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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단체연합은 호주제 폐지를 위한 '이동차량사무실'을 국회 앞에 만들고 의원들을 압박하고 있다. <사진·민원기 지자>

시민·여성단체 연내 통과 총력전

여연, 이동사무실 열어 의원 압박

국회앞 1인시위 등 일반인도 가세

여성계의 호주제 폐지작업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여성단체들이 연내 본회의 통과를 위해 국회 앞에 터를 잡고 총력전에 들어갔고, 아직은 소수이지만 정치권도 호주제 폐지를 당론으로 정하는 등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여성부도 막판 '다지기'에 들어갔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19일 호주제 폐지를 위한 '이동차량사무실'을 국회 앞에 만들고, 민법개정안 통과를 위한 대국회 '압박작전'에 들어갔다. 여연은 이날 사무실을 열자마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을 비롯한 의원과 각당 당직자 등에게 법무부의 민법개정안 찬반질의서를 전했다.

정현백 여연 공동대표와 하유설 신부 등이 국회의원을 한 사람씩 '밀착접근'해 끝까지 찬성의견을 받아낸다는 작정이다. 아울러 여성단체 대표들은 따로 '국회상주단'을 꾸려 국회의원과 보좌관을 설득하는 작업을 하기로 했다.

여성학자 오한숙희씨와 탤런트 권해효·홍석천씨,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 하승창 함께하는시민행동 사무처장 등 각계 인사들은 민법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때까지 국회 정문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호주제로 피해를 입은 재혼가정 구성원 등 일반 시민도 함께한다.

이뿐이 아니다. 함께하는시민행동 등 뜻을 같이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은 하루 2∼3곳씩 짝을 지어 호주제 폐지를 촉구하는 '소나기 성명'을 발표하고, 그때마다 여야 정당과 국회의원 272명에게 모두 발송할 계획이다. 전국에 있는 각 지역호주제폐지시민연대는 지방에서 날마다 각 정당 지구당에 출근, 국회의원을 압박한다는 방침이다. 시민들의 관심을 유도할 재미있고 다채로운 이벤트도 함께 열린다. '국회의원·호주제폐지 반대론자들 모두 모여라'-포장마차에서 소주 한잔과 함께하는 허심탄회 토론회(21·28일), 정오의 여유-무료 음악회 개최(24일), 호주제 찬성 의원에게 보내는 '힘내라, 평등보약' 전달식(27일), 5대 종단 호주제 폐지 기도대회(12월 3일), 청소년 호주제 폐지 결의대회(12월 5일) 등이 국회 앞에서 잇따라 열린다. 이 와중에 열린우리당이 여야 4당 가운데 처음으로 호주제 폐지를 공식당론으로 확정해 눈길을 끌고 있다.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은 14일 정책 의원총회에서 다른 당과 차별성을 선명히 하고, 양성평등 정당을 확인하자는 취지로 호주제 폐지를 당론으로 정했다. 열린우리당은 국회 본회의에 호주제 폐지를 담은 민법개정안이 넘어오면 소속 의원 41명이 모두 찬성표를 던진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다른 정당들도 '미묘한' 변화를 보일 조짐이다. 그동안 총선 여론을 이유로 호주제 폐지를 당론으로 정하길 꺼려온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쪽에선 '강제적 당론'은 아니더라도 권고사항으로 호주제 폐지를 거론하거나, 의원들의 개별 의사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터져 나오고 있다. 여성부도 힘을 보태고 있다.

지은희 장관은 이미 각 당 정책위 의장들을 만나 호주제 폐지에 대한 협조를 당부한 바 있고, 10일 국회로 넘어간 민법개정안이 법사위에 오르는 즉시 다시 '면담작업'을 한다는 태세다. 여연 관계자는 “국무회의를 통과한 법무부 개정안이 성씨와 가족해체 문제에 대해 부성원칙을 고수하고 가족의 범위를 보완해 국회의원들의 반대 명분이 약해졌다”며 “12월 9일 정기국회가 끝나기 전에 전국의 회원단체, 시민단체와 함께 호주제폐지 민법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배영환·김선희 기자ddarijo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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