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이의 마음대로 책읽기] 해방된 ‘로동하는 여성’ 가부장제에 갇히다
[박선이의 마음대로 책읽기] 해방된 ‘로동하는 여성’ 가부장제에 갇히다
  • 박선이 기자
  • 승인 2020.07.18 08:00
  • 수정 2020-07-17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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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적 조선녀성의 성과 국가』 권금상 지음·서울셀렉션 펴냄
1946년 남녀평등법 제정
동일노동 동일임금, 산전산후휴가 등 규정
국가 존립 위해 여성 역할을 ‘어머니’로 고정
남성 중심 질서를 지지해온 통치기제
장마당 세대 등장 이후 저항과 균열 나타나
평양시민들의 출근길. 단발머리의 북한 신여성이 여성 교통안전 보안원 옆을 지나고 있다.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what is the generic for bystolic   bystolic coupon 2013free prescription cards sporturfintl.com coupon for cialis ⓒ평양=청와대 사진기자단 제공
출근 길 평양의 모습. 2007년 10월 3일 평양시 창광거리에서 단발 머리의 북한 여성이 여성 교통안전 보안원 옆을 지나고 있다. ⓒ평양=청와대 사진기자단

 

우리에게 북한 여성은 북한만큼이나 ‘잘 알기 어려운’ 대상이다. 남북정상회담과 평창 동계올림픽, 최근의 남북-북미 관계 경색 등 남북한의 국가적 이벤트를 통해 노출된 김여정, 리설주, 현송월 같은 현 북한 체제의 대표적 여성들의 세련되고 권력적인 이미지부터 북한 경제의 탄탄한 바탕이라는 장마당 여성들, 한국의 텔레비전 토크쇼에 등장하는 탈북 여성들에 이르기까지,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북한 여성은 실제를 상상하게 만드는 볼거리로 소비된다.

『영웅적 조선녀성의 성과 국가』라는 제목에 훅 눈길이 갔다. ‘북한 여성의 섹슈얼리티 탐구’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이 책은 저자 권금상(서울시 건강가정지원센터장)이 ‘봉건적 사회주의 국가’ 북한에서 여성이 존재해온 방식과 시간에 따른 변화에 주목한다.

조선녀성의 탄생은 1948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건국과 함께 한다. 북한이 공식적으로 제시한 ‘혁명적 여성’은 “새로운 사회가 제시하는 사상과 가치를 이해하고 집단주의 규범을 실천하는 공산주의적 품성을 갖춘 여성”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공산주의 여성의 덕목은 “당과 혁명, 조국과 인민을 위해 노동하는 애국적 근면함”으로 규정되었다. 해방 1주년을 기념해 창간한 월간지 ‘조선여성(1947년까지는 여성으로 표기)’의 여맹(북조선민주여성총동맹) 창립 1주년 기념호는 표지에 바지를 입은 ‘노동자 여성’ 그림을 담아 국가가 요구하는 ‘노동하는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다.

『영웅적 조선녀성의 성과 국가』 권금상 지음·서울셀렉션 펴냄
『영웅적 조선녀성의 성과 국가』 권금상 지음·서울셀렉션 펴냄

 

그러나 김일성의 ‘조선녀성’은 “국가 부흥을 위해 동원되는 신체였으며 사회주의 국가의 혁명적 어머니로서 남성중심질서가 투과되는 대상으로서, 봉건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사회주의 여성해방을 내세웠으나 엥겔스가 주장한 가족해체론과 가내 노예인 여성에 대한 전면적 여성해방론을 도입하지 않았으며 “노동의 효율성을 위해 핵가족화를 도모하는 한편, 통치를 위해 충효 사상과 유교 전통의 가부장 질서를 유지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건국 초기 새로운 사회에 대한 담론으로 여성이 국가 건설과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법적 기초를 마련했다. 1946년 제정 공포된 ‘북조선 토지개혁에 대한 법령’ ‘북조선 로동자 및 사무원에 대한 로동법령’ ‘북조선 남녀평등권에 대한 법령’은 남녀 동등한 토지 분배와 동일 노동-동일 기술에 대한 동일 임금, 산전 산후 유급휴가제 등으로 여성의 사회진출과 자녀양육에 대한 부담을 사회화했다. 이어 1948년 9월8일 발효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은 남녀평등권을 확정하고 “국가는 모성 및 유아를 특별히 보호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법적 권리의 제도화와 별개로 ‘조선녀성’은 공적 영역에서만 노동하는 여성이었을 뿐 가정이란 울타리 안에서는 여전히, 아니 오히려 더 명백하게 ‘어머니’로 전통적 모성을 실천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데서 북한이라는 국가와 여성의 섹슈얼리티(성적 정체성)가 충돌하게 된다. 여성들은 “우리의 자녀를 조국의 래일을 담당할 역군으로, 훌륭한 공산주의 건설자로 양육하기 위하여 모든 지혜와 열성을 다 바치”도록 요구받는다. 어머니학교는 로력영웅, 천리마 기수 등 수천 명의 ‘모범녀성’을 배출했으며 ‘인민의 어머니 강반석(김일성의 모친)과 김정숙(김정일의 모친) 본받기 운동’이 펼쳐졌다.

저자는 ‘조선녀성’의 섹슈얼리티가 인구를 증식하는 몸으로 활용된 데 주목한다. 전후 인구 구조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김일성은 다산 정책을 폈는데, 여성은 이때 노동력과 출산력을 끌어올리는데 매우 중요한 존재였다. 이때 채택된 것이 혁명적 사랑관으로, 남녀 간의 사랑은 그 자체 만으로는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들기 미흡하며 남녀가 각각 지도자와 공통된 정서적 관계를 맺는 것으로서 관계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부부의 사랑 역시 사회주의를 떠받드는 혁명성이 담보되어야하며 부부는 국가의 생산성을 높이는 임무를 지닌 사회적 결합이었다.

1990년대 초 ‘고난의 행군’ 기간을 거쳐 장마당이 생성되면서 북한 여성들은 기존 규범을 뛰어넘는 새로운 성적 주체로 재구성된다. 저자는 시장화라는 사회경제적 격변 속에 새롭게 구성된 북한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집단주의 사회에 저항하고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개인의 소환가능성을 의미한다고 본다. 여성들은 생존과 욕망을 추구하면서 기존의 성규범을 넘어서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 칼럼 제목이 마음대로 책 읽기인데, 이 책은 마음대로 읽어지지 않는다. 순결과 처녀성 강조, 피임과 성생활에서 여성에게(만) 부과되는 폭력적 실천들, 신분을 구성하는 강력한 정치적 행위로서의 결혼 제도를 거쳐 장마당 세대 여성들의 남녀 불평등에 대한 저항과 갈등까지 오는 동안도 북한 사회를 강력하게 지배해 온 가부장 질서는 ‘영웅적 조선녀성’에게 여전히 봉건적 책임을 떠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책 말미에 등장하는 탈북 여성들의 남한 생존기(티켓 다방과 성매매) 역시 남북한 여성이 처한 현주소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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