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위원회, 서울시장 후보에 말한다] ‘성평등한 일터’는 시대적 과제
[젠더위원회, 서울시장 후보에 말한다] ‘성평등한 일터’는 시대적 과제
  •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자문위원
  • 승인 2021.03.25 10:25
  • 수정 2021-03-25 10: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에 투표를 서울특별시장 보권선거 홍보 조형물이 설치되어있다. ⓒ홍수형 기자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홍보 대형 현수막과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홍수형 기자

정확히 10년 만이다. ‘선별이냐 보편이냐’ 무상급식 논쟁을 주민투표에 부쳤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사퇴로 2011년 10월 보궐선거를 했고, 당시 당선자였던 박원순 시장의 사망으로 2021년 4월 다시 보궐선거를 하게 됐다. 소수정당을 제외하면 10년 세월이 무색하게 박영선, 안철수, 오세훈 등 등장인물이 같다. 그렇다고 냉소주의에 빠질 일은 아니다. ‘밥에 차별을 둘 수 없다’는 2011년 선거가 보편복지의 시작이었다면, 2021년 선거의 의미화는 아직 여성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개발’보다 ‘성평등 일터’ 

‘어떻게 선거를 하게 되었는가?’ 생각해보면 이번 선거의 의미는 자연의 이치처럼 자명해진다. 서울시 여성 공무원인 피해자가 서울시장의 위력 성폭력을 고발한 것은 ‘여성을 동등한 인간으로 대우하는 데 실패한 성차별 일터를 어떻게 바꿀 거냐’는 질문이며, 본 선거는 함께 답을 찾는 사회적 과정이다. 정의당은 당 대표의 성폭력으로 후보를 못 냈고, 신지예 후보는 성폭력 사건으로 ”팀서울“ 후보로 나오는 작금의 현실을 고려하면, 일터 성차별 근절은 시대적 과제이다. 2011년 ‘무상급식’처럼 말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선거를 치르는 것도 숙고할 지점이다. 코로나19는 이윤을 위해 무제한의 개발을 허용한 ‘개발 중심’ 패러다임에 경종을 울렸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개발의 결과로 취약해진 여성이 더 큰 고난을 겪고 있다. 2020년 1년 동안 일자리를 잃은 3명 중 2명이 여성(63%)이고, 그중 20대 여성의 고용률 감소는 2.2%로 가장 높다. 2020년 상반기 남성 자살율은 전년 대비 10.4%로 감소하고 여성은 3.5% 증가했으며, 20대 여성의 자살률은 43.0%로 가장 급증했다. ‘재난의 여성화’ 속에서 일자리 위기부터 최근 동아제약 채용 성차별까지, 20대 여성은 개인적 요인보다 사회적 요인-남성 중심 사회-에 의해 고통받고 있다. 이번 선거의 의미가 ‘개발’보다 ‘성평등 일터’여야 하는 이유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성평등 일터 공약
‘가족돌봄 차별금지 조례 제정’

그럼 먼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의 공약을 살펴보자. ”서울시 대전환”을 내건 박 후보의 간판 정책은 “21분 컴팩트 도시”이다. 서울시를 21개 권역으로 나누어 21분 안에 모든 생활이 가능하도록 ‘개발’하겠다는 것인데, 솔직히 어떤 시대정신을 담고 있는지 의문이다. 타당성, 현실성, 시급성 검증이 필요하다. 성평등 일터 공약으로 ‘가족돌봄 차별금지 조례 제정’은 육아휴직 등 가족돌봄을 이유로 휴가 사용 시 불이익 처우를 금지하여 노동권을 보호하는 의미가 있다. 반면 성평등 임금공시제 민간위탁기관 확대, 여성 친화 기업 혜택 제공 등은 현재도 시행 중인 정책을 확대하는 수준이다. 반면 20대 여성 일자리 대책과 돌봄 노동 대책이 중요하게 배치되지 않은 것은 코로나19 재난이 성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현실에 대한 대안 부족으로 읽힌다. 무엇보다 왜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이 발생했는지를 성찰하여 서울시 조직문화 개선 과제를 제시하지 않은 것은 ‘사과의 진정성’ 측면에서 정쟁거리를 제공한다.

국민의힘 오세훈, 성평등 일터 공약 
경력단절 여성 일자리 지원 강화

다음으로 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된 오세훈 후보 공약을 살펴보자. 오세훈은 대대적 ‘개발’ 공약인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로 36만호 주택 공급”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여성 행복 2.0 프로젝트”는 국공립 어린이집 50% 달성, 경력단절 여성 일자리 찾기 프로그램 강화 등으로, 11년 전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 추진했던 공약과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경력단절 문제는 사후 취업 지원이 아니라 경력단절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며, 관련 법 개정안도 발의된 상태이다. 그런데 여전히 ‘사후 일자리 찾기’에 공약이 머물러 있는 것은 코로나19 대비 부족은 물론, 10년간의 정책 변화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또한 서울시 산하에 성폭력 예방・대응 관리를 위해 ‘종합학대예방센터’를 설립하겠다는 것은 성폭력 문제를 성차별이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학대’라는 개인의 일탈적 행위로 이해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고, 서울시 공무원 성범죄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엄벌주의의 한계를 보여준다.

여성의당 김진아, 채용 성비 남녀 동수로
팀서울 신지예, 고위 공무원 50% 여성으로

2021년 선거의 차별성은 두 후보의 등장에 있다, 여성의당의 김진아 후보와 팀서울 신지예 후보이다. 김진아 후보는 “여자 혼자도 살기 좋은 서울” 기치 아래 채용 성비를 남녀 동수(50:50)로 하고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 임원은 50% 여성 할당제를 실시하겠다고 한다. 신지예 후보는 서울시 산하 기관에 3년 안에 고위 공무원 및 임원 50%를 여성으로 확대하고, 성평등 임금공시제 반영하여 3년 후에 서울 소재 기업 임금 격차를 10%대에 진입시키며, 서울직장맘지원센터를 성평등노동지원센터로 변경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두 후보가 공통적으로 내건 서울시 임원 50% 확대 공약이 과연 현실적이냐 질문이 들 수 있지만 10대 대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이 1.6%에 불과한 현실이 더 비현실적일 수 있다.

이상 서울시장 후보의 성평등 일터 공약을 살펴보았다. 당선 유력한 후보들이 ‘개발’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그만큼 낡았다는 것이고, 그 낡은 정치에 균열을 내기 위해 분투하는 후보들이 있다. 사라져야 할 것과 등장해야 할 것 속에서 ‘성평등한 일터’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가려내는 힘은 바로 여성의 손에 달려 있다. 지금, 다시, 시작이다.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자문위원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자문위원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의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