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 쿠바, 가이아나에 이어
남미 4번째 임신중지 시술 합법화

아르헨티나 상원 건물 밖 낙태 합법화 법안 통과에 환호하는 사람들. ⓒAP·뉴시스
아르헨티나 상원 건물 밖 낙태 합법화 법안 통과에 환호하는 사람들. ⓒAP·뉴시스

아르헨티나에서 임신 초기 임신중지 합법화 법안이 통과됐다.

외신들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상원은 현지시간 30일 임신 14주 이내 임신중지 수술 허용 법안을 찬성 38표, 반대 29표, 기권 1표로 통과시켰다. 하원은 이미 승인했다.

의원들은 법안을 놓고 12시간이 넘는 토론을 가졌고, 현지시간으로 새벽 4시께야 표결을 마무리 지었다.

중도 좌파 집권 연합의 모니카 마차 의원은 “자매들이여 우리는 해냈다. 우리는 역사를 만들었다. 우리는 함께했다”고 트위터에 게시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상원 건물 밖에서 기다리던 수천 명의 사람들은 법안이 통과되자 환호하며 깃발을 흔들었다.

현장에 있던 법안 지지자들은 “이것은 긴 투쟁이었고 많은 여성들이 죽었다”면서 “다시는 은밀한 임신중지로 여성이 살해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외쳤다.

아르헨티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국이자 인구의 77%가 가톨릭 신자로, 교회가 수 세기 동안 문화적,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온 지역에서 임신중지가 합법화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2년 전에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상원에 올라왔지만 반대 38표 찬성 31표로 부결됐다.

아르헨티나는 우루과이, 쿠바, 가이아나에 이어 남미에서 4번째로 임신중지 시술 합법화 국가가 됐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안전하고 합법적이며 자유로운 임신중지는 법적인 권리”라며 “오늘 우리는 여성의 권리를 확대하고 공중 보건을 보장하는 더 나은 사회가 됐다”고 말했다.

가톨릭교회는 여전히 임신중지가 생명권을 침해한다는 입장이다.

아르헨티나가 모국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29일 상원이 토론을 시작하기 전 보낸 트윗에서 “하나님의 아들은 버려지는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자녀라는 것을 우리에게 알리기 위해 버려졌다”며 의견을 표한 바 있다.

한편, 이번 법안 통과로 보수적인 라틴 아메리카에서 여성의 권리 확대를 위한 변화의 분위기가 더 커질 것이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후안 파피어 휴먼라이츠워치 선임 연구원은 “아르헨티나만큼 큰 가톨릭 국가에서 임신중지를 합법화하하면 라틴 아메리카에서 여성의 권리 보장을 위한 투쟁이 활성화될 것”이라며 “아르헨티나가 2010년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을 때 일어났던 것처럼 도미노 효과를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아르헨티나는 기존엔 산모의 건강에 심각한 위험이 있거나 강간을 당했을 때만 임신중지를 허용했다. 아르헨티나 보건부는 1983년부터 2018년까지 3000명 이상의 여성이 불법 임신중지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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