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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뛰는 정치인' 인간 이미경은…

이미경 의원은 여성계 인사들한테 인기가 많다. 언론이 당무회의 봉변 장면을 과장보도 했을 때, 여성정치인경호본부가 즉각 '출동'한 것도 한 증거다. 한의사 이유명호씨, 오은영 남북민간교류협의회 대표 등 많은 여성들이 이 의원을 격려하는 '파도타기글'로 인터넷을 도배했다. 추악한 남성정치의 현장을 개탄하며 이 의원의 꿋꿋함과 소신있는 행보에 깊은 신뢰를 보낸 것이다.▶

이 의원의 과거(?)는 좀 복잡했다. 한국여성연합 상임대표 출신으로 96년 민주당을 통해 정치권에 입문한 뒤 DJ가 국민회의를 창당해 나가면서 '꼬마 민주당'에 남았고, 당이 다시 신한국당에 합당됐다 한나라당으로 바뀌는 동안 우여곡절을 겪었다. 99년 동티모르 파병안에 한나라당 소속 의원으로선 홀로 찬성표를 던졌다. 당에서 쫓겨나면서도 지조를 지켰던 기억부터 최근 호주제 폐지를 담은 민법개정안을 앞장서 국회에 냈던 장면까지, 국민들에게 그는 '발로 뛰는 의원'으로 각인돼 있다.

이 의원은 또 남다른 부부관계, 고부관계로도 이름 높다. 학생운동을 하면서 만난 영호남 부부라는 점 말고도, 남편 이창식씨의 외조는 그가 의원직을 수행하는 데 큰 힘이 된다는 전언이다. 아침상을 손수 차려주고, '밥 주걱을 빼앗고 등 두드리며 세상에 내보낸' 이가 그의 시어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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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변' 딛고 총선 '매진'

정치판의 남성 '보스'들이 권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카리스마'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을 휘어잡는 능력인 '카리스마'는 주변 사람들의 섣부른 접근을 차단하는 거리감을 동반한다.

민주당 이미경 의원(비례대표·서울 은평갑지구당 위원장)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내세운다. 그가 밝혔듯이 사람과 사람이 평등하게 어울리는 세상, 사람과 자연이 한데 되살아나는 세상을 만드는 일에 앞장서겠다는 의지인 것. '사람과 사람을 아우르는' 카리스마를 뜻한다.

부드러운 카리스마

정치판에 뛰어든 지 8년. 그는 재선 국회의원의 정치인생을 건 모험에 뛰어들었다. 내년 17대 총선에 지역구로 출마키로 한 것. 거기에 정치개혁을 바라는 국민 열망을 담아 신당을 만드는 흐름에도 몸을 던졌다. 지역구 은평구(갑)와 여의도를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가고 있는 이 의원을 8일 의원회관에서 만나 요즘 일정과 총선 구상을 들었다.

- 당무회의 때 봉변을 당했는데, 심정이 어땠나.

“마치 심청이가 된 느낌이었다. 단지 내 스스로 인당수에 뛰어든 게 아니라, 남이 밀어 떨어진 게 다른 점이다.(웃음) 내가 왜 그런 일을 당해야 하는 지 의아스러웠다.”

- 언론에 사진이 크게 나가서 걱정하는 이들이 많았을 텐데.

“많은 이들이 걱정보다는 분노했다. 저런 사람들하고 여태 정치를 같이 해왔다는 게 신기하다는 얘기였다. 그 덕에 차라리 빨리 신당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이들이 많았다.”

- 신당 창당 일정은 어떻게 되가나.

“많은 의원들이 국정감사 즈음에 탈당해 교섭단체를 구성할 계획이다. 이미 나와 있는 일정이다. 나도 이 분들과 함께 할 생각이다.”

- 비례대표 의원인데, 탈당할 수 있겠나.

“신당을 만드는 쪽에 전국구 의원이 7명 정도 된다. 탈당을 하면 의원직을 잃게 되기 때문에 신중하게 의논하고 있다.”

- 탈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로 들린다.

“정치적으로는 이미 탈당한 상태다. 그러나 실제 당을 떠날지 여부는 더 논의해봐야 안다. 자리에 연연해서가 아니다. 앞으로 정치일정이나, 호주제 폐지법안 처리 같은 국회에서 할 일 등을 감안해야 하지 않겠나.”

- 신당이 결국 '노무현당' 아니냐는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그렇다면 나는 참여할 의사가 없다. 신당은 정치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과 선진적이고 합리적인 정치를 하겠다는 의원들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노무현당이면 난 참여 안한다”

- 신당논의 과정에서 여성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관철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컸다.

“당 개혁특위에서 많은 것을 반영했다고 본다. 지역구 30%, 비례대표 50% 할당이나 경선 때 가산점 부여 등이 그것이다. 지금은 할당을 안 지켰을 때 국고 보조금을 깎는 것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성의원에겐 남성에게 주는 국고 보조금의 2배를 주는 방안도 관련법에 넣을 예정이다.”

- 선거구제 논의는 진전이 있나.

“중대선거구제가 되면 여성전용구제 가능성이 커진다. 한나라당이 중대선거구제를 받는다면 되는 일이다.”

- 정치권이 여성할당을 자체적으로 명시했지만, 현장에선 나설 만한 여성이 없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정당이 노력하지 않는 것 같다. 찾아보면 많다. 비례대표는 차고 넘친다. 우리가 바라는 건 전체 의석을 299석으로 늘려 여성 비례대표를 50여명 할당하는 일이다. 지역구에서도 여성들이 많이 나올 것으로 본다.”

- 은평갑에서 출마할 계획인데, 준비는 잘 돼가나.

“지역구를 맡아 1년6개월 동안 준비했다. 요즘엔 의정보고서를 직접 돌리고, 학부모를 상대로 한 교육관련 토론회도 열고 있다. 추석엔 독거노인을 위한 잔치도 열고, 자원봉사도 했다. 12월까지는 민심을 훑는 작업을 할 계획이다.”

- 지역구 표심은 어떤가.

“처음 지역구를 맡았을 땐 동네 어르신들이 '여자가 뭘 하겠냐'고 걱정했다. 지역 당원들 가운데서도 우려하는 이들이 많았다. 지금은 정반대다. 걱정하고 우려했던 사람들이 가장 든든한 지원자로 변했다. 특히 30∼40대 남성들이 나를 많이 지지하고 있다.”

- 호주제 폐지를 담은 민법개정안이 올해 안에 국회를 통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있다.

“의원들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여론도 호주제 폐지 쪽으로 움직인다. 텔레비전 드라마도 호주제 폐지를 호의적으로 다루고 있다. 정부가 법안을 낸 상태인 만큼, 여성단체가 더 노력하면 가능성이 높아진다.”

- 총선에 나설 후배 여성들에게 전할 당부가 있다면.

“과감해야 한다. 처음부터 당선을 확실하게 따놓고 가는 사람은 없다. 노력한 만큼 표가 나온다. 시작이 반이다.”

배영환 기자ddarijo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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