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도, 페미도, 아이 없어도...우리 결혼해서 행복해요
퀴어도, 페미도, 아이 없어도...우리 결혼해서 행복해요
  • 김규희 기자
  • 승인 2021.05.21 08:00
  • 수정 2021-05-21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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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해도 ‘나답게’ 사는 부부들
한국에서 레즈비언 부부로 사는 김규진씨 부부
일상의 성평등 위해 분투하는 페미니스트 신혜원씨 부부
“이대로 둘이 쭉 살아도 행복하다” 무자녀 최지은씨 부부
왼쪽부터 김규진씨 부부, 신혜원씨와 이은홍씨 부부의 책 『평등은 개뿔』, 최지은씨. ⓒ김규진씨·사계절·한겨레출판

남녀 한 쌍이 만나 아이를 낳고 오래오래 사는 것. 우리가 아는 부부의 모습이다. 그게 정답일까? 결혼해도 ‘나답게’ 살 수는 없을까? 여기 기존 결혼 문화에 질문을 품고 ‘이유 있는 반항’에 나선 부부들이 있다. 각각 퀴어, 페미니스트, 비출산이라는 키워드를 갖고 있다. 때론 파트너, 원 가족 혹은 사회와 갈등을 겪기도 하지만 이들은 서로를 존중하고,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면서 상황을 극복해나간다. 5월21일 부부의 날을 맞아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결혼 생활을 이어나가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부부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한국에서 레즈비언 부부로 삽니다 - 김규진 작가 부부

김규진씨 부부의 웨딩 사진. ⓒ김규진씨

여기 ‘한국 국적 유부녀 레즈비언’이 있다. 한국에선 성소수자가 혼인신고를 할 수 없다. 김규진씨 부부는 24시간 안에 동성결혼이 가능한 미국 뉴욕에 가서 혼인신고를 했다. 여권과 혼인 신청서, 증인만 있으면 혼인신고가 가능했다. 김씨는 결혼하고 싶어 하는 퀴어들을 위해 여행 중 결혼할 수 있는 나라 리스트와 필수 서류를 정리한 뒤 블로그와 트위터 ‘규지니어스’, 지난해엔 저서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위즈덤하우스)를 펴내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은 김씨가 커밍아웃을 하고, 결혼하기까지의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언젠간 바뀌겠지. 커다란 파도 앞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어’라며 손 놓고 있지 않았다. 가족에게 커밍아웃하고, 회사에서 신혼여행 휴가와 경조금을 얻어냈다. 작지만 값진 승리를 거뒀다. ‘동성애자도 잘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책과 블로그에 경험을 공유했다. 김씨는 이제 파트너의 수술 동의서에 서명하고, 파트너와 건강보험료를 함께 내는 날을 고대한다.

김규진 작가의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위즈덤하우스

페미니스트 부부의 결혼 적응기 – 신혜원 작가 부부

신혜원, 이은홍 작가의 그래픽 노블 『평등은 개뿔』 ⓒ사계절TV
신혜원, 이은홍 작가의 그래픽 노블 『평등은 개뿔』 중 한 장면. ⓒ사계절TV

신혜원 그림책 작가와 이은홍 만화가는 결혼 전, 누구보다 진보적이고 평등을 추구했다. 결혼하고 나서도 쭉 평등할 거라고 생각했던 이들의 생각은 착각이었다. 스스로 남들보다 진보적이라고 자부하던 남편 이씨는 결혼 후에야 자신이 남성우월주의, 가부장제에 길들어 살아온 것을 깨달았다. 아이 기저귀는 ‘엄마’가 갈고, 아빠의 육아는 ‘돕는 것’이라고 인식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두 작가는 이 이야기를 2019년 그래픽 노블 『평등은 개뿔』(사계절)에 담았다.

이들 부부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일상의 갈등, 타협과 개선의 과정을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가사노동을 분담하기 위해 설거지 당번을 정하고, 화장실 냄새를 줄이기 위해 남편이 앉아서 소변보는 방식을 택한다. 밀린 집안일을 하느라 업무 미팅에 늦기도 하지만 평등한 결혼 생활을 위해 이들 부부는 행동으로 실천하고 뿌듯함도 느낀다. 또 이들은 성평등한 결혼 생활에 있어 사회 전반적인 변화와 인식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남편 좀 그만 부려 먹어라”라고 말하는 남편 친구, 설거지하는 남편을 보고 미안해하거나 ‘자기가 대신 하겠다’는 시부모와 친정 부모의 생각이 바뀌어야 함을 꼬집는다.

신혜원, 이은홍 작가의 그래픽 노블 『평등은 개뿔』 ⓒ사계절

부모가 되지 않기로 했다 - 최지은 작가 부부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저자 최지은씨 ⓒ한겨레출판

최지은 작가 겸 칼럼니스트는 결혼 6년 차다. 아이를 갖지 않기로 결론을 내리기까지 3년이 걸렸다. 고민이 많았다. ‘부모님만큼 나이를 먹었을 때 나 같은 딸이 없을 거란 생각을 하면 조금 아쉽다’는 솔직한 감정부터 ‘오랜 돌봄 노동이 수반되는 과제를 인생에 추가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했다. 최씨는 ‘나만 이렇게 흔들리는 건가?’라고 고민하는 무자녀 부부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솔직한 경험을 바탕으로 저서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한겨레출판)를 펴냈다.

가족도 지인도 최씨를 만류했다. “부모가 돼야 진짜 어른이 된다”, “너도 자식 낳아보면 이해할 거다”, “너도 아이를 하나는 낳으면 좋을 텐데”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주변의 말보다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파트너와 충분히 대화하는 것이었다. 최씨와 남편은 현실적인 상황과 각자의 성향을 고려해 이대로 둘이 쭉 사는 쪽이 충분히 행복하겠다고 결론 내렸다. 그리고 이렇게 선언했다. “인생 목표에 아이는 기본값이 아니다. 여성은 ‘무엇보다도 엄마’여야 완성되거나 더 가치가 높아지는 존재가 아니다. 나는 무엇이 되고 싶으냐면 엄마가 되지 않고도 무엇이 되고 싶다.”

최지은 작가의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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