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크리에이터들, 유튜브 세상에서 날아오르다
장애 크리에이터들, 유튜브 세상에서 날아오르다
  • 최현지·김규희 기자
  • 승인 2021.04.20 10:29
  • 수정 2021-04-20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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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일상과 주체적인 삶 보여준 장애 유튜버들
장애 관련 이슈나 정책에 의견 밝히고
장애인 실생활 도움 되는 정보 제공과 연대도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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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보이지 않는 존재’였던 장애인이 유튜브 세상에선 당당히 자신을 드러낸다.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이나 수어로 소통하는 모습, 보청기를 착용하는 모습 같은 일상부터,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에 서거나 패럴림픽 대회에 선수로 참가하고, 자신의 경험을 담은 책을 출간하는 등 장애에 대한 편견을 가뿐히 뛰어넘는 콘텐츠가 펼쳐진다. ‘시각장애인으로서 메이크업하는 법’이나 ‘한쪽 다리에 맞게 옷 수선하는 법’ 등을 공유해 실생활에 도움 되는 정보를 전하기도 한다. 

여느 유튜버와 마찬가지로 일상을 공유하고 말하고 행동함으로써 장애를 바라보는 비장애인들의 시각을 자연스레 넓힌다. 장애인은 배려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적인 시민이라는 인식을 확산하는 데에도 기여하고 있다. 2021년 제41회 장애인의 날을 기념해, 장애 유튜버로서 활발히 활동하는 국내외 유튜버 4인을 소개한다. 

갑자기 찾아온 장애에서 뜻밖의 행복을 느끼다...청각장애인 유튜버 ‘은수 좋은 날’ 박은수씨

유튜버 '은수 좋은 날' 박은수씨  ⓒ'은수 좋은 날' 인스타그램 캡처
유튜버 '은수 좋은 날' 박은수씨 ⓒ'은수 좋은 날' 인스타그램 캡처

청각장애는 예고 없이 찾아왔다. 친구의 말소리도 교수의 강의도 엄마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솔직하게 고백했다. “저 힘들어요. 소리를 못 들어서 불편하고요, 머리도 어지러워요.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에요. 또 다른 생에서 겪는 행복이 있어요. 제 얘기 한번 들어볼래요?”

유튜버 ‘은수 좋은 날’ 채널을 운영 중인 크리에이터 박은수(27)씨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청각장애인, 대학원생, 반려인, 여성, 페미니스트로서의 삶과 불법촬영 피해 경험까지 다채로운 콘텐츠를 만들었다. 보청기를 착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난청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은 조회수 140만회를 기록했다. 구독자와 함께 공부하는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기도 하고, 고양이 두 마리, 개 두 마리와 함께 사는 모습도 보여준다.

박은수씨가 Q&A 영상을 통해 구독자와 소통하고 있다.  ⓒ유튜브 '은수 좋은 날' 영상 캡처
박은수씨가 Q&A 영상을 통해 구독자와 소통하고 있다. ⓒ유튜브 '은수 좋은 날' 영상 캡처

불법촬영 피해 사실도 숨기지 않는다. ‘가만히 일상을 살아가는 내가 문제가 아니라, 불법촬영하고 해당 영상물을 온라인상에 공유한 그 범죄자가 문제’라고, ‘불법촬영물을 찾아본 20만명이 문제’라고 당당히 일갈한다. 고통 앞에서 움츠러들지 않고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에 많은 여성 구독자들은 댓글로 지지를 보냈다.

박씨는 앞으로 ‘타인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며 상대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사람이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받은 위로와 지지를 구독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다. 장애를 겪은 뒤 ‘운수 좋은 날’들을 만끽하고 있는 그의 삶 앞에는 앞으로 어떤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까.

여성 청각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콘텐츠화 되지 않는 세상을 꿈꾸며...농인 유튜버 ‘하개월’ 김하정씨

유튜버 '하개월' 김하정씨  ⓒ본인 제공
유튜버 '하개월' 김하정씨 ⓒ본인 제공

“12개월만 한 달에 영상 한 개씩 올리자.” ‘하개월’이라는 이름은 그렇게 탄생했다. 하지만 1년은 짧았다. 농인이자 청각장애인 여성이라는 정체성으로 사는 하루하루가 콘텐츠였다. 미디어 속 불행한 장애인의 이미지가 현실과 다르다는 점을 세상에 알려야 했다. 구독자들은 “TV에 나오는 장애인 관련 영상보다 ‘하개월’ 콘텐츠가 더 솔직하고 와 닿는다”고 응원했다. 어느덧 ‘하개월’ 김하정(34)씨는 4년 차 유튜버가 됐다.

김씨는 ‘농인과 청인 간의 교두보’다. 농인(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사람)과 청인(음성언어를 사용하는 사람) 사이에서 때로는 수어를, 때로는 음성언어를 쓰며 두 집단의 소통과 이해를 돕는다. 청각장애인 택시 기사나 보험 영업자 등 다양한 직업인과 인터뷰하며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타파한다.

일상 속 불편함을 알리는 콘텐츠도 있다.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에서 자막을 제공하지 않아 불편했던 경험, 아파트 안내방송이 음성으로만 전달돼 곤혹스러웠던 일 등이다. 농인 구독자들은 댓글을 통해 “내 얘기 같다”며 일화를 하나하나 소개하고, 청인 구독자들은 “그런 줄 몰랐다”며 이해에 대한 폭을 넓힌다.

김하정씨가 자신의 책을 소개하고 있다.  ⓒ유튜브 '하개월' 영상 캡처
김하정씨가 자신의 책을 소개하고 있다. ⓒ유튜브 '하개월' 영상 캡처

지난해 농인의 날(6월3일)에는 여성 농인이 겪은 성희롱·인권침해 고발하는 영상을 제작했다. “귀도 안 들린다면서? 10년만 젊었어도 꼬시는 건데”, “여자가 귀 안 들리면 집안일이라도 잘해야지.” 지난해 출간한 책 『나는 당신의 목소리를 읽어요』(arte)에서 자신이 겪은 직장 내 성희롱 사건도 언급했다. 여성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성범죄에 더 쉽게 노출되는 현실을 고발하며 개선을 위해 활동해왔다.

작가가 된 그는 활자 세상에서 자유를 느꼈다고 했다. 앞으로 미혼모나 비혼주의, 경력단절 등 다양한 주제도 다루고 싶다. 농인과 청각장애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들의 경험이 콘텐츠가 되지 않는 날을 손꼽아 고대하고 있다.

당신이 몰랐던 교차 정체성 셀럽이 온다: 제시카 켈그렌 포자드

ⓒJessica Kellgren-Fozard
제시카 켈그렌 포자드는 영국 방송인이자 장애운동가, 오픈리 레즈비언이자 유튜브 셀럽, 그리고 청각장애인이다. ⓒJessica Kellgren-Fozard

잘 손질된 갈색 머리카락, 커다란 꽃 장식을 달고 레이스 달린 드레스를 즐겨 입는 제시카 켈그렌 포자드(32)는 영국 방송인이자 장애운동가, 아내와 함께 행복하게 사는 오픈리 레즈비언이자 베이킹을 즐기는 퀘이커교도, 유튜브 셀럽, 그리고 청각장애인이다.

1989년생인 포자드는 대학에서 예술과 디자인을 공부하던 2011년부터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또래보다 학업이 2년 정도 뒤쳐진 상태로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그는 좌절하는 대신 “시험 완전 망쳐버렸어요”라는 영상을 올린다. ‘통증 완화를 위해 보톡스를 맞았어요’라거나 ‘청각장애인은 냄새를 더 잘 맡을까요?’ 등의 영상을 통해 장애 관련 편견을 유쾌하게 타파한다.

그의 관심사는 장애 이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여성이자 성소수자로서 ‘퀴어 정신 건강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는 영상을 올리는 등 페미니즘 이슈를 진지하게 얘기하기도 한다. 역사에도 관심이 많은 그는 ‘의약 분야는 언제나 성차별적이었다!’거나 ‘레즈비언 결혼은 당신 생각보다 역사가 길다’는 제목의 영상도 종종 올린다.

ⓒJessica Kellgren-Fozard
85만명의 구독자들은 제시카의 라이프스타일과 활짝 웃는 유쾌한 태도에 환호를 보낸다. ⓒJessica Kellgren-Fozard

85만명의 구독자들은 그의 라이프스타일과 활짝 웃는 유쾌한 태도에 환호를 보낸다. 빈티지 패션에 관심이 많아 의류 리뷰를 자주 올리고, 미용 분야에도 안목이 있다. 2016년 아내와 결혼하기 전부터도 연애에 관한 이야기, 결혼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영상으로 만들었다. 올해 1월에는 유튜브를 통해 아이를 가질 계획을 깜짝 발표하기도 했다. ‘장애를 지닌 엄마로서 걱정되는 것들’이라는 영상도 올린다.

포자드는 2008년 장애 여성이 참여하는 BBC의 리얼리티 모델 쇼인 ‘브리튼스 미싱 탑모델’ 콘테스트에서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크리에이터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2015년에는 기성 방송국에서 진행하는 영화 리뷰 프로그램인 ‘포스트피처’나 ‘무비 라인’에 공동 호스트로 참여하기도 했다.

스키 레이서이자 스탠드업 코미디언, 베스트셀러 작가: 조쉬 선드퀴스트

ⓒJosh Sundsquist
조쉬 선드퀴스트는 스키 선수이자 스탠드업 코미디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유튜버다. ⓒJosh Sundquist

장애를 절망이나 우울과 쉽게 연결하는 사람들에게 유쾌한 반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의 패럴림픽 선수로 스키 레이싱에 도전하고, 코미디언으로서 사람들을 웃기며,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유튜버인 조쉬 선드퀴스트(36)는 그중 한명이다.

선드퀴스트는 아홉 살에 암 선고를 받고 항암치료 과정에서 왼쪽 다리를 절단했다. 당시 생존 확률은 50%. 13살에 기적적으로 완치 선고를 받았다. 이후 운동을 시작했다. 16살에 스키 경기에 참가했고, 2006년 토리노 패럴림픽에 미국 대표로 출전했다. 한쪽 다리로만 이룬 결과였다.

그의 유튜브 채널에서 가장 인기 많은 영상 중 하나는 매년 그가 연출하는 핼러윈 의상이다. 그는 2010년 영화 ‘슈렉’에 나오는 캐릭터인 ‘진저브래드맨’을 핼러윈 의상으로 만들었다. 테이블 풋볼 선수나 도로 전광판, ‘곰돌이 푸’의 점프하는 티거 캐릭터, ‘알라딘’의 램프 요정 지니, 마블 영화에 등장하는 ‘그루트’로도 변신한다.

ⓒJosh Sundsquist
조쉬의 유튜브 채널에서 가장 인기 많은 영상은 매년 그가 연출하는 핼러윈 의상이다. ⓒJosh Sundquist

그는 엔터테인먼트에 관심이 많다. 종종 무대에 서서 관객을 웃기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다. 한쪽 다리로 웨이트하는 어려움이나 ‘신발을 한쪽만 주문하는 법’, ‘목발 짚고 스케이트 타는 법’ 등을 무대에서 이야기한다. 엉덩이 수술이나 계단 오르는 어려움, 고등학교 시절 따돌림당한 경험 등이 모두 스탠드업 코미디의 소재가 된다. 관객들은 그의 유머에 웃는다.

선드퀴스트의 이야깃거리는 남들과 조금 다른 신체에 맞춰 옷을 개조하는 방법이나 생활운동 스킬, 연애 관련 고민, 종양 등 다양하다. 장애는 낯설고 두려운 것이 아니라 그저 조금 다른 것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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