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VS근로자, win win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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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은 '노동3권'이 보장되는 날을 고대하고 있다. 방문학습을 하러가는 학습지 교사. <사진·민원기 기자>

법적 보호장치 마련이

여성노동권 확보 쟁점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된 직후 성·학벌·장애인·외국인 근로자·비정규직을 한국의 대표적인 5대 차별로 규정하고 이를 철폐해 평등사회를 구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노동자지만 노동자가 아닌' 특수고용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현재 100만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대책은 “일단 내년에 산재보험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 전부다.

정부는 지난 5월 노동법상 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도록 노동조합법을 고치거나 특별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노사정위원회에 특별위원회를 설치, '유사근로자의 단결활동 등에 관한 법률'과 같은 특별법의 제정 방안을 제시했다. 특수고용직의 보호를 위해 노동 3권중 단결권을 보장하고 산재보험 적용 혜택 등을 부여키로 한 것이다.

이에 대해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은 “특수고용직은 유사근로자가 아니라 근로자이며 노동 3권이 인정되고 기본적인 4대 보험, 법정 수당 등을 적용받을 수 있는 적극적인 대안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은 고용계약 관계에 있지만 근로기준법 상 노동자에서 제외돼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 골프장 경기보조원,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방송국 구성작가, 애니메이터, 방문판매원, 지입차주 방식의 레미콘 기사 등이 이에 해당한다.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 사무국장은 “특수고용직 중에서도 골프장 경기보조원,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등은 여성노동자가 압도적으로 많아 이에 대한 대책이 곧 여성노동권의 확보와 직결된다”며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은 근로자를 ▲근로기준법 상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받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상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 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해 생활하는 자 등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노동자 규정에 포함되지 않는 보험설계사들은 퇴사하거나 해고당할 경우 자신이 쌓은 잔여수당을 받지 못한다.

보험설계사 노조는 지난해 잔여수당을 받지 못하는 불합리를 해결하기 위해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벌였으나 패소했다. 이는 현실적으로는 근로자의 범위가 좁게 해석돼 특수고용직 근로자는 법 적용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들은 사실상 사업주에 종속돼 일하지만 고용계약이 없고 임금이 아닌 수당, 수수료 형태로 급여를 받는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왔다.

학습지 교사는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고 조회에 참석하며 실적이 임금과 승진에 반영된다. 또 업무지시를 위반했을 때는 징계를 받지만 위탁계약자여서 법적 보호는 기대하기 힘들다.

노사정위원회는 현재 이들 특수고용직 근로자에게 단체조직권, 교섭권, 협약체결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방안에 따르면 기간제 근로자가 1년이 지난 뒤에도 근로관계가 지속되면 이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으로 간주, 정규직으로 인정하고 자리가 빌 경우 기간제 근로자를 우선적으로 고용하는 노력을 기울이도록 했다.

이에 대해 전국여성노동조합은 “특수고용직은 사업주가 경기 변동 등 불확실성에 따른 비용을 근로자에게 전가하고 노동통제를 강화하는 수단”이라면서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제공받는 기업이 이를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들은 현행 근로기준법 14조가 정하는 근로자의 정의에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 외에 '특정 사용자의 사업에 편입되어 그 업무를 수행하고 대가를 받는 경우'를 추가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15조 사용자의 정의에도 '근로조건 등의 결정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력 혹은 영향력이 있는 자'를 추가하고 연대책임을 질 것을 명시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맞벌이 부부가 일반화된 탓에 기혼 여성들은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해 어떻게든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 그러나 연령제한, 육아문제 등으로 여성이 노동시장에 진출하는 길은 그리 쉽지 않다.

여성노동자의 80% 이상이 일용직, 파출부 등 파견·용역직, 캐디,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직에 해당하는 비정규직군이라는 점은 여성을 터부시하는 노동시장의 조건과도 맞닿아 있는 것이다.

고용불안과 차별대우에 시달리는 비정규직·특수고용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여성노동권 확보의 쟁점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나신아령 기자arshi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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