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정치 선 넘기] 한 성의 정치 독점을 막는 성별할당제
[2030 정치 선 넘기] 한 성의 정치 독점을 막는 성별할당제
  •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 승인 2021.06.26 09:36
  • 수정 2021-06-26 09:36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가 기초선거에 출마했을 때는 아무도 여성이라서 안된다고 말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구청장 후보로 출마하니 다르더라고요. 여자라서 안된대요. 젊은 여성을 청장님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았던 거예요.”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사)한국여성정치연구소는 여성가족부 후원으로 17일 서울 중구 상연재 별관에서 제1차 심포지엄인 ‘페미니스트 정치와 동수(Parity)’을 개최했다. ⓒ한국여성정치연구소

한국여성정치연구소에서 주최한 ‘페미니스트 정치와 동수’ 심포지엄에 토론자로 온 황보승희 국민의힘 대변인의 말이다. 그는 여성의 정치참여를 확대하는 데 노력하겠다며 여성할당제 폐지가 논의된다면‘기회의 공정’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주의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참정권이다.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는 보통선거의 원칙을 지키며 국민이라면 누구든지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갖고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 이렇게 진정한 의미의 보통선거가 이뤄진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세계1차대전이 끝날 때까지만 해도 많은 나라의 여성들에게는 참정권이 없었다. 스위스의 경우 무려 1971년까지 여성은 연방 선거에 참여할 수 없었다. 이제는 민주주의의 성숙도를 판단할 때 중요한 기준이 바로 여성과 남성 모두가 참정권을 가지고 있느냐이다. 보통선거라는 가치를 얻기 위해 수백 년 동안 각국의 페미니스트들이 치열하게 싸움을 이어온 덕이다. 민주주의의 발전은 페미니즘 운동의 역동성과 함께 해왔다.

그러나 여성들은 투표권을 쟁취했지만, 권력의 성평등은 손에 넣지는 못한 것처럼 보인다. 적지 않은 나라의 의회가 한 성의 독점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 등 동북아시아에서 그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한국의 남성의원 비율은 81%로 성평등한 사회라고 평가받는 북유럽 국가인 스웨덴 53%, 핀란드 59%와 비교 했을 때 상당히 높다. 보통 선거가 민주주의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지금, 여성의 적은 정치참여가 비민주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지 몰라도 한 성만의 정치계 장악은 분명 민주성의 결핍을 나타낸다. 

평균연령 55.5세, 남성 81%, 평균 재산 40억. 현 국회의원의 평균이다. 이들은 과연 대한민국의 보통 국민을 대리할 수 있을까? 특정 정체성만 과다대표된 의회에서 여성의 삶, 장애인의 삶, 소수자의 삶은 계속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에서 스토킹의 정의를 논의하던 의원들이 ‘지속·반복적이 없으면, 불안감·공포 이런 게 없으면 우리 국회의원들은 (선거 운동할 때) 다 스토킹 범죄 하는 거예요’, ‘문자 다 돌리잖아’라고 웃으며 발언한 것을 떠올려보라.

황보승희 대변인이 몸소 말한 경험은 성별할당제의 필요성을 더욱 잘 말해준다. ‘여자는 안돼’를 반대로 말하면 ‘남자는 돼’이다. 여성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본인들의 능력을 더욱 증명해야 한다. 반대로 남성은 그런 잣대를 받지도 않을뿐더러 이미 가부장적 사회가 기대하는 위치에서 역할을 맡아왔기 때문에 경험을 쌓을 기회도 더욱더 많다. 공천과 지지를 받을 때도 차별적인 사회적 편견은 여성의 역량이 과소평가 되게 만든다. 물론 이런 사회적 편견에 대한 인정이 여성과 남성 후보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기준과 시도를 포기하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동시에 켜켜이 쌓인 구조적 문제를 개인이 풀기도 어렵다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저 인식변화에 맡기면 여성의 정치 참여율을 올리는데 너무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뿐만 아니라 권력자들은 여성뿐 아니라 청년, 장애인 등 소수자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기를 꺼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방편으로 성별할당제가 등장했다.

현재 80개가 넘는 국가가 성별할당제를 적용하고 있다. 프랑스 같은 경우 비례 뿐 아니라 지역구에서도 할당제를 적용하였고 이는 여성 의원의 급격한 상승을 끌어냈다. 할당제는 한 성의 정치 독점을 막는 것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질적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확인된다. 2017년 연구자들은 할당제를 도입한 스웨덴 사례에서 남성들 또한 자질을 질문받게 되었고 이를 통해 ‘그저 그런 남성들’이 퇴출되었다며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할당제가 도입되면서 불공정한 공천 과정의 개선도 일어났으며 각정당의 국회의원 후보가 정해지는 과정의 변화를 가져왔고 결과적으로 여성의원과 남성의원의 능력이 모두 향상되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할당제의 목표는 여성의원이 더 많이 느는 것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국회가 훌륭하게 국민을 대표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어떻게 뿐 아니라 누가, 어디서 결정하는지도 중요하다. 여성과 남성이 정치에 평등하게 참여한다면, 국회가 사회를 더 잘 반영할 수 있도록 구성된다면 한국의 민주주의는 특정 집단에 독점되지 않고 다양한 이들의 공존할 수 있도록 기능할 것이다.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의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마요츄 2021-06-26 10:51:15
신연희구청장도 있고 적절한 예시도 다 있는데
'여자라서 안된다?' 소설과 현실 좀 구분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