ‘논쟁’이라는 이름이 붙을 것도 없이 우스꽝스러운 촌극으로 끝나야 했던 이 일은 금메달 박탈 운동과 외신 기사 보도로까지 이어졌다. 머리카락의 길이를 문제 삼던 이들은 안산 선수가 종종 사용하던 표현을 문제 삼았고 (오조오억, 웅앵웅) 해당 표현을 인터넷에서 여성 유저들이 많이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남성 혐오를 한다”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예견된 일이었다. 편의점 홍보 포스터에 소시지를 집어 올리는 손가락이 담긴 후 여성 디자이너가 일자리를 잃었을 때, 비슷한 이미지로 경찰을 비롯한 수많은 조직이 사과했을 때, ‘오조오억’, ‘허버허버’ 등이 ‘남성혐오’ 표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생겼을 때, 그 논란들이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주장으로 이어졌을 때부터 말이다.

‘오조오억’, ‘허버허버’, ‘웅앵웅’이라는 말이 ‘남성 혐오’를 위해 만들어진 언어라는 것에는 근거가 없다. 여성 유저들이 많이 쓴다고 그 말이 비윤리적인 언어로 낙인찍힐 이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손가락 포즈와 머리 길이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혐오가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구조에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다는 것을 고려할 때 ‘남성 혐오’라는 말 자체도 성립하지 않는다. 어떠한 누구도 ‘백인 혐오’, ‘사장님 혐오’, ‘비장애인 혐오’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결국, ‘남성 혐오’라는 억지는 ‘나쁜 여자’들을 교화하는 것이 아닌 모든 여자의 외모와 언행을 규율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능한다. 그것은 오히려 저항하는 여성이 아니라 남성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으며, 순종적인 여성을 만들기 위함이다. 그래서 이 유해한 음모는 반드시 저지되어야 한다.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면, 여성도 마음대로 행동하고 원하는 말투를 사용할 권리가 있다. 설령 그것이 남성의 기분을 해칠 수 있더라도 말이다.

이 유해한 음모를 확산하고, 그것을 이용하여 지지 받으려는 정치인들의 언사가 옹호되어서는 안 된다. “안 선수가 남혐 단어로 지목된 여러 용어들을 사용했던 것이 드러나면서 실재하는 갈등으로 변했다.”는 입장을 낸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도, 대선 준비 때문에 바쁘다며 대답을 피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마찬가지이다. 두 정치인 모두 여성의 머리 길이와 말투가 공격하고 있는지 남성의 권리가 무엇인지 영원히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허용될 수 있는’ 저항하지 않는 여성을 그렇지 않은 여성과 갈라치기 하는 언행은 모든 여성에게 해롭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안산 선수에 대한 괴롭힘은 계속되고 있다. 그렇지만, 그만큼 이 모든 것이 괴롭힘이라는 사실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많다. 쏘아 올려진 것은 금메달뿐만이 아닌 차별에 대한 저항이기도 했다. 안산 선수의 화살이 과녁을 뚫은 것처럼, 나쁜 여자들의 싸움도 차별을 관통해 나아가기를 바란다. 착한 여자는 남성이 만든 천당에 가지만 나쁜 여자는 어디든 갈 수 있다.

기본소득당 신민주 후보. ⓒ신민주 선거캠프 제공
신민주 기본소득당 서울상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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