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운동 하듯 정치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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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혜원(41) 개혁국민정당 노원갑지구당 위원장은 정치가 인간을 편안하게 하고, 세상을 살기 좋게 만드는 일이라고 굳게 믿는 사람이다. 정치에 대한 기대도 많았던 반면, 그만큼 회의도 자주 느꼈다는 그다.

“이제 한 사람의 카리스마로 정치를 하는 시대는 지났죠. 돈이 많거나 권위로 밀어붙이는 리더십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형성된 개혁주체가 지지하는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예요. 바로 개혁정당이 갖고 있는 리더십이 그렇죠. 이런 건강한 조직을 책임지고 이끌고 싶어요.”

변 위원장은 한국여성민우회 여성환경센터 운영위원, 동북여성민우회 지역자치위원회 위원장과 사무국장 등 10년 넘게 시민단체 쪽에서 일한 '엔지오통'이다. 여성민우회에서 활동하던 95년 지방선거에 출마한 동료를 도우면서 정치쪽에 발을 디뎠고, 지난해 9월 개혁당에 입당하면서 직접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그는 입당 8개월 만인 지난 4월 노원갑지구당 창당과 함께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시민단체 활동가에서 지구당위원장으로 변신하는 과정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솔직히 처음엔 거절하고 싶었어요. 정치 조직에서 움직인다는 게 부담이 됐고, 당시 개혁정당이 논란도 많았을 때니까요. 그런데 제가 늘 주장했던 여성의 정치참여라는 내용에 발목이 잡혔죠.”

“나부터 나서자”

변 위원장은 결국 “내 앞에 뭔가 닥칠 때 비겁해지지 말자”는 의지와 “말과 행동은 일치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지구당위원장직을 맡기로 결심했다.

“여자가 여자를 안 찍는다는 말이 있죠. 남성이 만든 권위적인 정치를 그대로 답습하는 모습을 보여서 그런 게 아닐까요. 지금은 여성 스스로 여성의 대표가 된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어요. 시민단체 활동 경력이 있는 사람은 더 그렇구요. 보육문제처럼 생활과 밀접한 정책은 여성이 더 잘 만들 수 있어요.”

개혁정당이 신당추진위원회에 합류하고 있어 변 위원장의 총선 출마는 사실상 미지수. 변 위원장은 출마여부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을 작정이다.

“내가 후보로 나서는 일보다 중요한 건 진정한 개혁적 인물을 발굴하는 일이죠. 이를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내가 꼭 출마해야 한다는 판단이 서면 그 또한 두려워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당원들에게 언니뻘로 통한다는 변 위원장은 지구당 위원장으로 선출되자마자 그의 출마를 독려하는 당원들의 목소리를 자주 접하고 있고, 이러한 당원들의 지지는 그에게 커다란 정치적 '힘'이다.

86년 소설가이자 중학교 국어교사인 성낙주(48)씨와 결혼,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을 두고 있는 변 위원장은 “아이를 혼자 방치(?)한 채로 키운거나 다름없다”고 할 정도로, “여성의 사회활동이 쉽지 않다”고 고백했다.

정치적 순결주의 버리길

그러나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시작하자 아들은 “엄마 쎈데!”하고 웃어주었고 남편은 개혁정당 발기인으로 동참하면서 적극적인 지지를 보여줬다.

정치활동을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여성민우회를 그만둬야 했던 변 위원장은 시민단체 활동가의 정치입문을 막는 각 단체 규약에 불만이 있다.

“기계적인 중립이라고 생각해요. 시민단체와 정치활동을 같이 할 수 있는 게 더 좋지 않나요. 활동가들이 정치적 순결주의를 버렸으면 좋겠어요. 시민운동을 열심히 하듯이 정당에서도 그런 자세로 일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걸 알아줬으면 합니다.”

▲62년 서울 ▲85년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졸업 ▲85~86년 대원외국어고등학교 교사 ▲94년 세종대왕기념사업회 고전국역연구부 연구원 ▲95~97년 동북여성민우회 지역자치위원회(바른의정을위한 여성모임) 위원장 ▲96~00년 노원시민모임 운영위원 ▲97~00년 한국여성민우회 여성환경센터 운영위원 ▲99~01년 동북여성민우회 사무국장 ▲03년 개혁국민정당 노원갑지구당 위원장

혜원 기자nanca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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