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금융노조, 2금융권 77개 지부
여성 채용·임원 현황 설문조사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5일 카드, 저축은행, 증권, 보험, 공공금융, 상호금융 업종 등 77개 지부가 응답한 여성 채용 및 부서장, 임원 비율 현황에 대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금융사가 여성을 정규직으로 더 적게 뽑고 비정규직으로 더 많이 뽑고 있다고 조사됐다고 밝혔다.ⓒ사무금융노조

 

저축은행· 카드사· 보험사 등 제2금융권 여성 직원 비율은 절반 가까이 되지만 여성 임원은 4%대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카드, 저축은행, 증권, 보험, 공공금융, 상호금융 업종 등 77개 지부를 대상으로 진행한 여성 채용 및 부서장, 임원 비율 현황 설문조사 결과를 5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77개 사업장에서 지난해 채용한 신입사원 2552명 가운데 여성은 55.5%(1413명)로 절반이 넘었다. 하지만 신입사원 중 비정규직으로 채용된 1066명을 조사한 결과, 여성 비율이 76.2%(812명)에 달했다. 이는 전년 70%보다 6.2%포인트(p) 늘어난 수치다. 

학력 기준으로 보면 채용에서 여성이 차별받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조사 대상 사업장이 채용한 고졸 학력의 신입사원은 총 422명이다. 이 중 여성이 358명으로 84.8%다. 2018년 고졸 학력 신입사원 채용에서 여성 비율이 84.4%였음을 감안하면 오히려 후퇴한 셈이다.

초대졸 이상 학력을 요구한 정규직에도 여성이 남성보다 적게 채용됐다. 지난해 초대졸 이상 정규직 부문에 채용된 신입사원 1407명 중 여성 비율은 37.5%에 그쳤다. 초대졸 이상 채용 722명 중 비정규직으로 뽑힌 여성은 725명(73.1%)으로 초대졸 정규직 여성보다 2배 가량 많다. 쉽게 말해 금융사는 채용 단계에서 여성을 고졸과 비정규직으로 남성보다 더 많이 뽑고 있다는 뜻이다.

사무금융노조는 "비정규직이나 고졸 채용 전형으로 입사한 여성 노동자가 정규직이나 초대졸 이상 전형을 거친 노동자와 비교할 때 승진, 배치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여성의 고위직 승진을 막는 '유리천장'의 문제는 성차별 채용에서 시작되는 셈이다.

실제로 금융권의 여성 임원 비중은 5년째 4%대에서 제자리걸음이다. 노조에 따르면 소속 90여개 지부의 전체 직원은 7만9226명으로 이 가운데 42.5%(3만3659명)가 여성이었다. 지난 2월 기준 사업장 77개 사 전체 임원 1349명 중 여성 임원은 65명(4.8%)에 그쳤다. 등기임원은 546명 중 여성 비율은 3.8%(21명)로 더 낮았다.

관리직군도 차장직급 부서장 중 여성 비율은 10.2%(601명)였으며 부장직급 부서장 중 여성 비율은 7.2%(246명)에 그쳤다. 2016년부터 5년 간 전체 직원 중 여성 비율은 40%대였으나, 여성 임원이나 여성 관리자 비율은 두자릿 수를 넘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무금융노조는 채용과 승진에서의 성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무별 직급별 채용과정에서 특정 성별이 일정 수준 이하가 되지 않도록 정하고 승진 시 전체 승진대상자 중 여성을 해당 직급 여성 비율만큼 포함하는 등 각종 할당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고학력 상급자에 주로 남성이, 저학력 직무에 여성이 주로 포진한 직장 내 위계 구도는 남성을 주 생계부양자로 간주하고 돌봄 노동을 여성이 한다는 문화적 차별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노조 측 설명이다.

정광원 사무금융노조 여성위원장은 “각종 할당제 도입과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게 육아휴직을 의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성평등 육아휴직제’가 운영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이러한 육아휴직 제도가 실효성을 지니려면 사용 과정과 복직 이후 차별을 예방하기 위한 지속적인 정보공개와 모니터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사무금융노조 여성위원회는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채용 및 승진 차별 실태를 적극 알리기 위해 ‘사무금융노조 38초 유리천장 영상 공모전’을 개최한다. 공모전에는 누구나 참가할 수 있으며, 주제는 사무금융노조에서 발표한 ‘금융권 여성 임원 비율 실태조사 결과’ 내용이다. 해당 보도자료 내용 혹은, 이를 기반으로 채용, 승진에서의 여성 차별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 등을 자유롭게 담아 ‘38초 분량의 영상’ 형식으로 응모하면 된다. 총 상금은 700만원이다. 공모 기간은 오는 8일부터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인 5월 18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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