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사회혁신의 넷플릭스로… 모두가 ‘체인지메이커’인 세상 꿈꿉니다”
[만남] “사회혁신의 넷플릭스로… 모두가 ‘체인지메이커’인 세상 꿈꿉니다”
  • 이하나 기자
  • 승인 2021.02.27 07:50
  • 수정 2021-02-27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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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이혜영 아쇼카 한국 대표
아쇼카한국 창립 때부터 8년째
‘펠로우’ 지원하며 교육혁신
이혜영 아쇼카 한국 대표. ⓒ여성신문
이혜영 아쇼카 한국 대표. ⓒ여성신문

‘모두가 체인지메이커인 세상(Everyone A Changemaker)’

198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비영리조직인 아쇼카가 바라는 세상이다. 아쇼카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새로운 해결책을 내놓는 사람들을 ‘체인지메이커(Changemaker)’라 부른다. 이들은 기존의 시스템, 방식, 유형, 나아가 문화를 변화시키는 사람들이다. 아쇼카는 산스크리트어다. ‘슬픔을 적극적으로 사라지게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또 기원전 3세기 인도 왕의 이름이기도 하다. 아쇼카 왕은 공익 증진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고안해 대규모 사회변화를 이끌어 내는데 뛰어난 인물이었다고 한다.

아쇼카 한국지부는 지난 2012년 설립됐다. 이혜영 (사)아쇼카 한국 대표는 초대 대표를 맡아8년째 조직을 이끌며 사회문제를 해결해 변화를 만드는 혁신가들을 찾아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아무 조건 없이 3년간 생활비 1억5000만원가량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아쇼카가 찾아낸 사회혁신가, 즉 ‘아쇼카 펠로우’는 전 세계 4000여명으로 이 중 한국인은 15명이다.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한 김종기 푸른나무재단(청예단) 이사장을 비롯해 제주 올레길을 만든 서명숙 이사장, 인류 문맹 퇴치 해결사로 나선 이수인 에누마 대표, 아동·청소년 성착취 피해자를 돕는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소장 등이다. 15명 중 7명이 교육혁신가들이다.

이들은 ‘모두가 체인지메이커’인 세상을 만드는 핵심 동력이다. 특히 아쇼카 한국은 사회 혁신가 발굴과 함께 교육 혁신에도 전념하고 있다. 이 대표는 사회혁신가들을 발굴하고 모두가 체인지메이커가 되는 세상을 지향하는 아쇼카의 활동이 한국의 교육혁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쇼카 한국이 집중해온 교육혁신가들의 네트워킹 플랫폼 ‘미래를 여는 시간’이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한국의 교육 패러다임을 기존의 지식암기 위주의 교육에서 문제해결과 체인지메이커 역량 확대 중심의 교육으로 빠르게 전환시키기 해 교육혁신가들이 힘을 합쳐 소통하고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했다”며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뜻에 공감해 선뜻 카카오 주식 3만주를 기부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해줬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미래를 여는 시간’은 지난 3년 동안 새로운 교육 생태계를 만들었다. 교육혁신가들을 연결하고, 미래 교육을 위한 솔루션을 함께 고민하며 자연스럽게 혁신가들끼리 협업이 일어나고 있다. 아쇼카 한국이 만들어가는 생태계는 공교육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김범수 의장 통 큰 기부 이끌어낸
교육 플랙폼 ‘미래를 여는 시간’

지난 2016년 출범한 ‘미래를 여는 시간’을 통해 교육혁신가들은 교육혁신 트렌드와 솔루션을 공유하고 있다. 교사·교장·학부모·학생뿐만 아니라 기업과 정책결정기관, 비정부기구 등에서 참여한다. 지금까지 국내외 교육혁신가들을 강사로 초빙해 9번의 오프라인 포럼을 개최하면서 교육격차 문제, 공감교육 등의 미래교육 화두들을 다뤄왔다. 여기서 발견한 다양한 교육혁신 사례들은 지난해 다큐멘터리 ‘TEN:미래교육의 10가지 단서’로 제작돼 KBS에서 방영됐다. 영유아부터 대학교육을 아우르는 공교육과 학교 밖, 나아가 전 세계를 이끌고 있는 교육의 변화들을 포착하고 이것이 갖는 현재적 의미들을 짚은 다큐멘터리다. 영상에 방영된 후 특히 공교육의 반응이 뜨거웠다.

“10가지 미래교육의 단서들을 찾아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습니다. 10가지 단서는 국경 너머, 대학, 학교, 교사, 팀 창업, 지역, 공동체, 테크롤로지, 경험, 협력입니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절반 이상이 영상을 틀고 싶다고 요청해 와 교사들과 부모들을 위한 상영회를 열었어요.”

20대 때 북한인권운동 뛰어들고
인권운동단체 조직한 사회혁신가

사회혁신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이 대표 역시 사회혁신가다. 20대 때 북한인권운동에 뛰어들어 2005년에는 인권운동단체 ‘바스피아’를 조직해 5년간 이끌었다.

그가 처음 인권운동에 뛰어든 건 국제대학원 졸업을 앞둔 2001년이다. 당시 홍콩의 비정부 국제인권단체인 아시아인권위원회에서 인턴을 했고, 졸업한 뒤에는 곧바로 북한인권시민연합에서 국제 캠페인을 맡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2003년 북한인권시민연합에서 나와 국제변호사가 되기로 하고 로스쿨 입학을 준비하던 중에는 미국의 인권단체로부터 탈북 여성들을 만나 인권실태에 관한 보고서를 써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그는 2006년까지 2년간 7차례 중국에 들어가 탈북 여성 100여명을 만났고 그중 70여명을 인터뷰해 2009년 100여 쪽 분량의 보고서 ‘팔려가는 삶(Lives for Sale)’으로 발간됐다. 그에게 북한인권문제에 관심을 가진 계기를 묻자 아픈 가족사를 들려줬다.

“한국전쟁 당시 20대 초등학교 교사였던 할아버지가 북에 부역했다는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처형당하셨어요. 저희 할아버지 말고도 20만명 가까이 희생당하셨죠. 그 얘기를 들으면서 ‘나도 이 세상 존재하지 않을 수 있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북한인권문제에 관심을 계기도 북한 정권에 의해 개인이 자유를 잃고 비참하게 살아가는 것이 남의 일처럼 여겨지지 않았어요. 한 사람의 고통이 그의 자녀와 손녀에게도 파장을 미친다고 생각하게 된 거죠. 인권유린 뿐 아니라 인권유린 등 세상의 어떤 문제이든 지금 나의 행동이 수백 년에 걸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09년 탈북 여성 조사에 동행했던 재일교포 남성과 결혼한 그는 남편 비자 문제로 일본에 건너가서 살게 되면서 5년간 이끌던 단체를 접어야 했다. 2년 뒤 동일본 대지진 후 한국으로 다시 건너온 이 대표는 ‘아쇼카’가 한국 지부를 만들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대표직에 자원했다. 그는 “20대 때 자신이 했던 북한인권 관련 경험이 아쇼카에서 잘 쓰일 수 있다고 생각했고 아쇼카가 선정한 사회혁신가 수천 명의 지혜를 사회문제나 북한문제 해결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사단법인 아쇼카 한국이 운영하는 '아쇼카 스페이스'
오는 3월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인근에 문을 여는 미래교육공간 '아쇼카 스페이스'. ⓒ아쇼카 한국 

3월 독립문에 여는 ‘아쇼카 스페이스’
아이들이 영감·해결법 얻을 교육공간

‘클랩(CLAP)’ 시대라고 명명하며 새로운 교육의 관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클랩은 이 대표가 고안한 개념으로 기후변화(ClimateChange), 고령화·장수(Longevity), 인공지능(ArtificialIntelligence) 팬데믹(Pandemic)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네 가지 거대한 변화 혹은 새로운 삶의 조건에 어떻게 개인과 공동체로서 대응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완전히 달라질 것입니다. 교육, 의료, 돌봄, 고용, 복지, 안전 등 삶의 모든 부문은 CLAP 시대에 새롭게 정의돼야 하며 새로운 시각과 상상력에 기반해 다뤄져야만 해요.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글로벌과 로컬, 매크로와 마이크로, 세대와 세대가 만나고 협력하는 법을 시급히 찾아내고 실천해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아쇼카한국은 최근 ‘체인지메이커 라이브러리’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전 세계 아쇼카 펠로우 수천 명의 스토리와 관련 영상을 모두 한 곳에 모은 최초의 모바일 앱으로 혁신가들의 인생, 새로운 아이디어, 문제, 전략으로 구성된 스토리를 관심사별로 검색하여 만날 수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비롯해 모든 체인지메이커들을 위해 디지털화, 대중화, 시각화한 첫 결과물이다. 3월 중에는 서울 독립문 부근에 미래교육 공간인 ‘아쇼카 스페이스’를 오픈할 예정이다. 아쇼카가 선정한 93개국 4000여 명의 아쇼카 펠로우들의 스토리가 주된 전시하는 ‘사회혁신 뮤지엄’이자 초등학생들이 사회혁신가들의 스토리와 솔루션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교육 공간이다.

“이 공간을 찾은 아이들이 아쇼카 펠로우들의 스토리와 솔루션에서 영감을 얻게 될 것입니다. 영감을 받은 아이들이 자신들의 상상력을 발휘해 작품으로 표현해내면 이를 미디어 기술로 재가공해 전시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어요. 변화를 만드는 사람은 ‘영웅’같은 특별한 사람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체인지메이커가 될 수 있어요. 체인지메이커가 되기 위한 지금까지는 접근하기가 어려워 참여할 수 없었어요. 이제는 스페이스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모두가 체인지메이커가 되는 세상을 앞당길 수 있습니다. 사회혁신의 넷플릭스, 아마존도 가능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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