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투자 소확행부터 벼락거지 탈피, 절세까지
미술품 투자 소확행부터 벼락거지 탈피, 절세까지
  • 박성희 전문위원 / W경제연구소 대표
  • 승인 2021.03.27 16:24
  • 수정 2021-03-27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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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 비즈]
집값 폭등· 인테리어· 소득세법 개정이 불 당겨
즐겨야 이긴다...발품 팔아 안목 키우는 게 우선
황주리, 식물학, 캔버스에 아크릴릭, 130x162cm, 2016 ⓒ뉴시스·여성신문
황주리, 식물학, 캔버스에 아크릴릭, 130x162cm, 2016 ⓒ뉴시스·여성신문

봄 봄 봄. 얼어 붙었던 미술시장이 녹으면서 흐르는 물소리가 크다. 경매마다 시작가의 2~3배 낙찰이 속출하는가 하면, 미술제 출품작 완판 기록까지 나왔다는 마당이다. 4050 신규컬렉터가 대거 유입되고, 명품가방보다 그림을 사겠다는 2030도 늘어난다는 소식이다.

미술시장에도 10년 주기설이 있어요. 10년에 한번은 호황이 온다는 거죠. 그런데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세계 금융위기 이후 계속 안좋았아요. 주기가 한참 길었던 거죠. 지난해엔 코로나19 대유행까지 겹쳐 더 힘들었구요. 최근엔 여러 면에서 좋은 신호가 나타나고 있어요.” (표미선 서울예술재단 이사장 겸 표갤러리 대표)

올 들어 미술계엔 훈풍 아닌 열풍 조짐이 확연하다. 오랜 불황에 시달리던 미술시장에 반전의 푸른불이 켜진 건 지난 120일 케이(K)옥션 경매. 15일 타계한 김창열(1929년생) 화백의 '물방울 SH84002'(1983)가 시작가 5000만원의 3배인 15000만원에 낙찰됐다.

김창열, 물방울 SG 201203, 마포에 유채, 45.5×65.1㎝(15호), 2012 ⓒ뉴시스·여성신문
김창열, 물방울 SG 201203, 마포에 유채, 45.5×65.1㎝(15호), 2012 ⓒ뉴시스·여성신문

화랑미술제 대박, 경매 낙찰가 수직상승

223일 서울옥션 경매도 마찬가지. 1977년 작 '물방울'104000만원에 낙찰, 같은 작가의 경매최고가(59000만원)를 경신했다. 타계 직후 작가에 붙는 통상적인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놀라운 상승세다. 지난해 5520만원이었던 이우환(85)의 석판화 낙찰가는 1850만원. 주식시장 유행어로 따상상(따블·상한가·상한가, 공모가 2×1.3×1.3)을 웃돈 셈이다.

단색조 추상화로 유명한 박서보(90)2011년작 '묘법 No.111020'2억원으로 시작해 3500만원에 낙찰됐다. 이날 경매의 낙찰률은 90%, 낙찰총액도 110억원에 달했다. 시작가 1억원이던 청전 이상범(1897~1972)의 초기작 '귀로'(1937)42000만원에 낙찰되는 이변도 생겼다. 한국화 가격이 이렇게 치솟은 건 근 40년만이다. 채색화가 박생광(1904~1985) 무당(1982)22000만원에 나갔다.

미술계 호황은 지난 3~7일 서울 코엑스 3층에서 열린 ‘2021화랑미술제에서 더 두드러졌다. 107개 화랑이 참여한 미술제의 관람객은 48000여명, 판매액은 72억원. 지난해보다 방문객은 3, 판매액은 2배가 넘었다는 수치다. 심지어 도록까지 매진됐다. 김창열은 물론 최욱경(1940~1985), 백남준(1932~2006) 등 작고작가와 박서보(90), 하종현(86), 이우환 등 원로작가는 물론, 도예작품 도넛을 내놓은 김재용(48)과 오슬기, 임지민, 정희승 등 신진작가까지 모두 주목 받았다.

열기는 지난 17일 케이옥션 경매에서도 이어졌다. 김창열의 1977년작 소품 물방물’(15.8×22.7cm, 시작가 1200만원)8200만원에 낙찰됐다. 낙찰율은 74%, 낙찰액은 1358030만원이었다. 이날 경매에선 빈풍칠월도’, 운계 조중묵의 어해도(魚蟹圖)’ 등 고미술품도 시작가를 크게 웃돌았다.

이왈종, 제주생활의 중도, 장지에 혼합재료, 27.2x22.2cm ⓒ뉴시스·여성신문
이왈종, 제주생활의 중도, 장지에 혼합재료, 27.2x22.2cm ⓒ뉴시스·여성신문

생존작가 & 6천만원 미만 작고작가 작품 세금 0

미술시장에 부는 이같은 열풍의 요인은 몇 가지로 분석된다. 오랜 불황으로 미술품가격이 저평가돼 있다는 공감대 형성, 코로나19시대 집콕이 부른 인테리어 붐, 주식시장 활황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 집값 폭등과 낮은 금리로 인한 벼락거지 탈피용 투자 대상 찾기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지난해말 소득세법 개정으로 올부터 미술품 양도세가 확 줄어든 것도 시장 활성화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세금폭탄 시대에 이만한 투자처가 없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생존작가 작품 거래엔 세금이 아예 없다. 작고작가 작품 중 6000만원이 넘는 것에만 기타소득세(필요경비 80% 제외액의 22%)를 매긴다. 매입가가 높아 실제이득이 필요경비 제외액보다 적으면 이득에 대한 세금만 내면 된다.

미술품 양도세법이 생긴 건 2008. 금융위기 발발에 따른 경기 침체로 시행은 2013년부터 이뤄졌다. 세금부과 자체도 타격이었지만, '계속·반복적인 활동으로 얻은 소득'은 사업소득으로 간주해 46.2%(지방세 포함)의 세금을 물리면서 콜렉터가 급감했다.결국 지난해 말, 개인의 경우 거래횟수에 상관없이 모두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도록 법이 개정되면서 기존 수집가들이 돌아오고 신규고객도 유입됐다는 얘기다.

김재용, 도넛 매드니스 2019 Hand glazed ceramic with Swarovski crystal. 4*4*2 inch, total 100 pieces ⓒ학고재갤러리
김재용, 도넛 매드니스 2019 Hand glazed ceramic with Swarovski crystal. 4*4*2 inch, total 100 pieces ⓒ학고재갤러리

인기작가 연연 말고 작품성 주목해야

투자와 절세라는 경제적 이유 외에 한국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추구층이 늘어난 것도 미술시장 활성화에 한 몫 한다고 한다. 100~500만원 이하 소품과 판화 위주의 온라인 경매시장과 빵집같은 갤러리를 표방한 프린트베이커리 등이 생겨나면서 4050은 물론 2030세대까지 미술애호가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뜨거워진 시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거래작이 단색화와 추상에 편중돼 있는데다 일부 신진작가에 대한 쏠림도 심하다는 것. 상당수 중견· 원로 작가가 시세에 비해 경매가가 낮게 형성돼 애호가들에게 외면 받는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밝다는 전망이 대세다. 다만 미술관계자나 전문가 모두 일시적 붐에 편승하기보다 화랑이나 미술관 문턱이 닳도록 발품을 팔고 미술사 공부를 하면서 안목을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투자보다 감상에 우선순위를 두고 미래가치를 추구하다 보면 작품성에 비해 저평가된 작가도 발굴할 수 있고 그러다 보면 투자효과는 자연스레 따라올 거라는 조언이다.

미술품은 투자 목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뚜렷한 주관을 갖고 좋아하는 작가나 작품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정진이 JJ중정갤러리 대표)

투자든 감상을 위해서든 작품을 고르는 첫걸음은 전시장 순례다. 서울 인사동에서 사간동· 가회동으로 이어지는 길엔 노화랑, 갤러리현대, 학고재, 국제화랑 등 유명갤러리가 줄지어 있고, 중간쯤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분관이 기다린다. 국내 경매사는 서울옥션, K옥션, 마이아트옥션 아트데이옥션 등 8. 경매에서 구입하는 경우 작품 감정서 확인은 필수다. 국내외 주요작가 200명의 작품 거래 이력을 알려주는 사이트(K-Artprice)도 참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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